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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복, 티셔츠처럼 가볍게 입을 수 없을까?

조회수 2018. 4. 20.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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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빗발치고 폭발물이 작렬하는 전장에서 전투원의 생명을 지켜주는 방탄복! 그러나 입어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마나 무겁고 불편한지. 


영화 속 슈퍼 히어로 배트맨이 입는 전신 방탄복인 ‘배트 슈트’처럼 가볍고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총탄이나 불길에 끄떡없는 방탄복은 없을까? 

출처: 국방일보 DB
무거워서 활동하기 힘든 방탄복.

사실 이런 요구에 답하기 위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그 결과 액체형 방탄 전투복, 인공 거미줄 방탄복 등 많은 방탄복이 실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우리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그래핀(Grahpene)’ 소재 방탄복이다.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 슈트가 바로 그래핀으로 만든 것인데 방호력은 기본이고 가볍고 얇은 데다 신축성까지 좋기 때문이다.  

출처: 워너브라더스코리아
그래핀 소재의 '배트 슈트'를 입은 배트맨.

그렇다면 그래핀이란 대체 뭘까? 그래핀은 흑연의 구성물질 중 하나로 탄소로 이뤄진 이차원 벌집 구조의 나노물질이다. 1947년 이미 과학자들이 그 존재를 밝혀냈지만, 2003년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물질에 머물렀다.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내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해서였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간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그래핀 분리를 한 과학자가 아주 우연히, 그것도 엄청나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성공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raphene
창의적인 방법으로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낸 안드레 가임(오른쪽)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2003년 영국 맨체스터대학 교수이자 물리학자인 안드레 가임 교수 연구실에서 일하던 연구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실리콘으로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실험을 하면서 흑연을 잘라 그 표면을 관찰하게 됐다. 이때 흑연 표면이 지저분해 그 구조가 잘 안 보이자 노보셀로프는 투명 테이프(흔히 말하는 ‘스카치 테이프’)를 사용했다.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Graphene
그래핀 분리에 사용된 흑연과 투명 테이프.

우리가 옷에 묻은 먼지를 떼어낼 때처럼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 떼서 흑연 표면을 깨끗하게 한 것이다. 실험 후 수북이 쌓인 투명 테이프를 본 그와 가임 교수는 테이프에 흑연이 묻은 걸 보고 몇 번 테이프끼리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놀랍게도 그래핀이 분리된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듬해 세계 최초로 그래핀 분리 기술을 발표한 두 사람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다. 투명 테이프로 노벨상을 탄 셈이다.

출처: https://www.extremetech.com
그래핀의 구조.

하지만 그래핀 방탄복은 쉽게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제조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가격이 워낙 비싸서다. 하지만 실험단계에서 그 효과는 확실히 증명되고 있다. 


우선 방탄효과는 현재 방탄복의 7배, 그리고 강철의 무려 10배에 달한다. 그래핀은 지구 상에 현존하는 물질 중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가장 빠르게 흡수·분산하기 때문이다. 총알의 운동에너지는 그래핀의 벌집 구조에 걸리는 순간 급속히 분산돼 원래의 0.1% 수준으로 떨어지고 만다고.  


장점은 또 있다. 흑연은 불에 잘 타지만, 그래핀은 열전도율이 낮아 외부의 화염이 몸에 닿지 않게 해준다. 배트맨이 거센 불길 속에서도 당당했던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미국 MIT의 솔저나노테크놀로지연구소는 1㎜ 두께의 그래핀 방탄복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방탄복이 아닌 방탄 티셔츠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출처: 국방일보 DB
훈련 중인 해군 특수부대원들. 그래핀 방탄복이 개발되면 훨씬 편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만만찮은 그래핀 기술을 보유해 그래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국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니, 우리 군 장병들이 티셔츠처럼 얇고 가벼우면서도 방호력은 짱짱한 방탄복을 입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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