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옥자> 친구인가 식량인가? 봉준호의 묵직한 '현실 동화'

조회수 2017. 6. 13. 16:5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다양한 이슈를 담은 '현실 동화' 속엔 봉준호 감독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옥자>가 드디어 한국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 유전자 조작 식량에 대한 경각심, 자본주의 대량생산 시스템의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담은 ‘현실 동화’ 속엔 봉준호 감독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다. 맥스무비 편집부

기발한 상상력 돋보이는 ‘현실 동화’
출처: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통해 동물 학대 문제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 노동력 착취 등 다양한 문제를 위트 있게 비판한다. 사진 NEW

봉준호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만큼은 말이 필요 없다. 관객이<옥자>에서 가장 궁금해 할 대상, 하마를 닮은 기이한 생명체 ‘슈퍼 돼지’의 우람한 비주얼부터 경이롭다. 미자(안서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뉴욕에 끌려가 고통에 몸부림치기까지,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감정을 보여주는 옥자의 두 눈과 생생한 움직임은 관객의 마음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없다.



덩치만 클 뿐 속은 여린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과정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결과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거추장스러운 홍보 문구로 포장해도 슈퍼돼지의 존재 이유는 결국 “싸고 (죽여주게) 맛있는” 고기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마케팅을 위해 옥자는 물론 미자까지 이용하는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전략은 동물 학대 문제와 기업 윤리 의식의 부재, 노동력 착취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쉽고 위트 있게 비판한다. 전 세대가 <옥자>를 어렵지 않게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옥자>에는 틸다 스윈튼을 비롯한 많은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미자를 연기한 안서현이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맑고 힘 있는 눈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옥자> 액션의 80%는 안서현이 책임지니, 이 작은 소녀가 어떻게 서울과 뉴욕을 휘젓고 다니는지 기대해도 좋다. 동물학자 조니를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의 넉살 좋은 쇼맨십 역시 관전 포인트. 차지수
에디터 

봉준호는 그래도 봉준호다
출처: 미자 역의 안서현은 <옥자>가 발견한 보물이다. 그의 폭발력은 대단하다. 한국과 미국의 쟁쟁한 성인 배우들 사이에서 안서현은 감정과 액션 연기를 고루 펼치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사진 NEW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슈퍼돼지 ‘옥자’ 구출기 <옥자>는 동물의 생명에 대한 자각,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초반 미자와 옥자의 생활을 따뜻하게 보여주며, 떨어질 수 없는 둘의 관계를 강조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봉준호 감독의 특기는 슬픈 장면에서도 유머를 발휘하는 것”이라는 <콩: 스컬 아일랜드>의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의 말처럼 <옥자>는 진지한 장면에서도 해학을 잊지 않는다. <살인의 추억>(2003)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이 살인현장이 벌어진 논밭을 구르는 장면, <괴물>(2006)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서 현서(고아성)의 가족이 난리법석을 떠는 장면 등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옥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미자 역의 안서현은 <옥자>가 발견한 보물이다. 그의 폭발력은 대단하다. 한국과 미국의 쟁쟁한 성인 배우들 사이에서 어린 안서현은 감정과 액션 연기를 고루 펼치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옥자를 구하려는 미자의 강인한 마음이 안서현의 눈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제이크 질렌할이 맡은 동물학자 조니는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다. 일군의 인물들은 ‘옥자를 구해야 한다’라는 사명을, 또 한 편은 ‘미란도 코퍼레이션를 지켜야 한다’라는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질주할 때, 조니는 동물학자로서의 양심과 미란도 코퍼레이션에서 얻은 명성을 이어가고 픈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제이크 질렌할은 코믹한 슬랩스틱과 <나이트 크롤러>(2014)에서 보여준 광기를 더해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아쉬움도 있다.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 주요 배우들이 맡은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 단원 캐릭터는 배우들의 명성에 비해선 단편적이다. 옥자를 구하고 미자를 보호하려 애쓰는 ‘임무’가 너무 확고해서인지,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겨를 없이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를 찍고나선 고기가 먹기 싫어졌다”는 배우 안서현의 말이 이해될 정도로 인간과 동물의 깊은 교감을 표현했지만, 극의 클라이맥스에선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악행을 몰아넣어 서둘러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인상이 강하다. 박경희 에디터 

친구이자 식량,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질문
출처: 옥자를 삶의 ‘동반자’로 볼 것인지, 죽여주게 맛좋은 ‘고기’로 볼 것인가. 둘 중 하나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기에 극장을 나서면서 묵직한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게 된다. 사진 NEW

<옥자>는 대규모 서커스 같은 화려한 추격전 속에 현실의 다양한 풍경과 질문을 담은 영화다. 잡혀간 옥자를 되찾기 위해 강원도 산골에서 출발한 미자(안서현)가 서울을 찍고, 뉴욕으로 향하는 과정은 거침없는 질주다. 낸시(틸다 스윈튼)의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돌진하는 미자 앞에 장애물을 놓았다가 재빨리 걷어내는 등 갈등의 리듬감을 더하고, 동물 보호 단체 ALF가 ‘옥자 구출 대작전’에 합류하면서 질주의 무대를 더욱 왁자지껄하고 흥미롭게 만든다.



미자의 뒤를 잘 좇으면, 자연스럽게 현실의 면면을 훑을 수 있다. 미자에게 동생 같은 옥자는 오직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옥자의 정체성은 시시각각 변한다. 옥자는 4대 보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운반해야 할 수화물, 미란도 코퍼레이션 사람들에겐 팔아야 할 상품이자, 마케팅 수단이다. 동물 보호 단체에게 옥자는 인간의 탐욕을 고발하는 신성한 생명이기도 하다.



옥자를 삶의 ‘동반자’로 볼 것인지, 죽여주게 맛좋은 ‘고기’로 볼 것인지 판단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친구 혹은 식량, 둘 중 하나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기에 극장을 나서면서 묵직한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게 된다. <옥자>는 간편하게 해피 엔딩 혹은 새드 엔딩 둘 중 하나로 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소라
에디터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