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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인데 2년만에 매출290억 "뚱뚱한 외모가 경쟁력"

조회수 2018. 11. 5. 13: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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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 제품을 해외 알리자며 시작
월급 150만원 직장인에서 2년만에 매출 290억 CEO로
"나는 뚱뚱하다. 그러나 그게 장점이었다"

대기업 취업 실패→연봉 1800만원 중소기업→연봉 1900만원 중소기업→연봉 3000만원 중소기업→창업 2년만에 매출 290억….


대기업 취업에 실패하고 중소기업을 전전하다 화장품 수출업체를 만들고 창업 2년만에 290억원 매출을 기록한 20대 여성이 있다. ‘씨엔에디’의 모해란(29) 대표다. 


그는 한국의 중소·중견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만든 화장품을 추려 홍콩에 수출한다. 인지도는 낮지만 품질은 좋은 제품을 찾아 글로벌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다. 


홍콩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40~50여개의 화장품 브랜드로 2014년 창업 첫해 매출 8억8000만원을 낸 데 이어 2015년 100억원,지난해 290억원(영업이익률 10%)을 기록했다. 홍콩 매출 비중은 99%. 직원 10여명을 둔 그는 올해 매출 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에 천만불 수출탑 공로로 금상을 받았고 수상식 이후 화제였다”고 말했다. “20대 여성이 만든 기업이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씨엔에디 사무실을 찾았더니 다소 통통한 외모의 여성이 인사를 건네왔다. “제 성공비결 중 하나가 뭔지 아세요. ‘뚱뚱함’입니다. 거래처를 확보하거나 영업할 때 득을 봅니다. 일단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입니다. 말 그대로 무게감이 생기죠." 당당하게 자신의 외모를 성공비결이라고 말하는 그의 창업 여정을 들여다봤다. 

출처: 씨엔에디 제공
모해란 대표

숨겨져 있는 보석같은 중소ㆍ중견기업 화장품으로 대박 

씨엔에디는 메디힐(엘엔코스메틱)·SNP·AHC·한불화장품 같은 중소중견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만든 마스크팩과 로션, 에센스같은 제품을 주로 수출한다. 5만원 미만의 제품이 많지만 이보다 비싼 화장품도 있다. 한박스에 500장이 들어가는 마스크팩이 1주일에 2만장씩 팔린다고 했다.

왜 중소·중견기업 제품만 수출하나요


제 창업 목적이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알리자’이거든요. 사실 국내에 화장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수백곳에 달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마케팅이 약하고 해외 유통채널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제품 개발력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일본 화장품 제조업체의 제품개발 주기는 6개월~1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웬만하면 3개월에 하나씩 마스크 브랜드를 낼 정도로 제품 아이디어가 많고 손이 빨라요. 그런데 중국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빠르게 질립니다. 그럴때 빨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한국 중소·중견기업만큼 빠른 곳이 없습니다.

뭐가 다릅니까

마스크팩만 봐도 한국 중소기업들이 최고입니다. 다른 나라는 그냥 수분량이 많은 하얀색 마스크팩을 판다면, 우리나라는 아이디어가 많아요. 숯이나 세계 3대 진미라는 송로버섯(Black truffle)을 이용해 팩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브랜드를 발굴합니다. 예를 들어 ‘에끌라두’라는 품질좋은 선크림 브랜드가 있는데, 한국 구로의 한 화장품업체에서 만듭니다. 원래 한국 마사지샵에만 제품을 납품해온 기업인데, 우리가 홍콩에 수출하면서 이 업체는 매달 홍콩에서 매출이 1억원씩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jobsN
씨엔에디가 홍콩에 수출하는 중소중견기업 제품

월급 150만원 박봉 영업사원에서 출발

중고등학교를 중국에서 나온 그는 중국 상해재경대학(上海財經大學)에서 무역학을 공부했다. 2008년만 해도 취업준비생 신세였다. 한국 기업에 취업해 중국 주재원으로 파견가는 꿈을 꿨다. “학점은 3.8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 문턱이 너무 높은 겁니다. 사실 상해재경대학은 경영과 경제분야에서 비교적 알아주는 학교인데 서류에서 떨어졌습니다. 일단 일부터 하자는 생각에 중소기업에 갔습니다. 2~3년만 악착같이 버티면 어디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2009년 인천 남동공단의 한 친환경 에너지업체에 중국담당 영업사원으로 들어갔다. 연봉은 1800만원. “3개월 일하다 회사가 어려워졌습니다. 3개월치 임금을 못 받고 퇴사했어요.” 그 다음 회사는 휴대폰 액정부품을 파는 중소기업이었다. 연봉은 100만원이 올랐다.


"매달 중국과 대만에 출장을 다녔어요. 중국어는 자신이 있었기에 파트너사를 열심히 설득하고 굵직한 계약도 여러 건 땄습니다. 그런데 언제 한번 한국 화장품을 사서 중국 기업에 출장가 선물했더니 상대 여성 파트너가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출장 갈 때마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한국 화장품이 뭐냐‘고 계속 물어보는 겁니다. ’한류는 살아있다. 화장품이 답이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창업 결심히 섰지만 마지막으로 휴대폰 부품업체에 이직했다. “일하면서도 주위에 무조건 ’난 사장님 할 거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어요. 30세 되기 전에 작지만 내가 해볼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회사 부장님이 피식 웃으시면서 ’그런 밀도 안 되는 생각 하지도 마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출처: 씨엔에디 제공
무역의 날에 천만불 수출 공로로 받은 상

“외모만 신경쓰면 일에 집중 못해..뚱뚱함이 성공비결” 

어떻게 시작했나요

차곡차곡 모은 월급과 대출금을 합해 5000만원으로 홍대에 3평짜리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중소·중견기업 제품이 많은 서울 화곡동 화장품 유통단지를 매일 돌아다녔습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50만원~100만원어치의 물건을 뗴어와서 인터넷 검색으로 연락이 닿은 화장품 바이어들에게 팔았습니다. 정말 재밌었습니다. 새벽 4시까지 일해도 지치지 않았어요. 크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정적인 구매처를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요

중소·중견기업들도 스타트업이 찾아가면 만남을 거절합니다. 물건을 안 팔겠다고 만나주지 않아 채용공고를 보고 전화한 적도 많아요. 그러나 결국 거래가 성사되더군요. 우선 순수하게 수출을 하는 화장품 회사를 차린 20대 여성은 드물기 때문에 신기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화장품 쇼핑몰을 운영하는 여성 대표는 많지만요. 둘째, 제 외모도 경쟁력이었습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고요?

외모가 ’후덕‘하기 때문에 영업에 큰 도움이었어요. 30대 중반쯤으로 보거든요. 신뢰가 생기고 믿음직스러워 보이는지 손님들이 제 거래 제의를 잘 믿어주시더군요. 제가 예쁘고 날씬했다면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을 거에요. 일단 비즈니스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화장하는데 시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성 CEO라는 편견‘ 같은 것도 저는 느낀 적이 없습니다. 또 주위에서 불필요한 시기나 질투도 받지 않아요. 사실 사업을 하면서 더 뚱뚱해졌습니다. 그런데 뚱뚱한 것이 좋습니다.

국내 화장품 구매처를 확보한 그는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으로 수출처를 정했다.

홍콩이 아시아의 얼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려면 중국 상하이나 북경보다 홍콩시장에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홍콩은 자유무역지구이고 다양한 인종이 많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홍콩을 여행하고, 환승도 홍콩에서 많이 하거든요. 경쟁은 치열하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출처: 씨엔에디 제공
중국 미용박람회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왼쪽)과 홍콩의 KC코리아 매장

단돈 10원 가지고 싸우는 것이 일상

당시만 해도 따이공(보따리상)을 통해 화장품을 파는 것이 관행이었다. “처음엔 홍콩 쪽 보따리상들에게 물건을 납품했는데 이들이 갑자기 잠적하는 바람에 1억 이상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물건을 받아 팔아줄 안정적인 파트너가 필요했다. 

어떻게 했습니까

답은 가까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 형부가 홍콩 현지인이거든요. 원래 여행업체를 운영했는데 잘 안되었어요. 설득했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브랜드를 구매해 납품할 테니 홍콩 영업과 판매를 담당해달라‘고요. 그렇게 해서 KC코리아라는 화장품 유통회사를 홍콩에 세웠어요. 제가 직접 현지 제품 판매와 납품까지 다 할 여력이 부족하거든요. 씨엔에디는 좋은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발굴하고,KC코리아는 판매와 공급을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씨엔에디와 같이 창업한 KC코리아는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체 오프라인 매장도 열면서 현재 12개 매장이 홍콩 시내에서 운영 중이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니 중소·중견기업 본사 영업도 수월해졌습니다. 사실 유통단계가 복잡한 화장품 세계는 가격에 진짜 민감하거든요. '진짜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단돈 10원 차이를 가지고도 도매업체들과 ’이렇게 싸게 못 판다‘ ’팔아라‘ 싸웁니다. 처음에는 마진을 전혀 남기지 못한 채 수출할 때도 많았어요. 그러다 직접 본사에서 물건을 떼어오니 점점 마진율도 좋아지고 있어요.

매년 2차례 중국의 미용, 화장품 관련 박람회에 참여해 중소기업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의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 왕훙(網紅)들과 협약을 맺어 마케팅을 확대하고 두바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로 진출한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어려움은 없나요

타격이 다소 있습니다. 다만 사드로 인해 어려움 겪는 업체들은 중국 본토에 많습니다. 아직까지 홍콩 시장에 큰 영향은 없어요.

사업가로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일할 때도, 잘 때도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새벽 3시에도 거래처에서 문의가 오면 바로 대답해줍니다.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홍콩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어요.

월급은 얼마 받나요

300만원만 받습니다. 월급 250만원을 못 주는 직원들도 있는데, 사장이라고 지나치게 많이 가져갈 수 없습니다. 위화감만 조성하거든요. 회사가 성장 단계라서 버는 돈을 대부분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제 꿈이 5년안에 상장하는 거에요. 아직 누릴 때가 아닙니다.

글 jobsN 이신영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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