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알바→박봉 계약직→ 월수 '1천만원' 직업 '인생역전'

조회수 2018. 11. 5. 09: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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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여성전문 MC에이전시 대표
졸업 후 일거리 없어 공장 등 알바
포기하지 않았던 최고 MC의 꿈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
안정적 수입 올리는 회사 대표로
'인생역전' 글로벌 진출도 꿈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만 꾸려진 MC 에이전시가 있다. 퀸즈 엔터테인먼트(이하 퀸즈)다. 프리랜서 MC 4명이 일하는 이 회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MC 군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을 누비고 있다. 퀸즈 소속 MC들의 방송 출연이나 행사 횟수를 모두 합하면 월 평균 100회가 넘는다. ‘여성 MC는 보조 역할’이라는 편견을 깨는 데 앞장서는 곳이 바로 퀸즈다.  

출처: jobsN
김현영 대표

4명의 여성은 행사, 방송, 강연 등 각자만의 특화된 분야가 있다. 단순히 개인 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두가 참여하는 비영리 프로젝트를 통해 퀸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어린이 안전교육 뮤지컬 ‘우당탕탕 경찰서’,  네이버 V앱(동아TV)을 통해 각종 커플 이벤트 방송을 진행한다. 

출처: 퀸즈 홈페이지
김현영 대표가 절대 잊지 못하는 사진 한 장. 평생의 목표 중 하나였던 청와대 주관 행사 MC를 본 날이다. 2015년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모습. 오른쪽은 퀸즈 로고

퀸즈는 그동안 주요 그룹사를 비롯 기업, 청와대, 지자체 축제, 지상파 3사 방송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왔다. 중심에는 영업을 전담하는 대표 김현영(28)씨가 있다. 한때 공장 알바까지 전전하며 생계를 걱정했던 그녀는 이제 남부럽지 않다. 수도권 행사에서 100만원, 지방은 150만원을 받는다. 월 수입은 1000만원 이상. ‘행사계의 여왕’으로도 불리는 김씨는 한 회사의 대표로 발돋움한 데 이어 방송 고정 프로만 4개(KBS, 채널A, KTV, 굿TV)를 진행하며 방송 MC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꿈을 향해 달렸던 시간

김씨의 어릴 적 꿈은 우리나라 최고의 MC, 리포터였다. 고등학교 시절 출연한 KBS 도전 골든벨에서 화이트보드에 ‘최고의 리포터를 꿈꾼다’라고 적을 정도였다. 대학에선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했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주위에서 아직도 '아나운서나 해라'는 말도 하는데, 그 말이 참 싫습니다. 저는 한번도 아나운서가 꿈인 적이 없어요. 남을 즐겁게 해주는 MC가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한 MC 업계에서 신출내기가 일을 따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 “(생계를 위해) 안해본 알바가 없었다”고 했다. 한동안 ‘김순업’이란 예명으로 활동했다. 어릴적 집안에서 불리던 이름이었다. 그녀를 만나면 곧(soon) 기분이 좋아진다(up)는 의미를 담았다. ‘투잡’은 기본이었다. 대학 조교와 학원 강사, 꽃 장사에 이어 공장 알바를 한 적도 있었다. 한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야간조로 한달 가량 근무했다.  

출처: 본인 인스타그램
마이크만 들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김현영씨의 활동 모습

‘부업’을 하더라도 항상 ‘본업’을 잊지 않았다. “공장에선 쉴 때마다 대본을 들고 연습했습니다. 사업 실패로 분유값이라도 벌겠다며 일하던 아저씨, 학비 마련을 위해 생업에 뛰어든 대학생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면서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많이 배운 것 같아요.” 


2011년부터 2년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다. 당시만 해도 일감이 많지 않았던 그녀는 돈도 벌고 회사도 이해할 수 있는 ‘1석 2조’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인사팀에 배치된 그녀는 평일엔 회사 근무를 하고, 주말엔 행사를 뛰었다. “대부분 행사 고객이 회사잖아요. 자신만만하게 2000명짜리 행사에 간 적이 있었는데 능력부족을 절감했습니다. 회사원들을 이해하려면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박 겉핥기식 진행이 아니라, 최고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꿈의 일환이었습니다.” 


인사팀 직원이었기 때문에 출퇴근 관리, 조직도 작성 등의 업무를 하면서 회사의 전체를 훤히 꿰뚫을 수 있었다. 지금은 고객 회사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멘트를 친다. “가령 자동차 회사면 ‘다음달에 회사차 리스를 해야되는데 꼭 여기 제품으로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출처: 본인 인스타그램
최근 KTV 내일을 잡아라 메인 MC로 발탁된 김현영씨(오른쪽)

준비된 자가 기회를 얻는다

김씨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도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는 말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출근 전 한 시간 정도를 들여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렸다. 자신의 MC 활동이 담긴 사진이나 글이었다. 처음 1년간은 자신이 MC라는 것을 회사 동료들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한 임원이 우연히 이력서를 보고 전공이 레크리에이션임을 보고 사연을 물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입사 2년차에 워크숍을 갔을 당시 그 임원이 김씨에게 ‘마이크를 잡아보라’고 했다. 기회라고 생각했다. “뒤집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겁니다. 제 모든 끼를 총동원해 광란의 밤을 만들었거든요.” 김씨의 정체를 몰랐던 동료들이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다. 이 워크숍 직후 오디션을 거쳐 김씨는 포스코 사내 아나운서로 발탁됐다. 1년 정도 수많은 사내 행사를 거치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출처: 포스코 블로그
포스코 사내아나운서 시절 모습. 이 시절엔 '김순업'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자신감을 찾은 김씨는 2013년 사직서를 내고 전업 MC로 변신했다. 그해 여름 한달 가량 망상해수욕장에서 일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피서객을 대상으로 낮에는 레크리에이션, 저녁에는 콘서트 진행을 했다. 집중 훈련은 ‘김현영이 아니면 안 되는 무대’를 만드는 밑거름이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MC가 시간을 때워야 하는 일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애드립’이나 노래, 춤 실력도 필수였다. 표정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스스로 정리한 프로필을 들고 각 기관 인사팀에 돌아다니며 뿌리고 다녔다. 한 번 관계를 맺으면 평생 인연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을 가졌다. 휴대폰 연락처만 3000개를 가진 김씨는 특정 지역의 행사를 가면 과거 그 지역의 고객을 만나진 못하더라도 “온 김에 연락했다”며 꼭 안부 전화를 한다. 김씨는 “당장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나중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함께 성장할 동료가 있다는 것

차츰 명성을 얻은 김씨는 2014년 하반기부터는 끊임없는 섭외 요청으로 바빠졌다. 비슷한 시기 대전 TJB을 시작으로 뛰어든 방송 활동도 점차 확대되던 시점이었다. “정말 정신 없어졌어요. 예전에 한가했을 때는 '퀵 오토바이로 탈 정도로 바빠지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그 꿈을 실현했습니다.” 하루에 3~4개의 행사를 뛸 때도 있다. 시간에 맞춰 급박하게 이동할 때 지금도 퀵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김씨는 회사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일이 있다가도 없는 게 이쪽 업계예요. 섭외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비슷한 절실함을 느낀 프리랜서 여성 MC 3명과 의기투합했다. 2014년 10월 퀸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개인이 아닌 회사 소속임을 부각하면 고객사에서 더욱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유리하다는 것, 돈이 떼일 위험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었다.


모두가 함께 성장한다는 ‘큰 그림’을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가 2016년 안전교육 뮤지컬 ‘우당탕탕 경찰서’였다. 김씨가 홍보대사였던 연천경찰서와 함께 기획했다. 교통 안전사고와 범죄 상황 등을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냈다. 김씨를 비롯한 퀸즈 MC가 돌아가면서 역할을 맡았다.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이 진행됐다. 현재는 전국투어를 계획 중이다.

출처: 퀸즈 제공
불러썸 퀸즈 이벤트

올해는 ‘불러썸 퀸즈’ 프로젝트를 3월 시작했다.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하는 이른바 ‘N포 세대’를 위해 제작한 프로젝트다. 매달 14일 색다른 이벤트를 연다. 3월 화이트데이 때는 SNS로 사연을 접수받은 커플을 찾아가 깜짝 선물을 안기는 이벤트 등을 했으며, 4월 블랙데이 때는 아이돌 그룹 ‘세븐어클락’과 함께 연애토크 등을 진행했다. 이 활동은 방송으로 제작된다. 이런 일련의 프로젝트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퀸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퀸즈의 꿈엔 브레이크가 없다 

그녀는 ‘워커 홀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주일 내내 스케줄이 있을 때도 많다. 바쁠 때는 새벽에 집에 들어와 당일 오전에 다시 일을 하러 나선다. 김씨는 “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며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안 든다”고 했다.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경력이잖아요. 하나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니까요. 열정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틈틈이 체력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PT(개인트레이닝)도 받고 있고, 스트렙실(인후염 치료제)을 항상 갖고 다닌다. 


밑바닥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김씨는 업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MC 지망생을 교육하는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이미 1기 교육생(2명)을 배출했고, 올해 3명의 2기 교육생이 4인 MC를 따라다니며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1명을 뽑으려고 했는데 지원자 30명이 몰렸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3명을 뽑았어요. 아직 업계에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MC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성 MC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화려함만 추구하는 MC는 좋은 MC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김씨의 지론. 평소엔 살갑게 굴다가도 현장에만 가면 무서운 선배로 변신한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얼마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퀸즈 출신이면 뭔가 다르다,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출처: 본인 인스타그램, 퀸즈 제공
방송과 행사를 넘나드는 김 대표는 만나는 사람도 다양하다. 왼쪽부터 걸그룹 트와이스, 배우 김수현, 가수 아이유와 함께한 모습

글로벌 진출도 꿈꾸고 있다. MC 중 한 명이 중국 유학파 출신이라서 중국 지사부터 열 계획이다. “우연한 기회에 뉴욕에 가서 MC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일주와 활동을 함께 하는 기획도 꿈꾸고 있어요. 우리를 찾는 이상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항상 최고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외국에서도 펼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계발을 위해 대학원 과정도 밟고 있는 그녀의 꿈은 아직도 과거 완료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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