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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믹스"는 탄소배출량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까?

조회수 2018. 5. 24. 1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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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전혀 충분하지 않다.

요사이 탈핵 말이 많다. 여기서 원전과 탄소 배출의 관계에 관해 약간의 계산을 해본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발전 연료 비율, 즉 2030년 발전에 투입하는 에너지원의 비율을 석탄 25%, LNG 37%, 원자력 18%, 신재생 20%로 맞췄을 때 발전소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 배출량 변화가 2030년까지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되는지 계산해 볼 생각이다. 이 비율을 이 글에서는 “문재인 믹스”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전혀 충분하지 않다.


이어서 변수를 어떻게 바꿔야 필요한 배출량을 채울 수 있는지 여러 방법으로 계산해 본 결과를 제시할 것이다. 이 계산의 결과는 이렇다. 만일 탄소배출량을 충분히 줄이고 싶다면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20%에 달하는 급격한 보급 시나리오 하에서도 석탄은 “문재인 믹스”보다 좀 더 빠르게 감축할 필요가 있으며, LNG 비율은 더 낮게 조절해야만 하고, 원전의 비율은 적어도 현행 비율을 유지하거나 조금 더 높이는 것도 한국 사회는 각오해야만 한다.

한국의 탄소감축목표: 화려하지만…


정부의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에서 한국의 탄소 배출량 현황과 감축 목표에 대해 서술하기 위해 사용할 핵심 자료는 『2016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016)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5년 현재 약 7억 톤(이하 모두 이산화탄소 환산)으로 세계 총배출량 가운데 대략 2% 수준이다.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독일에 이어 순위로는 7위다. 이 가운데 에너지 부분에서 배출되는 물량이 대략 6억 톤으로 대부분이다. 또한 6억 톤 가운데 2.5억 톤가량이 발전소에서 배출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5% 정도가 발전소에서 나온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출한 2030년 배출량 목표는 5.36억 톤이다. 다른 많은 수사는 모두 필요 없고 현재 배출하는 7억 톤에서 약 1.6-1.7억 톤 정도를 감축해야만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현행 대비 23% 정도 감축해야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세계 7위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내뿜는 나라가 이 값을 지키지 못하면 파리 협약을 통한 신기후체제 역시 유명무실해질 것이고, 기후 변화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지도 모른다.


파리 협약도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정도의 기온 상승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마저도 지키지 못할 경우 당장 수십 년 뒤 인류에게 기후변화는 어마어마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출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현재의 발전 부분 탄소배출량, 그리고 “문재인 믹스”의 탄소배출량 추정


현재 한국의 어느 발전소에서 몇 톤을 내뿜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추산은 인벤토리 보고서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꽤 민감한 수치이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 Panal on Climate Change, IPCC)이 제공하는 탄소배출계수, 그리고 한국전력통계에서 공표된 발전량을 통해 연료별로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하는지에 대해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2015년도 한국의 총발전량 비율은 다음 그림과 같다. 전력믹스를 구성하는 세 핵심 연료 각각의 발전량은 이렇다. 석탄 200Twh, 원전 165Twh, LNG 100Twh. 기타 전원을 합치면 528Twh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연료별 발전량. 석탄이 39%, LNG 19%, 원자력이 31% 정도를 차지한다.

이제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차례다. IPCC가 제시한 계수를 보면 kwh당 석탄화력의 생애 탄소배출량은 중앙값 820g/kwh, 천연가스 복합화력은 중앙값 490g/kwh이다. 중유는 별도로 제시되어 있지 않은 방식이지만 석탄과 천연가스 값의 중앙값(655g/kwh)으로 계산하면 충분하다. 원전은 최대치인 110g/kwh을 사용하기로 한다(문서 1335쪽). 


생애 탄소배출량 가운데 화석연료는 중앙값을, 원전은 최댓값을 쓰는 것은 원자력에 최대한 불리한 조건을 주기 위해서다. 원전에 아주 많은 의구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 의구심을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IPCC가 제시하는 생애 탄소배출량의 중앙값 12g/kwh보다 9배 높은 값을 사용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의 생애 탄소배출량 역시 IPCC에 따르면 0은 아니다. 이 값을 반영하기 위해, 신재생의 생애 평균 탄소배출량은 태양광의 생애 탄소배출량 중앙값(41g/kwh, 지붕)과 풍력(11g/kwh, 육상)의 중앙값, 즉 26g/kwh로 설정하기로 한다(현재 신재생이 대부분 우드팰릿이나 폐기물 연소로 채워져 있다는 점은 일단 무시한다).


이들 변수를 활용해 “문재인 믹스”를 비롯한 다양한 발전연료 믹스의 탄소배출량을 추정한 것이 아래 그래프다.

발전연료 믹스별 탄소배출량 추정. 현행은 2015년을 의미. 현재를 제외한 모든 계산에서 신재생의 발전량은 총량의 20%로 계산되어 있다.

첫 번째 막대 그래프는 2015년의 탄소배출량 추정치다. 절대량은 2.56억 톤이다. 하늘색 수평선은 이로부터 23% 줄어든 탄소배출량의 수준을 표시한 것이다. 23%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배출량을 지키기 위해 감소시켜야 하는 값이다. 절대량은 1.97억 톤이다. 발전 부분 탄소배출량은 이 선 아래로 내려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다른 부분의 탄소 배출량이 23%보다 더 많이 감축되어야 하고, 결국 해당 부분이 발전 부분 대신 부담을 지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두 번째 그래프와 세 번째 그래프는 “문재인 믹스”를 표현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발전량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경우에도 1.97억 톤보다 0.2억 톤 이상 많은 탄소배출량이 나올 것이다. 세 번째 그래프는 30년의 발전량이 15년 대비 20% 증가할 경우 오히려 신재생을 대거 포함한 “문재인 믹스”의 탄소배출량이 현행 배출량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15년간 총발전량 20% 증가는 그렇게까지 무리한 가정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15년 동안 매년 1.2% 정도의 발전량 증가만 있더라도 이런 증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간단한 지수식으로 구할 수 있다). 게다가 2030년까지 전기차가 급속도로 보급될 경우, 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전력 소비 감축이 이뤄지더라도 전력소비량의 총량은 늘어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해보겠다. IEA 데이터로, 한국의 공업 전력 투입량은 22.3Mtoe이다(toe=석유 1톤의 열량. 2014년의 값). 이 값이 절반이 된다고 해 보자. 하지만 같은 해, 차량 투입 유류만 해도 28.8Mtoe에 달한다. 한국의 차량이 모두 전기화되는 한편, 전기화로 효율이 두 배가 된다 쳐도 차량 운행에는 14.4Mtoe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조건이 다 같고 이들 값만 바뀐다고 가정하면 1차 에너지 소비는 26Mtoe 정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전기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3Mtoe정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전체 전기 소비(41.9) 대비 7% 정도의 증가다. 물론 중공업 전력 소비량이 그처럼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다. 여하튼, 구체적인 숫자는 다르겠지만, 전기차 도입은 이런 구도(1차에너지 감소, 전기소비 증가)의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네 번째 그래프는 발전량을 유지하면서 원전은 현 믹스(31%)로 유지하는 한편, 석탄의 발전량은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안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 19:LNG 31:원전 31 믹스가 된다. (반올림 때문에 숫자가 딱 맞지는 않는다. 나머지 20%가 신재생인 것은 그래프에서 제시한 모든 대안에서 똑같다.)


다섯 번째는 믹스는 똑같지만 발전량이 20% 증가한 경우를 나타낸다. 발전량이 유지되면 탄소배출량이 기준선(하늘색) 아래로 떨어지지만, 발전량이 늘어나면 그렇지 않은 믹스라는 점을 알 수 있다. LNG의 탄소배출량도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나온다.


여섯 번째 그래프는 석탄을 더 감축하면서, 발전량이 20% 증가한 시나리오를 나타낸 것이다. 이 경우 믹스는 석탄 13: LNG 37: 원전 31이다. LNG의 비율은 문재인 믹스와 동일하고, 석탄의 비율은 문재인 믹스의 절반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탄소배출량이 기준선보다 높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LNG의 탄소배출량도 그렇게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일곱 번째 그래프는 여섯 번째 믹스에서 원전의 비율을 대폭 늘리면서 발전량이 20% 증가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믹스는 석탄 13: LNG 27: 원전 40이다. 이렇게 하면 발전량이 20% 늘어나는 경우에도 기준선 미만으로 탄소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는 원전의 여러 특성상 원자력 비율을 전체 전력믹스의 40% 선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데 대체로 합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원전 증비는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점 또한 지적할 수 있다.


여덟 번째 그래프는 “문재인 믹스”를 유지하는 한편, 탄소포집 설비를 석탄화력발전소와 LNG 복합화력발전소의 절반만큼의 용량에 장착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시나리오다. 다시 말해 문재인 믹스를 사용하면서 화석연료 발전소를 대폭 개량하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 사용한 IPCC의 변수는 이런 식이다. 산소연소 탄소포집 석탄화력의 생애 탄소배출량 중앙값은 160g/kwh, 탄소포집 가스 복합화력의 생애 탄소배출량 중앙값은 170g/kwh.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탄소배출량 감소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탄소 포집 설비는 아직 한국과 같은 대국의 수요에 알맞은 수준으로 상업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충분히 상업화되지도 않은 대규모 설비를 2030년까지 채 13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대국의 수요에 맞춰 건설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어리석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 유지 믹스”


많은 가정과 많은 가상 시나리오를 사용한 분석이 쉽게 읽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 계산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하다.

1. 미래의 불확실성, 그리고 기후변화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총발전량이 어느 정도 증가하더라도 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믹스를 채택하는 것이 옳다. 

2. “문재인 믹스”를 사용하면 총발전량이 2030년에도 2015년과 똑같이 유지될 만큼 전력 수요를 잘 억제하더라도 발전 부분의 탄소배출량을 필요한 만큼 감소시키기 어렵다.

3. “문재인 믹스”의 탄소배출량 감축 성과가 부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불충분한 석탄 감축, 그리고 LNG의 여전히 상당한 탄소배출량 때문이다.

4. 따라서 “문재인 믹스”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더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발전연료 믹스로 바뀌어야 한다.

4-1. 여기서 원전의 비율은 “문재인 믹스(18%)”보다 높게, 40%보다는 낮게 설정되어야 한다. 현행 비율(31%) 유지가 가장 지지를 받기 쉽지만, 되도록 올리는 편이 중기적으로 탄소배출 감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 가지를 더 명시적으로 밝히고 싶다. 내가 수행한 모든 계산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율은 20%였다. 다시 말해, “문재인 믹스”가 대규모의 신재생에너지에서 얻고자 하는 모든 탄소 감축 효과가 모든 계산에서 반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의 높은 비율로 인해 “문재인 믹스”는 충분한 탄소 감축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내 분석의 초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국 대규모의 신재생 투자가 있더라도,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향후 수십 년간 원전과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화석연료 발전소의 탄소 포집 기술은 분명히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꼭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투자와 실제 가동 모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표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석연료 발전소의 탄소 포집 기술이 확산되기 전까지는 석탄화력을 “문재인 믹스”보다 더 축소해야 할 뿐 아니라 LNG의 확대 역시 억제할 필요가 있다. 석탄 25%, LNG 37%를 상정한 믹스로는 충분히 탄소를 감축시키기 어렵다는 데 대해서는 앞서 제시한 계산 결과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런데 원전은 이미 현재의 경수로 역시 IPCC가 공인한 저탄소 발전소이다. 그렇다면 원전의 전원 믹스 내 비율을 최소한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길은 현재의 상황에서, 그리고 신재생이 총발전량의 20%에 도달하더라도 충분한 양의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징검다리”로 보인다.

계산을 수행한 엑셀 파일은 글쓴이의 블로그에 게시될 것이다. 여기서는 원자력의 탄소배출계수를 12g/kwh로 둔 계산 결과도 함께 제시되었다. 가능한 비판에 참조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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