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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고 있을 체대입시 후배들에게

조회수 2017. 8. 17. 16: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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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뭐래도 너네 진짜 열심히 하는 거 나는 안다.

너무 더워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수박바를 먹고 있었는데, 나 고3 때 다니던 학원 옷 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뜀박질하는 너희가 보이더라. 


갑자기 엉엉 울어버렸던 수능 전날이 생각났어. 그때 사람들이 나한테 그랬거든.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고 왜 이렇게 울기만 하냐고. 나도 막 표현하고 싶었지.


근데, 진짜 너무 힘들어서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나는 아침에 알람이 필요 없었다? 아침마다 온몸이 욱신거려서 그냥 눈이 떠지니까. 그렇게 일어나면 엄마를 불러. 혼자서 못 일어날 만큼 몸이 아파서 일으켜달라고 부탁하려고. 당연히 밥맛은 없지. 그래도 먹어. 안 그러면 이따가 입시 운동 못 하니까. 진짜 살려고 먹는 거야.


내가 지망하는 학교는 다리 운동 위주라서 경사가 있는 곳에서 달리기나 점프 훈련을 했어. 가고 싶은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이니 그래도 보람 있지 않았냐고?


아냐. 나 거기 싫었어. 다른 과를 가고 싶었는데 학원 실장님이 거기는 성적이 안 된다고 하더라. 어차피 써도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그 앞에서 내가 뭐라고 말해. 그 과를 너무 가고 싶어서 체대를 준비하기 시작한 건데.

하지만 별수 있나. 남들처럼 수능을 준비하기엔 너무 늦었는걸. 그래서 성적이 맞는 과에 맞춰 억지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그때 친구들이 나한테 그러더라. 맨날 운동만 하면 되면서 뭘 그렇게 우울하냐고. 진짜 화가 났는데, 너무 피곤하니까 화낼 힘도 없더라. 내 사정을 말한다고 해도 이해해줄 사람이 사실 없기도 하고.


계속 다리 운동만 하는 건 아니지. 가/나/다군에 맞춰 각기 다른 운동을 해야 하니까. 김치찌개 하나에 맨밥 두 그릇 싹싹 긁어먹으면서도 마음속은 걱정으로 가득해.


나군의 대학교 운동은 배구랑 농구였거든. 나는 구기 종목이 완전 꽝이라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맨날 혼났어. 이러다가 실기시험에서 완전히 망하면 어떡하나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나와. 터치 한 번 차이로 재수하게 될까 봐.

남들은 저녁 여섯시가 되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지만 체대 준비생은 아냐. 다군의 대학교도 준비해야지. 응. 몇십 시간 동안 정말 기계처럼 운동만 하는 거야. 


해가 뉘엿뉘엿 지는 걸 보면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으면 진짜 다 때려치우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그러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 이러다가 떨어질까 봐. 다시 1년 동안 이 짓거리를 반복하게 될까 봐.


모두가 힘든 고3 시절, 같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나도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을까? 또 우울해지지만 오래가진 않아. 빨리 자야 하거든. 내일 또 운동해야지.

월말이 되면 엄마 얼굴 보기가 무서워. 학원비를 내야 하니까. 사람들이 놀랄까 봐 한 번도 안 말했는데, 200이 좀 넘어. 방학 특강이거든. 여기에 학원 단체복도 사야 하고, 실수로 손목이라도 접질리면 병원도 가야 하고, 여기에 밥값까지 생각하면….


아휴 진짜 내가 불효했다. 그래서 몸이 무너질 것 같아도 포기 못 한 거야. 엄마 아빠의 어두운 표정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정말 큰 일이잖아. 죽도록 열심히 해야지.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 너네는 아직도 운동하고 있네. 마음 같아서는 운동 끝나고 뭐라도 사 주고 싶은데, 그걸 먹을 정신조차 없이 힘들겠지.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안 좋다. 올해는 유독 날씨가 덥다던데, 다들 힘 냈으면 좋겠다. 진짜 열심히 하는거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예체능이라고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기 죽지 않기를.

원문: Twenties 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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