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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화는 기본, 그 이후는? 콘솔 게임 유통사 인트라게임즈 인터뷰

조회수 2018. 2. 20.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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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콘솔 시장, 유저와의 소통과 해외 퍼블리싱으로 돌파하겠다"

2017년에 유통한 콘솔 게임만 약 30개. 그 중 대다수가 정식 한글화. 국내 콘솔 게임 유통사 인트라게임즈의 지난해 활동이다. 한 번 인트라게임즈가 발매한 전적이 있는 게임이 다른 플랫폼으로 나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인트라가 한글로 내줄 거야!” 라는 기대 섞인 댓글도 보인다. ‘믿고 기다리는’ 인트라게임즈의 국내사업을 담당하는 최두병 팀장, 이효선 마케팅 매니저를 만나 콘솔 게임 시장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트라게임즈 최두병 국내사업팀장(좌), 이효선 마케팅 매니저(우)


# 한글화는 기본 사양, 대작과 입소문이 중요하다

 

“대작, 커뮤니티, 기성 장르 위주에요. 소프트가 팔리는 기간도 굉장히 짧아요.”

 

인트라게임즈 최두병 국내사업팀장이 요약한 국내 콘솔 시장의 특징이다. 어느 나라나 인기작의 흥행은 당연하지만 한국은 인기 IP, 해외 흥행작을 더 관심 있게 본다. 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친구들 사이에서 도는 입소문으로 게임을 평가한다. 새로운 장르보다는 익숙한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까다로운 시장이지만 한 번 ‘갓겜’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단시간에 폭발하듯이 판매량이 뛰어오른다. <위쳐 3> 등 명작 반열에 오른 게임은 길고 꾸준하게 판매량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특수 사례다. 콘솔 시장의 성향만은 아니지만 모수가 적어 그런 특징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꾸준히 팔려나가는 <위쳐 3>

최근 3년간 PS4 플랫폼 홀더인 소니가 적극적으로 한글화에 나서면서 콘솔 시장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바뀌었다. 인트라게임즈 역시 이 무렵부터 활발하게 한글화를 시작했다. 방대한 텍스트량을 자랑하는 ‘디스가이아’ 시리즈부터 유비소프트의 ‘어쌔신크리드’ 시리즈까지 꾸준히 정식 발매를 하면서 점차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갔다. 

 

“콘솔을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가 유입되면서 콘솔 시장이 대작 게임 위주로 돌아가고 있어요.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층의 경우, 다양한 장르를 골고루 즐기기보다는 화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게임성으로 이미 검증된 대작 위주로 게임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콘솔 유저들의 인식상, 이제 한글화는 기본 사양이고, 그 중에서 입소문이 잘 나는 게임을 위주로 선택한다. 한글화 타이틀이 쏟아지자 생긴 명암이다. 이제 중요한 건 한글화 그 이후의 브랜드 관리, 그리고 콘솔 게임을 즐기는 인구의 확대다. 인트라게임즈가 선택한 방법은 다양한 유저를 공략하는 게임을 내놓는 한편 유저와의 스킨십을 늘리고, 인디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나서는 것이었다.

인트라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인디 게임 <타이포맨>


# 저스트댄스와 사이키델리카, 새로운 콘솔 이용자의 등장

 

까다로운 콘솔 시장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콘솔 게임 매장에 들리는 손님이 다양해졌다. 

 

10대 후반~20대 남성이 중심이던 시장에서 10대 초반의 청소년과 30대 직장인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등장했다. 인터넷 게임 방송의 등장은 보는 게임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대규모의 ‘콘솔 워너비’를 만들어냈다. 게임 매장에서 여성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게임을 새롭게 알아가는 유저층의 등장으로 한국 게임 시장에 전반적으로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인트라게임즈 최 팀장의 설명. 

 

전통적인 게임 이용층에 비하면 절대적인 수는 적으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및 게임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소규모 가족이 늘어가면서 점차 주류 문화의 일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이 인트라게임즈의 진단. 최 팀장은 “기존에 없던 판매량이 나오는 추세다. 콘솔 시장 자체가 조금씩 커지고,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스타 2017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유저

인트라게임즈가 유통하는 ‘저스트댄스’ 시리즈는 한글화 없이 발매됐으나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팔려가는 효자 타이틀 중 하나다. <저스트댄스 2018>이 발매된 후에도 <저스트댄스 2016>이 팔리고 있을 정도다. 호응에 힘입어 인트라게임즈는 신혼부부에게 PS4와 <저스트댄스 2018> 소프트를 대여해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접대 게임으로도 많이 알려진 것이 '저스트댄스'죠. 신혼 부부의 경우 집들이가 잦기도 하고, 부부가 함께 즐길 만한 취미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게임과 잘 맞는 타겟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놀러온 친구들과 신나게 춤을 추면서 점수 내기 한 판 하거나, 배우자와 주말에 깔깔대며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거든요. 실제로 '저스트댄스' 신혼부부 체험단 이벤트 사연을 보면 '나는 원래 게임을 안 하는데, 남편 때문에 해봤더니 푹 빠졌다'라는 이야기가 많아요. 요즘은 콘솔 기기가 혼수 물품으로 소개되기도 하고, 결혼을 구실 삼아 '이때다' 하면서 장만하는 분도 많이 계신데 예비 신혼부부나 이미 신혼을 즐기고 계신 분들께 '저스트댄스'의 매력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직관적인 플레이 방식과 더불어 여럿이 플레이할 수 있는 <저스트댄스>

지난해 정식 한글화 출시한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 등 어드벤처 게임도 주목할 만 하다. 흔히 ‘여성향 게임’, ‘오토메 게임’으로 분류하는 게임으로, 인트라게임즈의 한글화 라인업에는 미려한 일러스트의 어드벤처 게임도 꾸준히 포함되어 있다.

 

“게임 자체에 성별 구분이 있는 건 아니죠. 실제로 저희가 내고 있는 게임은 남녀 모두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에요. 사실은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 판매량이 저조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기대치, 판매 속도 모두 나쁘지 않은 상태고요.”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 개발사 아이디어 팩토리와는 반 년 전부터 한글 출시를 위해 협업했다. 주류 게임 외에 특별한 장르의 게임을 원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사업적 판단 하에 진행된 프로젝트로,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위주로 선별했다. 최근 일본 어드벤처 게임 개발사가 스팀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해, 인트라게임즈 역시 스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은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


# 인트라게임즈의 한글화 개발과 해외 진출


현재 인트라게임즈 한글화 개발팀에 소속된 사람은 두 명으로, 원활한 한글화를 위해 게임을 즐기는 전문 개발자를 섭외했다. 3개월 전부터 개발사와 협의해 일정을 맞추고, ‘원피스’ 등 IP 기반의 게임이라면 작업 전 집중적으로 스터디를 한다.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말투나 유행어 등으로, 캐릭터의 대사를 인용한 광고를 제작할 때는 마케터가 자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많은 노력을 들여 한글화를 진행하지만 내부의 기대와는 달리 모든 게임이 잘 팔리진 않는다. 최 팀장은 지난해 가장 아쉬운 작업으로 <루프란의 지하 미궁과 마녀의 여단>을 꼽았다. 카툰 그래픽의 던전 RPG로, 니폰이치 특유의 깊은 시스템을 갖춰 평은 좋았으나 기대치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트릴로지> <FIFA 18> <삼국지 13 PK> 등 화제작이 몰려 있던 시기도 악수로 작용했다.

호평이었지만 기대치만큼의 판매량이 나오지 않은 <루프란의 지하 미궁과 마녀의 여단>

“<루프란>이 마이너스는 아닌데, 게임성과 호평에 비해서는 판매량이 조금 적지 않았나 싶어요. 국내 시장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작 위주로 시장이 흘러가는 감이 있거든요. 해외 쪽은 시장이 워낙 두터우니 여러 장르가 통용되고 인디 실험작도 판매가 되는데 국내는 호불호도 확실하고 입소문도 민감해요. 게임성으로 호평 받은 상업 타이틀인 <루프란>도 그런데 인디 개발자들은 어떻겠어요.”

 

국내 인디게임 스튜디오 아이들상상공장의 <어비스리움>은 플레로게임즈의 퍼블리싱으로 스위치 진출을 예고했다. 넷마블은 자사가 보유한 IP의 콘솔 게임 개발을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해외로 나가는 교두보를 찾는 게임사의 관심이 더욱 콘솔로 몰리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퍼블리셔로 해외 사업을 시작했어요. 전세계의 개발사를 발굴하고 연락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판매를 돕는 일읍 합니다. 국내도 지금 추세로 성장하면 판매량이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고, 규모는 다르지만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처럼 가능성 있는 게임이 있거든요. 콘솔의 특징이나 마케팅 방법을 잘 모르고 개발하는 분께 방향성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도움도 드리려고 해요.”

인트라게임즈가 발매 예정인 인디 게임 <건즈, 고어 앤 카놀리 2>


# 유비소프트부터 닌텐도까지, 인트라게임즈가 말하는 게임사

 

“<철권 7>은 그냥 팔려요. 철권이니까.” 

 

지난해 가장 잘 팔린 게임을 묻자 최 팀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잘 팔리는 장르는 있으나, 오랫동안 팬덤을 쌓아온 대작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철권 7>은 국내에서만 15만 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반다이남코는 올해 인기 IP 기반 게임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게임을 국내에 내놓는다. 스팀 출시도 적극적인 반다이남코의 정책이 콘솔 판매에 끼치는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콘솔 패키지를 원하는 수요층은 존재하기에, 협의해서 피규어 등 혜택을 추가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하고 있다.

 

“올해 기대작은 많아요. <원피스 월드 시커> <다크소울 리마스터> 등 나올 작품이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래픽도 액션도 멋진 <드래곤볼 파이터즈>가 제일 기대돼요. 같은 시기에 <몬스터헌터 월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등 쟁쟁한 게임이 출시를 한 상황이니까요.”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긴 듯한 연출이 인상적인 <드래곤볼 파이터즈>

<포아너> 서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유비소프트가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도 인상 깊은 사건으로 꼽았다. 발매 5개월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판매량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며, 1월에는 확장팩도 발매됐다. 

 

인트라게임즈가 유비소프트와 협업한 것이 10년 이상 되는 만큼, <어쌔신크리드 오리진>에 들이는 공 또한 남다르다. 지난해 10월 게임이 발매됐을 땐 모델을 섭외해 게임 주인공처럼 꾸미고 고가의 한정판을 직접 배송해주는 이벤트로 인터넷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어쌔신크리드 오리진> 한정판은 워낙 고가이기도 했고,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해서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지나가다 구경하러 오신 분도 많았고, 주목을 받으니 부끄러워하는 고객도 있었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역과 일정의 한계로 많은 분을 뽑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지난해 10월 어쌔신크리드 오리진 코스프레 직배송 이벤트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인트라게임즈 블로그)

주목작으로는 소니가 직접 개발, 출시한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를 꼽았다. 단순 리마스터에서 머물지 않고 플랫폼에 잘 맞게 바꿨으며 가격 역시 경쟁력 있게 나왔다. 또 <갓 오브 워> 등 다수의 대작이 출시될 예정이기에, 소니는 여전히 강력한 라인업을 가진 게임사이며 플랫폼 홀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성공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정착시켰다는 평이다. 과거 닌텐도는 자신들의 색을 해치지 않는 선의 게임만 받았으나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둠>처럼 ‘닌텐도스럽지 않은’ 게임을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인트라게임즈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 <디스가이아 5>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다만 서드파티 관리팀이 있는 소니와 달리 한국닌텐도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인트라게임즈는 닌텐도 본사와 직접 교류하고 있다.

 

XBOX ONE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까다로운 절차로 퍼블리셔 등록에 난항을 겪고 있으나, 다양한 플랫폼과 글로벌 진출을 하려면 버리고 가기엔 아쉽다. 이미 해외에서 퍼블리셔로 활동 중인 인트라게임즈로는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플랫폼을 옮겨 재발매했으나 좋은 성적을 보인 닌텐도 스위치 <디스가이아 5>


# “국내 콘솔 시장, 소통하려는 성의를 높게 본다”

 

인트라게임즈는 올해 중으로 자사가 발매한 게임의 개발진을 초청해 유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간담회 이벤트를 연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별개로 유저들이 참여할 만한 장이 없고,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높아져 기획하고 있는 이벤트다.

 

사실 인트라게임즈는 2014년 이전, ‘인트라링스’ 시절만 해도 지금과 같은 인지도는 커녕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본격적으로 한글화가 시작됐을 때도 오역이나 어색한 번역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유저가 호의를 보내는 몇 안되는 ‘유통사’로 자리잡았다. 이미지가 바뀐 계기는 무엇일까.

 

“고객들이 저희의 노력을 알아주신 것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국내 유저들은 무언가가 실제로 성사되지 않더라도, 게임사가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면 그 성의 자체를 높이 봐주세요.”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을 한글로 즐기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한글’이 혜택이 아니라 기본 사양으로 정착된 만큼, 국내 콘솔 게임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 번 기폭하면 판매량은 폭발적이나 쏠림이 심하고 미움을 사면 돌이키기 힘들다. 사실 콘솔 게임 판의 특징만은 아니다. 이런 중에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생존 방법을 모색하면서도 국내 시장에서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인트라게임즈의 ‘성의’는 한 번쯤 반추해볼 만 하다.

 

“인트라게임즈는 올해도 유저들과 함께 가고,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게임을 많이 팔아 저희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고객으로 그치지 않고 모든 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고, 또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트라게임즈의 사내 한글화 테스트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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