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경비원 줄이겠다' 갑질한 주민에 한 청년이 보낸 편지

조회수 2017. 10. 20. 15:5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단돈 5천 원 때문에 누군가의 목숨을 끊게 할 수 없다"

최저 임금 인상의 역풍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업무 중 겪은 충격적인 사연은 각종 커뮤니티, SNS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70대 노인이 건장한 체격의 40대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한 사건도 그중 하나입니다. 


[관련기사: [직썰만화] 아파트의 노비]

위기를 겪는 경비원들의 씁쓸한 소식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17일 충남 서산의 한 아파트에서 훈내나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임차인대표자회의에서 추석 이후 경비원 4명 감원에 관련된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 공고문을 본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원 인원 감축 반대 운동에 나섰습니다. 몇몇 주민들은 경비원 감축을 반대한다는 자필 게시물을 붙이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그중 주민 구씨는 경비원의 인원 감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아파트 760세대 우편함에 넣었습니다.

“그동안 아파트에 살면서 경비원분들께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경찰관, 소방관, 미화원, 택배원, 정원사는 경비원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760세대 최소 1500명에서 3000명이 넘게 사는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수많은 일을 단 8명의 경비원분이 해내고 있습니다. 1명이 180여 명에서 400여 명가량을 책임지고 매일매일 이 엄청난 일을 해내면서 경비원분들의 손에 쥐여주는 건 고작 최저임금 140만 원 정도입니다.


내년도 최저 임금이 7530원으로 올랐습니다. 때문에 내년에 세대별로 더 부담해야 할 경비 비용은 5천 원 선이라고 합니다. 5천 원을 아끼려고 경비원 수를 줄이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주민 모두가 빠듯하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단돈 천 원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5천 원을 아끼기 위해 경비원 4명과 그에 딸린 가족들의 목숨을 끊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투표를 하기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투표 자체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반대표가 아주 아주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구씨는 호소문에서 “경비원 해고를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경비원분들을 보면 따뜻한 인사와 응원을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부결을 확신하지만 압도적으로 부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씨 외에도 아파트 주민들은 손글씨를 써서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이는 방식으로 동참했습니다. “그분들은 단지에 같이 살고 있는 이웃사촌이고 가족입니다”, “경비원 감축이라니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5천 원 (담배 1갑) 아끼자고” 등의 내용이 등장한 것이죠. 


경비원 감축 주민 투표는 오는 20일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해당 투표 결과에 따라 4명의 경비원 해고가 결정됩니다. 과연, 주민들의 호소문이 해고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