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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서 강병휘가 직접타본 요즘핫한 2020 폭스바겐 투아렉!

조회수 2020. 2. 12. 16: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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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에서 가성비를 찾는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투아렉이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플래그십, '기함' 모델이란 한 브랜드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도 가장 비싸고 크기도 크고, 해당 브랜드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죠. 그러한 플래그십의 권위를 SUV 모델이 차지하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아직 고급차라고 하면 세단 형태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 고정 관념이니까요. 실제 브랜드들의 운영 전략도 그렇습니다.

메르세데스는 S 클래스, 아우디는 A8, 제네시스는 G90 등이 기함 역할을 맡고 있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SUV 플래그십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형차로 갖춰야 할 실내 공간도 넓게 확보할 수 있고, 차체 부피가 커서 추가 부품을 배치하기에도 유리한 구조입니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지속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 그룹 산하에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아우디 등 개성이 또렷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형제 브랜드가 보유한 첨단 기술을 공유해 자사 플래그십에 구현할 토대도 갖추고 있다는 뜻이죠. 투아렉의 뼈대는 MLB 에보라 불리는 모듈러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600마력 이상, 300km/h를 넘나들 수 있는 람보르기니 우르스나 벤틀리 벤테이가와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과연 투아렉은 거대 계열사가 줄 수 있는 시너지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요?

단정한 선과 면으로 마무리한 외관과 달리 내부에 들어서자 화려한 그래픽이 운전석을 온통 휘감습니다. 터치 스크린은 절묘하게 운전자 쪽으로 틀어져 손을 뻗으면 구석까지 쉽게 닿을 수 있습니다. 딸깍 눌리는 물리 버튼들은 거의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화면 속에서 메뉴를 탐험해 가상 버튼을 찾아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자주 쓰는 기능은 화면 좌측이나 상단에 바로가기로 꺼내두는 편집 기능이 있습니다. 자신이 자주 쓰는 기능 버튼을 꺼내 두는 세팅에 한 번 시간 투자를 해두면 불편함은 상당부분 해소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유자재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연령층은 친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다양한 기능 확인을 위해 화면을 무수히 터치했지만 손자국이 별로 남지 않아 관리가 용이합니다. 독특한 패턴의 앰비언트 라이트는 여심을 넘어 남심까지 저격합니다. 앞좌석은 1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해 자신만의 체형에 맞는 맞춤형 시트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뒷좌석은 등받이 각도와 전후 방향 슬라이드 모두 조절 가능한데, 슬라이드 조절은 제법 힘을 줘야 움직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V6 디젤 엔진은 시동이 꺼졌다가 걸릴 때에도 소음이나 진동 부담이 적습니다. 측면에 특별히 이중 접합 유리를 쓰지 않았다는 건 엔진 자체 소음 수준이 높지 않다는 반증일 겁니다. 286마력이라는 출력 수치는 디젤 3.0 리터급을 감안할 때 우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넓은 엔진 회전 영역에 걸쳐 고르게 퍼져 나오는 구동력이 이 엔진의 진짜 매력입니다. 물론, 고마력을 위해 부스트 압력을 올린 대가로 터보랙이라 불리는 약간의 가속 지연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 약간의 기다림이 끝나면 호쾌한 가속 성능이 몰아칩니다. 거구 투아렉이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있을까 의심하던 저의 무의식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속도계가 오른쪽까지 돌아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도 모르게 스포츠 모드로 손이 갑니다. 변속기도 정교하고 예리하게 기어를 갈아탑니다. 속도가 상승함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은 차체 높이를 세 단계로 조정해 노면으로 점점 웅크리며 무게 중심을 낮춥니다. 80km/h 이하에서 스포츠 모드는 다소 승차감이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이 때 컴포트 모드가 진가를 발휘합니다. 이 차가 SUV인지 세단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나긋나긋하고 기함다운 승차감을 마련해 줍니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도심에서 운전할 때 최적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속도를 높이면 상하 흔들림이 커지며 거동 변화가 커집니다. 다시 노멀 모드로 손이 갑니다. 모드마다 실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명확하네요. 지능형 어댑티브 모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 바퀴가 허공에 떠 있는 공격적인 접근각의 오프로드에서 차체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극단적으로 차체를 비트는 노면 조건에서도 모든 도어와 트렁크가 걸림 없이 정상 작동하는데 문제가 없고, 파노라마 선루프 주변에서 삐걱거리는 잡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프로드 갈 일이 없는 사람은 많아도 잡소리에 초연한 사람은 별로 없죠. 사륜 조향 시스템은 대형급 투아렉의 회전 반경을 준중형급 해치백 수준으로 줄여줍니다. 

운전석에서 사이드미러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뒷바퀴가 좌우로 확연하게 움직입니다. 덕분에 반경이 작은 지하 주차장 진입로를 통과하거나 좁은 곳에서 유턴을 해야 할 때 매번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안될 것 같은데 돌아나가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거든요. 개인적으로 시승 내내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장비이기도 했습니다. 아직 대형 SUV를 운전하는데 부담감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환영 받을 기능입니다.

투아렉은 가성비가 중요한 자동차일까요? 통상 플래그십은 가성비란 단어와 양립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술의 명분과 구현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중산층의 벤테이가'와 '1억짜리 폭스바겐'. 여러분은 어느 쪽에 한 표를 던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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