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부터 도강까지! 마초적 매력의 랜드로버 디펜더 카레이서 강병휘 시승기

조회수 2020. 10. 26.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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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의 새로운 아이콘 탄생


세상의 자동차 중에서 가장 변화가 느린 카테고리는 아마 정통 오프로더가 아닐까요? 험로에서의 극단적 견인력을 추구하기 위해 승차감이나 연비, 편의 장비 등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큰 설계 변경 없이도 오랜 시간 제작해 온 자동차. 불편함 그 자체가 감출 수 없는 특성이면서 도리어 매력이 되어버린 것이죠. 미국에는 지프 랭글러가 있고, 독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G 바겐이 있으며 영국에는 랜드로버 디펜더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이들은 특수 목적을 위한 툴(Tool) 카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셋 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를 지녔고 오프로드 토크를 증대시키기 위한 저속 기어 트랜스퍼 케이스를 탑재했으며, 필요에 따라 디퍼런셜을 잠글 수 있는 장비까지 갖춘 것도 비슷합니다. 

수십 년의 시간 속에서 이러한 기본 구조를 유지해오며 각 브랜드의 오프로더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죠. 그런데 디펜더가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당연한 공식이던 프레임 설계를 버리고 알루미늄 유니바디 형태로 근본적인 설계 변화를 추구한 것이죠. 더 이상 저속 기어 선택을 위한 기어 레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동륜 조작은 간단해졌고 편해졌습니다. 수많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죠. 그건 디펜더의 헤리티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 모든 변화가 마냥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행을 시작하고 머지않아 호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안락한 승차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거 디펜더는 민수용 군용차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랭글러가 차라리 더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죠. 허나 이번 디펜더는 110 모델의 기본 장비인 에어 서스펜션이 차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요즘은 오프로드를 일부러 찾아 가야 합니다. 

디펜더라고 해도 대부분의 시간을 잘 닦인 온로드 위에서 보내게 됩니다. 승차감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A/T 타이어를 달고 있음에도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 요철 대부분을 부드럽게 정제하여 실내에 전달합니다. 70km/h를 넘어서면 슬며시 타이어 패턴 소음이 올라오지만 풍절음은 예상보다 괜찮습니다. 프레임 바디와 그 위에 얹힌 승객실이 별도로 진동하는 특유의 불쾌함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는 강건해진 바디 강성도 크게 기여한다고 보입니다. 온로드 주행성은 과거 '고행'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등극했습니다.

유일하게 장거리 이동에서 마음에 걸린 부분은 전동 시트의 형상입니다. 어떤 각도로 앉아도 조금씩 자세를 고쳐 앉게 됩니다. 2.0 디젤 엔진으로 240마력을 뽑아내는 엔진 역시 일상적 기동에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1500 rpm 부근부터 회전력을 두텁게 유지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도 항속 유지 능력이 좋습니다. 고속 연비는 예상치 못한 보너스입니다. 실제 디펜더는 꽤 상냥해졌습니다.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 센터 암레스트 냉장고, 듀얼존 오토에어컨, 소프트 클로징 트렁크 게이트 등 기대하지도 않았던 배려가 곳곳에 드러납니다. 물론, 이런 장비들이 없다고 디펜더의 정체성에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굳이 이런 것까지?'란 생각이 들다가도 디펜더를 일상용으로 사용할 신규 고객층을 잡겠다는 랜드로버의 의지를 읽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디펜더는 이제 일상 목적의 SUV로도 손색이 없는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그럼 오프로드 주파력은 어떨까요? 프레임 바디를 탈피한 디펜더는 에어 서스펜션을 통한 차고 변경 기능을 새로운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아울러 바퀴는 상하로 무려 500mm나 오르내릴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랭글러나 브롱코처럼 스웨이바 분리 장치를 달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굴곡이 심한 험로에서도 한 바퀴가 허공에 뜨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디펜더 110 모델의 휠베이스는 더 이상 110 인치(2794mm)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훨씬 긴 3022mm에 달하죠. 전후륜 거리가 길어지면 온로드 승차감은 우수하지만 차체 바닥이 솟아 오른 지형에 닿을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오프로더 본연의 목적으로는 오히려 불리합니다. 이런 약점을 최대 290mm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이 보완합니다. 이는 랭글러나 G바겐보다 더 높은 지상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차고가 상승할 때 순서도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인 에어 서스펜션은 전륜보다 후륜이 먼저 올라갑니다. 차고 변경시 라이트 각도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죠. 디펜더는 최저 모드에서 일반 차고로 올라갈 때는 여타 차량과 동일하지만 오프로드용 최고 지상고로 올라갈 땐 후륜보다 전륜이 먼저 움직입니다. 오프로드 상황에서 전면 범퍼의 진입각을 먼저 확보해 전방 장애물을 지체 없이 정복하겠다는 설정입니다. 전자식 다이얼로 변경할 수 있는 주행 모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중앙과 후륜의 전자식 디퍼런셜의 잠금 수준이 변화합니다. 기계식처럼 강제로 특정 축의 잠금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충분히 시스템이 똑똑하게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마초적이고 단순한 추진력이 요긴할 때도 있으니까요. 이 차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능은 바로 도강 능력입니다. 디펜더는 최대 90cm의 수심을 통과할 수 있고 현재 잠겨있는 깊이를 센서로 측정해 남아있는 한계 깊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80cm 이상의 수심까지 들어가 보니 파도가 도어 옆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디펜더는 아무렇지 않은데 운전대를 쥔 저는 잔뜩 긴장이 되더군요. 실내가 물바다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밀성 좋은 도어 실링 덕분에 기우에 그쳤습니다. 오프로드 모험이 끝나고 도시를 향해 돌아오는 길, 디펜더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장치는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과거 디펜더가 소수의 랜드로버 마니아만을 위한 자동차였다면, 이번 디펜더는 대중을 위한 랜드로버의 친절한 아이콘으로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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