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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휘 선수가 직접 타본 현대 아반떼 N라인 시승기

조회수 2021. 2. 16. 17: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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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N라인, 인터넷 슈퍼카의 실체는?

잠시 아반떼 AD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 당시 아반떼 역사상 처음 200마력을 넘긴 아반떼 스포츠 트림이 생겨났죠. 1.6리터 터보 엔진은 가벼운 차체를 다스리기에 충분한 회전력을 갖추었고, 제네시스 쿠페를 제치고 현실적인 국산 수퍼카라는 별칭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여론의 찬반 논쟁도 뜨거웠죠. 수퍼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는 심각성의 차이였다고 할까요? 수퍼카의 정의와 한참 떨어져 있어도 분명 좋은 가격에 좋은 성능을 내주던 의미있는 존재는 맞습니다. 아스수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습니다. 아반떼 스포츠 수동의 약자로 수동 기어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벨로스터 N이 수동으로 국내 출시하는 배경으로 연결되기도 했죠. 어찌됐든 아반떼 AD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원메이크 레이스까지 생겨나며 레이스 트랙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인기 레이스카 모델이 되기도 했었죠. 스포츠카나 수퍼카는 아니지만 적어도 서킷 스포츠 주행에 가장 많이 쓰인 모델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아반떼 스포츠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세대교체가 일어났습니다.

N라인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부여 받았습니다만 엔진의 토크와 출력 수치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엔진 헤드 부분은 새로운 CVVD 밸브제어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제가 보는 CVVD 시스템의 진가는 출력보다 연비 향상 면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출력으로 더 좋은 실 연비를 내줄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주행을 해보기 전에 카탈로그 숫자만으로 찾아낼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럼 아반떼 N라인은 여전히 최고 가성비 수퍼카가 될 수 있을까요?

먼저 단점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대다수 가망 고객들이 옵션에서 선택하게 될 7단 DCT 변속기는 조금 더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상급 현대 차량에 쓰이는 8단 DCT와 비교해도 몇 가지 한계가 드러납니다. 정차에서 출발할 때 클러치의 연결이 느린 편이고 토크 전달이 연결되는 과정도 더 점진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행 중 수동으로 기어를 변속할 때 반응도 평범합니다. 이는 TCU가 레브매칭 기능을 관장하는 신형 8단 DCT가 잘하는 부분이어서 상대적으로 아쉬웠죠. 특정 각도와 속도의 오르막 구간에서 갈팡질팡 계속 기어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모습도 가끔 보였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의 감각도 더 선형적이면 좋겠습니다.


처음 제동력을 걸고 부드럽게 정차하기 위해 페달의 힘을 빼주는 과정에서 약간 컨트롤이 어려웠거든요. 참고로 아반떼 N라인은 엔진 진공 대신 전동 모터의 유압을 이용한 전자식 부스터가 쓰이고 있는데 일관된 기계적 감각을 조금 더 구현해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단시간 급제동시 브레이크 디스크의 열 내구성은 다른 세단과 큰 차이가 없어서 열 변형이나 저더 현상의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가격대에서 불만이라고 토로하기엔 무리가 있죠. 정통 N도 아닌데, 기본 디스크 시스템의 열용량 자체를 키우는 게 부담이 된다면 주행풍을 이용해 바람을 식혀줄 수 있는 플라스틱 통풍 가이드 정도만 추가해줘도 좋겠단 생각입니다. 이 외에 소소한 버그 같은 문제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아반떼의 오토 에어컨은 자동 김서림 제거 기능과 터널이나 악취 발생 지역에서 자동으로 외기 차단을 해주는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이유인지, 긴 터널에만 들어가면 앞 유리에 김이 서립니다. 외기 차단과 자동 김서림 제거 기능 혹은 에어컨 작동이 유기적으로 병행하지 않나 봅니다. 매번 성에 제거 버튼을 누르는 불편함이 이어지니 결국 자동 외기 차단 기능을 끄게 되더군요. 해당 기능은 속히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단점이 눈에 들어옴에도 이 차는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상품 기획의 관점에서 볼 때 전반적인 균형이 잘 잡힌 스포티 세단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200마력을 갓 넘기는 엔진은 1.3톤 초반의 몸무게를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답니다. 부쩍 크기가 커진 현행 아반떼의 덩치를 감안하면 여전히 소형차급 몸무게를 유지하는 경량화 설계가 대단합니다. 기본 장착되는 옵션들의 무게도 적지 않으니까요. 1500rpm이란 낮은 회전수부터 엔진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뽑아내기 때문에 일상적인 운전도 여유롭죠. 204마력은 드라이버들이 쥐어짜고 주무르기 딱 알맞은 출력선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주행에 관심이 없는 이들부터 운전을 배우려는 초심자, 운전을 잘 하는 오너의 손에 맡겨져도 빛이 나죠. 벨로스터 N이 트랙용 장난감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아반떼 N라인은 공도에서 운전의 재미를 제공하기에 필요한 기본 요건 이상을 충족시킵니다. 새로운 파워트레인 덕분에 연비도 뛰어납니다. 자동차 전용 국도에서 제한 속도를 따라 20km를 달리면서 측정해 본 평균 실연비는 무려 27km/L에 달했습니다. 시내 연비는 지역이나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오기에 따로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운전하는가에 따라 연비는 변수가 있지만, 제가 경험해 본 200마력대 엔진 중 가장 연비가 좋았던 엔진으로 꼽을 수 있답니다. 아이들링 정지 기능이 더해진다면, 디젤 엔진 아쉽지 않을 경제성을 보여줄 듯합니다.

스포티한 서스펜션을 경험해 본 적 없는 분들은 다소 단단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기본형 아반떼보다 스포티하게 설정된 하체 감각은 부드러운 타이어 컴파운드 특징에 의해 일정 부분 상쇄되어 전반적으로 괜찮은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배기음도 꽤 묵직합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주변에 N라인이 움직이고 있음을 소리로만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을 살포시 드러냅니다. 낮고 넓게 가라앉은 외형 디자인도 N라인에서 더 잘 어울립니다. 람보르기니가 4도어 컴팩트 세단을 만든다면 이런 모양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죠. 한동안 잠잠했던 인터넷 수퍼카 논쟁이 다시 시작되려나요? 통풍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을 비롯해 첨단 능동형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역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빼곡한 옵션 리스트를 완성합니다. 중형 이상급 차량과 비교해도 특별히 뒤쳐지는 옵션이 없을 정도죠. 결론적으로 성능과 일상성, 경제성과 편의성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입문형 그리고 가족형 N 모델이라 하겠습니다. 아, 스피드를 추구하는 분들은 대용량 브레이크 패키지도 신중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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