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안락한 은신처
보정동 비원(秘院)
오랜 기간 아파트 층간소음과 담배연기에 시달린 의뢰인. 특히 프라이버시와 타인 시선에 무척 예민한 가족들을 위해 마치 안락한 은신처와 같은 집을 짓기로 한다.
그러나 대지 주위로 바짝 붙은 인접 주택들. 이에 건축가는 담과 주택을 이어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 뒤 곳곳에 크고 작은 틈과 외부공간들을 두어, 시선을 조절하고 안팎으로 경험이 상호작용하는 집을 지었다.
벽을 높게 쳐서 막으면 좋겠어요.
신경에 거슬리는 어떤 것도 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남측에 5미터의 좁은 골목을 둔, 남북으로 긴 약 50평의 대지는 법정 주차 2대를 해결하다 보면 이 집만의 외부공간을 만들 여지가 별로 남지 않는 아쉬운 땅이었다. 게다가 대지 주위로 바짝 붙은 인접 주택들로 인해 채광, 조망,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곳에서 의뢰인은 아파트의 단점은 극복하면서, 남 신경 안 쓰고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집'을 원했다. 그러면서도 골목의 분위기를 배척하지 않고 나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담이 위압의 풍경이 아닌 개성과 적절한 견제의 풍경이 될 수 있는 그런 집. 원하는 것을 나열하면서 상충되는 조건들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이 집을 푸는 첫 번째 기준이었다.
이러한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가는 직관적으로 높은 담과 단순한 덩어리가 연결되는 건축적 틀을 만들었다. 담 안에 숨겨진 집은 전체적으로 간결한 형식으로 디자인되었지만, 세부 공간들은 잘게 나누어 안팎의 풍경을 하나의 산책로처럼 연결한다.
밖에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지만, 실내는 크고 작은 외부공간들이 집 안 곳곳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하 작업실 후면의 작은 테라스(선큰), 1층 거실과 연결되는 외부 테라스(마당), 주방과 연결되는 발코니, 숨겨진 2층 중정, 옥상 테라스 등의 외부공간은 내부공간으로 날씨와 계절, 햇빛을 끌어들이며 집안 분위기와 거주 환경을 조율한다.
담 안에 숨겨진 외부공간 중 하나인 중정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가족만을 위한 정원으로, 옥상 테라스와도 하나의 산책로처럼 연결된다.
공사 기간 내내 둘러쳐진 담에 호의적이지 않던 이웃들은 준공 후 그 담이 본인들 마당까지 예상치 못한 아늑함과 긍정적 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눈치다. 더불어 집 모형과 공사 현장을 와보시고는 흔히 보던 집이 아니라 시종일관 탐탁지 않아하시던 그의 어머니도 지내보니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거주성이란 그 공간에서 살아봐야 진가를 알게 되는 것이므로, 설계자로서 더할 나위가 없다.
- 글. 나우랩 건축사사무소 -
건축개요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대지면적: 164.90㎡ (49.88py)
건축면적: 82.08㎡ (24.83py)
연면적: 265.08㎡ (80.19py)
건폐율: 49.78 %
용적률: 92.64 %
주차대수: 2대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총공사비: 약 5억원 (세금, 설계, 감리비 제외)
사진: 이남선
설계: 나우랩 건축사사무소 / room7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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