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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논 한가운데 지은 집

조회수 2020. 8. 21. 18: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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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디귿집

음성 디귿집

자연 속 풍광을 즐기는 집. 3대가 살아갈 이곳에서 서로의 영역을 분리하고 또 연결하는 건축적 아이디어의 요구. 그렇게 디귿집은 낮은 경사지붕과 ㄷ자 안마당 그리고 초록의 외관이 여름에는 초록 풍경의 일부가 되고, 황금 가을 녘에는 대비를 이루며 가족의 삶을 오롯이 담는다.

초록의 논 한가운데 집을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낭만적인 상상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감상에만 빠지기엔 녹록지 않았다. 더욱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시외버스 터미널로 인해 집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어린아이들과 전원생활의 외부 활동을 꿈꾸는 건축주 부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보호된 외부 공간이었다. 특히 어린 두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노부모님을 모실 예정이었으므로 집은 하나이면서 둘이어야 했으며, 집이 실제 면적에 비해 커 보였으면 한다는 요구는 외부 공간이 마치 내부 공간의 일부인, 즉 마당을 가운데 둔 ㄷ자 평면 구조를 가진 단층집을 자연스럽게 연상시켰다. ㅁ자에 비교해 ㄷ자 평면은 한쪽이 단절되어 마주한 양쪽이 두 공간으로 명확히 분할되기 때문에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두 공간을 연결하는 가운데 공간은 공적 공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므로 여러 가지 면에서 부합했다.

내부 공간은 크게 건축주 가족의 영역과 노부모나 손님이 오셨을 때 머무는 영역,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거실과 식당 영역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영역은 필요한 향을 가지도록 배치하고, ㄷ자 공간으로 둘러싸인 마당의 나머지 한쪽은 큰 대문을 가진 담을 세워 안마당에서의 바깥 활동이 외부 시선으로부터 보호되면서도 어느 날은 활짝 열린 대문이 이웃들을 반길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집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안마당은 여름날에는 아이들의 물놀이터로, 가을밤에는 달빛 아래 바비큐 마당으로, 겨울에는 눈 내리는 풍경으로 집의 인상을 수시로 바꾸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내부 공간과 일체화된다. 집 안에서 지붕 위가 보일 만큼이나 안마당 쪽으로 낮게 경사진 지붕은 마당의 개방감을 더할 뿐 아니라 내부 공간과 외부 마당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집 전체가 더 넓어 보이는 데도 한몫을 한다. 

△ 안마당

시골집


시골에 새 집을 지어야 한다는 어쩌면 모순적인 상황은 도시의 택지개발지구에 신축되는 뽀얗고 말끔한 덩어리의 집과는 다른 집이 필요했다. 이에 건축가는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창 밖으로 보이는 흔한 풍경들(박공지붕의 단층집, 창고, 그리고 단순한 형태의 비닐하우스)을 떠올렸을 때 익숙한 집의 형태와 재료를 약간은 비일상적인 방법으로 배치한다면 동네에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간결한 ㄷ자 평면에 시골에서 지붕에 덧댈 때 흔히 쓰는 골강판을 지붕 재료로 사용하고, 육중한 벽돌벽 위에 목재 서까래를 가볍게 내밀어 태우면서 한옥과 민가의 중간 감성을 주고자 한 집은 보강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다소 둔탁한 나무 대문과 안마당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담장, 거친 흙바닥을 통해 시골의 질감을 표현했다. 더불어 거실의 미장 노출 천장과 시공의 흔적을 드러낸 기둥, 거친 굴뚝의 페인트 마감은 내부 공용 공간의 흰 벽면들과 미려한 창호로 인해 대비를 더욱 드러내면서 서로 간의 밸런스를 맞춘다.

△ 시골의 질감을 드러내는 둔탁한 나무 대문과 콘크리트 담장 및 거친 흙바닥
△ 시골집 지붕에 흔히 쓰는 골강판과 목재 서까래는 한옥과 민가의 중간 감성을 준다.
△ 거실의 미장 노출 천장과 시공의 흔적을 드러낸 기둥은 흰 벽면과 대비되며 밸런스를 맞춘다.
△ 거실

초록벽돌집


남쪽을 향한 집의 정면은 마을 길의 가로등 역할을 하는 조명이 매달린 원형 개구부가 있는 담장과 양쪽 두 공간의 측벽으로 구성된다. 집의 네 면 중 유독 독특한 인상을 풍기면서 디귿집만의 존재감을 부각하지만, 집 사방을 일관되게 감싸고 있는 초록 벽돌로 인해 전체의 통일감은 잃지 않는다.

△ 가로등 역할을 하는 원형 개구부
△ 좌측입면

현관에 난 큰 개구부와 마치 창틀처럼 보이는 대리석 마감 그리고 육중한 굴뚝은 원경에서의 집에 대한 스케일을 흐리면서 자칫 커 보일 수도 있는 집을 다소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집 주변을 둘러보면서 단순한 평면에 사방이 동일한 재료지만 네 면이 모두 다른 입면을 발견하는 것은 이 집만이 가진 또 다른 재미다. 전체적으로 낮은 볼륨에 유독 올라온 굴뚝이 실제로 난방 기능은 하지 않고 단순 장식에 가까운 요소로 자리한 것은 기능 위주의 아파트를 떠나 어릴 적 시골집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상징적 표상의 의미를 갖는다.

△ 우측입면

도시에서 흔히 보기 힘든 초록 외관은 여름에는 무성히 자란 초록 들판에 숨어버리지만 가을 수확 때의 황금 들판과는 대비를 이루면서 주변과의 관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①중정 ②아이방 ③취미실 ④현관 ⑤드레스룸 ⑥안방 ⑦거실 ⑧식당 ⑨주방 ⑩다용도실 ⑪손님방
①취미실 ②다용도실
①중정 ②거실
①손님방 ②아이방


건축개요 


위치: 충청북도 음성군 대소면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1층  

대지면적: 660.00㎡ (199.65py)  

건축면적: 132.51㎡ (40.08py)

연면적: 131.28㎡ (39.71py)

건폐율: 20.08%

용적률: 19.89%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주차대수: 1대

최고높이: 4.43m

사진: 진효숙

시공: 르페르

설계: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02.722.9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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