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소망을 담은 집

조회수 2021. 2. 8.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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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정(備比庭)

평창동 주택
비비정(備比庭)

자식, 손자와 함께 여생을 보내기 위해 건축가를 찾은 노부부. 설계미팅 때마다 꾸깃꾸깃한 집짓기 노트에 빼곡히 써 내려간 메모들은 3대가 살아갈 집에 대한 노부부의 절실함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남북으로 세장하게 꺾인 부정형의 경사지. 대지가 갖는 명확한 한계 속에서 건축가는 대지에 순응하는 두 개의 영역으로 집을 분절하고 사이를 비워내는 것으로 건축을 시작했다.

튼 ㅁ자 구조의 평면과 중정을 중심으로 흐르는 빛과 바람. 서로의 시선이 만나고 교차하는 이곳에 더해진 자연재료들은 시간과 함께 채워지고 변해가며 쉼 없이 기록한 노부부의 집짓기노트를 또 다른 이야기로 채워간다.

경사진 대지 위로 형성된 주택. 간결한 변화를 담아낸 고벽돌 담장과 1층 외벽은 단단한 기단으로 읽히며, 안정감을 더한다. 분절된 담장 사이로 내어준 수목은 도심의 단독주택이 지닐 수 있는 공공에 대한 작은 ‘배려’이다.

△ 단면 투시도

1개 층 높이의 옹벽을 존치한 상태에서 계획해야만 했던 상황. 건축가는 습기에 대응하고, 충분한 자연환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옹벽 쪽의 1층 매스는 철근콘크리트로 계획하였다. 그렇게 구성된 철근콘크리트 보를 중목구조의 기둥, 보와 2층 바닥장선과 합성구조로 활용했으며, 그 위에 경량목구조로 2층과 지붕을 구성하였다.


목구조로는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옹벽과 베란다, 테라스 부분은 철근콘크리트구조로 풀어내고, 그 구조를 활용하여 목구조를 하이브리드화 방식의 구조. 더불어 지붕은 1층으로부터 연속한 수직기둥에 기댄 릿지 빔(ridge beam) 구조 방식으로 하여, 내부공간의 질서로부터 자유롭게 천장을 구성할 수 있었다. 리듬감 있게 흐르는 대지의 방향을 따라 구성된 꺾인 지붕선은 간결한 형태의 언어를 가진다.

△ 공사모습

따뜻한 자연재료인 벽돌, 나무를 주로 사용하되, 각 재료가 가진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건축가는 재료가 맞닿는 곳곳을 세심히 다뤘다. 특히 주변 주택들과의 경관을 고려해 오픈 조인트 방식으로 시공한 목재탄화목과 고벽돌 쌓기로 간결하게 구성된 외부마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외부경관에 리듬감을 더했다.


△ 주출입구
△ 중정

채광에 불리한 대지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개의 영역 사이에 공간을 비워 만든 중정(中庭)은 빛과 바람, 시선이 마주치고 교차하는 ‘교감의 장소’이다.


중정을 통해 서로 다른 방향과 레벨에서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곳을 통해 산란된 빛은, 각 실로 연결되는 내부공간 어느 곳에서도 사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무겁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중정과 면해 연속하여 흐르는 복도를 따라 내부공간으로 연결되고 중정을 둘러싼 곳곳의 테라스 외부공간은, 일상 속에서 자연과 끊임없이 교감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렇게 건축가는 자연과 가족의 일상이 자연스레 교차하고 교감하는 ‘일련의 순간'을 계획하고 조합하는 과정으로 집을 그려갔다.

△ 중정에서 바라본 내부공간 모습

△ 현관 복도
△ 한 면이 트인 ㅁ자 구조의 평면은 현관과 중정, 거실로 시선이 이어져 흐르도록 한다.
△ 1층 주방과 식당, 거실 공간

현관을 드나들 때마다 변화하는 자연과 마주하는 일상을 그린 튼 ㅁ자 구조의 평면은 동선의 축을 따라 창과 문을 두고, 계단과 담장으로 공간을 경계 짓고 연결하여 깊이감을 더했다.


기둥과 보는 공간을 분절하고 통합하는, 일종의 ‘내재된 질서’이다. 내부공간은 경사진 대지의 형상을 따라 단차를 만들어 중정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으며, 주방과 식당, 거실공간은 때에 따라서 직접적인 시선을 루버 슬라이딩 덧문으로 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루버는 간결한 내부공간의 유일한 인테리어 요소이자, 빛을 산란시켜 공간의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 낸다.

△ 주방에서 본 중정과 거실
△ 루버 슬라이딩 덧문
△ 거실
△ 거실 남측벽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세면실과 화장실로 이어진다. 이 공간에는 간접조명을 설치해 공간에 깊이감을 더했다.

△ 2층 계단실의 경사 천창, 복도의 파티오 창에서 외부 테라스로 이어지는 빛의 변화는 공간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 2층 침실(게스트룸)
△ 2층 안방
△ 2층 가족실 및 서재
△ 2층 서재

2층 서재에서 중정과 가족실로 연결되는 개방감은 기둥에 기대어 매달린 수벽과 루버 슬라이드 덧문을 통해 극대화된다. 더불어 중정을 향한 대형 고정창을 통해 자연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내로 끌어들이고자 했으며, 건물 서측의 외부 수직루버(탄화목)가 마주 보는 주택의 직접적인 시선을 차단해주었다. 루버를 통해 걸러져 유입되는 편안한 빛은 목재의 따스한 감성을 더욱 짙게 만든다.

△ 2층 가족실 내부로 풍경을 담아내는 코너창
△ 목조로 이뤄진 박공지붕의 경사를 활용한 천창을 두어, 사적공간인 욕실에 볼륨감과 아늑함을 더했다.
△ 2층 테라스

“다른 사람들은 집을 지으면 10년은 족히 늙는다는데, 저희는 그 과정을 온전히 감당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어요.”

도심 한가운데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녹록한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일평생에 많아야 한두 번 ‘집짓기'를 한다. 그마저도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찾으러 다니고, 건축가와 시공사를 알아보며 겪는 과정을 통해 오롯이 내 집이 되는 순간까지는 불안과 고뇌의 연속인 경우가 적지 않다. 여생에 남은 마지막 소임이라며 자식과 손자, 이렇게 3대가 함께 살아갈 집을 의뢰한 노부부는, 한순간도 절실함이 담긴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았으며, 설계미팅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시던 꾸깃꾸깃한 집짓기노트에 써 내려간 메모들은 책 한 권은 족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의 본디 건축가의 손을 떠난 뒤, 가족이 입주해 일상을 통해 채워지고 변해가면서 완성된다고들 한다. 비비정의 시공 현장에서 이뤄진 감리 회의 차수만 총 26차. 그 과정에서도 쉼 없이 기록한 노부부의 ‘집짓기노트’의 이야기들은 또 어떻게 즐겁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 건축사사무소 리얼랩 도시건축 -
①현관 ②방 ③중정 ④식당 ⑤주방 ⑥다용도실 ⑦거실 ⑧세면실
①안방 ②게스트룸 ③발코니 ④테라스 ⑤서재 ⑥가족실 ⑦데크 ⑧텃밭(화단)

건축개요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
용도: 단독주택
규모: 지상2층
대지면적: 646.00㎡ (195.42py)
건축면적: 184.03㎡ (55.67py)
연면적: 290.96㎡ (88.02py)
건폐율: 28.49%
용적률: 45.04%
구조: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1층 - 철근콘크리트조+경량목구조+중목구조 / 2층 - 경량목구조+중목구조
주차대수: 2대
사진: 이한울
시공: ㈜지음재건설
설계: 건축사사무소 리얼랩 도시건축 / 02.318.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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