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참 안했나봐, 이런 대학을 다녔어?"
※ 다음 글은 잡플래닛에 남겨진 리뷰와 못다한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 면접 보러 간 그 여자의 이야기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해서 이런 대학 갔나 봐?"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이야. 면접 원투데이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질문은 처음이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 같은 곳에서 면접 보러갔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며 황당해하는 글을 보고 웃은 적은 있지만 내 일이 될 줄이야.
면접관이 공부 안 해서 대학 여기 나왔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네, 공부를 안 해서 이런 대학을 다녔네요. 하하." 아니면 "아니요. 공부 되게 열심히 했는데 이런 대학을 다녔네요. 하하." 뭐 이런 대답을 해야 하는 건가?
어떤 답을 듣고 싶어서, 무엇을 보겠다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거기다 심지어 언제 봤다고 초면에 반말이다. 내가 조선 시대 노비 면접을 보러 온 것도 아니고 회사 면접 보러 와서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가?
'너야말로 대학은커녕 가정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서 예의도 상식도 없이 초면에 반발로 이딴 질문이나 하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런데 다음 질문들은 더 가관이었다.
"그런 거 좋아해서 몸이 좀 그런가 봐? 누구랑 같이 살아? 아이 계획은 있어? 남편 직업은 뭐야?"
외모 비하 질문을 하더니, 결혼 여부를 묻는다. 점입가경이다.
'얼마나 좋은 대학 나왔는지 모를 면접관 네놈은 면접 자리에서 외모 비하를 하는 것이 성희롱에 해당하고, 결혼 여부를 묻는 것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 위반이라는 건 아느냐?' 고 묻고 싶은 것 역시 꾹꾹 눌러 참았다.
이 회사를 다니게 되면 어떤 앞날이 펼쳐질지, 고작 이런 대학 나온 나지만 벌써 알겠다. 여보세요 면접관님. 저도 여기 안 다니렵니다. 붙어도 안 가요.
◇ 성수기 끝나고 해고통보 받은 그 남자의 이야기
우리 회사 면접을 보셨나 보군요. 면접에 붙어도 안 오시겠다니…같이 일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저도 이곳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 조만간 그만 다니게 될 것 같아요.
그만뒀냐고요? 아니요. 잘렸어요. 처음 회사에 들어오던 날이 생각나네요. 꽤 채용 규모가 컸었죠. 그래서 꽤 탄탄한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성수기 일 바쁠 때 사람 잔뜩 뽑아놓고 비수기에 일이 줄어들면 사람도 같이 '싹둑' 잘라버리는 회사였더라고요.
이번에는 제 차례가 됐나 봅니다. 성수기에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이 일했는데…퇴사 통보에도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여긴 뭐 그냥 '내일부터 나오지 마'네요. 다른 직장 구할 시간은 좀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보다 먼저 입사한 직원들 얘기 들어보니까 매번 이런 식으로 했나 보더라고요. 바쁠 때 잔뜩 뽑아 놓고 밤낮으로 돌리다가 급한 불 끄면 마음에 드는 직원들 몇몇 남겨두고는 다 내보는 식의 반복이라고…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곳 더 알아봤을 텐데…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른 회사를 찾아봐야죠. 이번에는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회사를 찾아 보려구요. 면접자님도 직원을 소모품이 아닌 직원으로, 사람으로 존중해 주는 좋은 회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박보희 기자 bh.park@company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