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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터미널 근처 주민들이 줄서서 먹는 대박집

조회수 2020. 7. 28. 14: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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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고기 20년 대박집, 동강오리 강호순 사장님

오늘 EO가 만난 분은, 중랑구에서 20년째 오리고기 음식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계신 동강오리 창업자 강호순 사장님입니다. 경기 침체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강호순 사장님의 동강오리는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요. 다양한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20년째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박집'을 운영하실 수 있었던 노하우를 소개해드립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동강오리 창업주 강호순입니다. 20년 째 '동강오리'를 성황리에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는 다른 가게와 달리 가족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내가 사장이다' 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Q. 어떻게 오리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시고,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친정 어머니가 종가집 맏며느리였습니다. 덕분에 어머니의 타고난 요리 솜씨를 제가 물려받아 맛있는 음식을 곧잘 만들었어요. 동강오리 이전에 여러 사업을 했는데 제가 했던 첫번째 사업은 슈퍼 매장이었어요.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장 한 켠에 평상을 놓고 손님들에게 찌개를 끓여줬습니다. 그때 손님들이 '음식 맛이 좋다'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하루는 어느 손님이 '사장님, 슈퍼 말고 차라리 식당을 해보는 게 어때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제 마음에 들어와서 슈퍼를 팔고 식당을 차리게 됐어요. 


새롭게 시작한 식당은 정통 갈비집이었습니다. 소소하게 운영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친한 동생이 저를 찾아와서 '서울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은 괜찮은데 장사가 힘들어 보인다. 언니가 올라가서 일손을 보태면 가게가 잘될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서울로 올라와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울에 오기 전, 운영하던 식당 주방장에게 속성으로 요리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 근데 주방장님이 말씀하셨어요. '사모님 이 요리 기술만 가지고는 서울 가서 일류 음식점을 못 만듭니다. 1년 동안 한 식당에만 머물지 마시고 여러 식당을 다니며 요리를 배우세요. 그러면 사모님만의 요리 기술이 생길 거예요'라고요. 주방장님의 조언에 따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점 일을 배웠습니다. 


남편이 운영하던 상주갈비는 처음에는 잘되는 식당이었어요. 바로 앞에 큰 예식장이 있었고, 예식장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죠. 그런데 IMF 때문에 예식장이 부도가 났고, 예식장이 문을 닫으니 주변 상권도 무너진 거에요. 너무 힘드니까 상주갈비를 폐업하고 부동산에 가게를 내놨어요. 핸드폰 대리점이나 노래방을 하려고 준비도 했는데, 막상 확신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아이템을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오리고기로 유명한 곳에 갔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형편없는 거에요. 갈비탕 만드는 방식으로 오리탕을 만들면 맛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봤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오리구이와 오리탕을 주력메뉴로 해서 동강오리를 개업하게 되었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식당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처음 동강오리를 개업했을 때, 제가 하루에 2시간도 잠을 못 잤어요. 저녁 12시까지 장사하고 새벽 시장을 다녔거든요.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집에 돌아오면 새벽 4시가 됐는데, 두 시간 자고 일어나 시부모님 밥 해드리고 오전 9시에 다시 가게에 나갔습니다. 제가 이 생활을 10년 넘게 했는데, 그 때문에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까지 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내가 주저앉으면 우리 가족이 무너진다'는 생각에 일을 쉴 수 없었죠.

Q. 동강오리가 20년간 지역 맛집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사실 오리라는 메뉴가 보양식이잖아요. 그래서 처음 개업을 할 때만 해도, 오리고기는 수도권 외곽이나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었어요. 그런데 당시 웰빙 붐이 불었거든요. 웰빙에 대해 소개하는 기사를 보고, 아 이건 되겠다 싶었죠. 청 3개월은 손님이 없었지만, 4개월째부터 자연스럽게 잘 되기 시작했고, 그 후로 쭉 잘되고 있어요.


저희의 주력메뉴는 통마늘 오리주물럭인데요. 이걸 개발하게 된 계기가 굉장히 우연하게 찾아왔어요. 어느 날, 가게의 단골 손님이 제게 통마늘을 조금 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무얼 하나 봤더니 오리고기 기름에 통마늘을 달달 볶아 드시더라고요. '저게 무슨 맛인가' 하고 저도 구워서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어요. '통마늘 오리고기'를 메뉴에 추가하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편이 반대했습니다. 결국 제가 설득 끝에 메뉴를 추가했는데 현재 동강오리 매출의 98%가 통마늘 주물럭이에요.

Q.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동강오리를 시작하고 지역 주민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나기 시작할 즈음 조류독감 사태가 터졌어요. 전라도부터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어요. 전라도 지역에 오리농장이 많습니다. 사태 초반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류독감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독감이 전국으로 퍼졌어요. 오리 고기 수급이 어려워졌고, 하루 평균 사십 마리를 판매하던 가게에서 2마리 밖에 못 판 적도 있었어요. 


음식점을 찾아주는 손님도 없고, 식재료도 없으니 가게에 홀로 남아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잡을 길이 없어서 당시에 제가 책을 많이 읽었어요. 마음 공부와 관련된 교양 서적들을 손에 들고 하루하루를 지나갔습니다. 돌아보면 그 때 읽은 책들이 제 삶의 밑거름이 되어줬습니다.

Q.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님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손이 작고 남 주기 아까워 하는 사람은 절대로 식당하면 절대 안됩니다. 내 음식을 남들이 찾아 와서 먹어 주는 것에 감사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식당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남 주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식당하지 마세요. 


식당 창업에 도전했다 실패하면 최소 2-3억은 날아갑니다. 사업을 시작하려면 대출받은 돈 말고 자신이 모은 돈이 있어야 해요. 대출 받아서 식당을 창업하신 분들은 하루 빨리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마음을 가지고는 손님들에게 후하게 음식을 대접할 수가 없어요. 


저는 식자재 값을 가능하면 주방에 알려주지 않아요. 예를 들어, '요즘 파가 비싸다'고 얘기하면 주방장이 음식에 들어가는 파를 조금 넣게 됩니다. 그러면 음식이 제 맛을 내지 못해요. 저는 식자재가 비쌀 때일수록 재료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식업은 동네의 특색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강남은 슴슴하고 달달한 걸 좋아하고, 노동자가 많은 지역은 얼큰하고 매운 걸 좋아하죠. 여러 식당을 방문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왜 잘되는 지 분석하고, 잘 안 되는 집에 가서는 '나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더 세밀하게 음식점을 살펴보세요. 


동강오리는 이제 2호점을 넘어서 체인점 운영을 준비하고 있어요. 2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일해서 지금은 인공관절까지 달았지만 저는 사업가로 사는 이 인생이 너무 즐겁습니다.

글 유성호

hank@eoeoeo.net

유하영

chloe@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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