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토종 서비스, 왓챠 이야기

조회수 2020. 7. 30.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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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토종 OTT 서비스 창업기

세계 1위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1997년 DVD 렌탈 서비스로 시작해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오픈한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는 전 세계 1억 8천만(2020년 4월 기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45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미디어 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고, 아마존-디즈니-애플 등의 회사에서도 OTT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OTT 붐'을 타고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OTT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종 OTT 스타트업 중에서 유일하게 넷플릭스와 비견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왓챠입니다. EO가 오늘 만나본 분은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토종 OTT 서비스 왓챠를 서비스하는 박태훈 대표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왓챠 대표 박태훈입니다.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받는 왓챠와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은 230억 원을 받았고, 왓챠와 왓챠플레이를 합쳐서 500만 명 가량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Q. 학창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딱 두 가지 활동만 했는데, 하나는 어머니가 하라고 하신 눈높이 수학이랑 컴퓨터였어요. 제가 동네에서 컴퓨터 고치는 애로 유명해서 동네 컴퓨터를 다 고치고 다녔습니다. 그 이후에 PC 통신을 쓰면서 인터넷의 엄청난 덕후가 됐어요. 중학교에 올라가 수학경시대회에 나갔는데 제가 특차를 받게 됐어요. 그 수상이력으로 서울과학고에 입학했고 서울과학고를 조기수료해서 이후에 카이스트에 입학했습니다. 


학생 때는 뭔가를 만들고 일을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어요. 카이스트에서 가장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일을 배울 수 잇는 곳이 카이스트 교육 방송국인 'VOK' 동아리였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작부, 제작부장, 국장 까지 3년 간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제가 단편 영화 촬영에도 흥미를 느껴서 영화감독을 꿈꾼 적도 있는데 금방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꿈을 접었어요.

제가 2003년도에 카이스트에 입학할 즈음 IT업계에서는 다음, 네이버, 엠파스가 열심히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서울에 구글 코리아 사무실이 처음 들어왔어요. 제가 매일 매일 IT 기사들을 섭렵하듯이 읽었습니다. 어떤 서비스가 새로 나오면 바로 경험해봤어요. IT 서비스를 경험하고 체화하면서 나름대로 미래의 사업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모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40~50개 정도의 서비스 아이디어를 모았는데 그게 전부 개인화, 자동화, 추천이 들어간 서비스였습니다. '아, 내가 생각한 미래는 개인화가 심화된 사회이고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는 자동화 추천 서비스이구나' 라고 생각해서 주변 친구들을 모아 창업을 했습니다. 여러 사업 아이디어 중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할만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영화를 모티브로 사업을 펼쳐 나갔어요.

Q.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 왜 영화가 사업성이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화 감독, 영화배우,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영역의 팬이 존재하지요. 저희가 영화 추천 엔진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개발할 당시에도 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훌륭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영화는 이미 포털사이트에 감독, 주연, 조연, 박스 오피스 점수가 모두 공개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추천 엔진에 기반이 될 수 있는 정량적인 데이터가 굉장히 많은 영역이었습니다.  


좋은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면 '닭과 달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왓챠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맞는 영화 추천을 잘 하면 고객들은 왓챠로 영화 추천을 받으러 옵니다. 그런데 이때 고객들이 영화 시청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데이터들이 다시 축적이 되고, 저희는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더 나은 영화 추천을 할 수 있어요. 영화 추천이 먼저냐, 영화 추천을 위한 데이터가 먼저냐 하는 것이죠. 


처음 서비스를 구축할 때 데이터 축적의 방향성을 정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영화팬들은 자신이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고 영화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걸 자랑하고 싶어하기도 해요. 그래서 고객들에게 별점 평가를 통해 당신이 본 영화의 갯수를 세어보라는 컨셉을 만들고, 별점 평가로 자신이 영화를 800편, 1,000편 봤다는 사실을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이 어느정도 호응을 얻어서, 당시에 네이버 영화 별점 평가 수가 700만 개 정도였는데 왓챠가 5개월만에 500만 개의 별점 평가를 모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축적되고 있는 고객들의 별점평가 데이터는 왓챠가 더 나은 영화를 추천하는 데 사용되고 있어요.

Q. 별점 평가 시스템인 왓챠에서 유료 콘텐츠 시청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로 발전하게 되었는데요. 이유가 있었을까요?


왓챠를 운영하다가 왓챠플레이를 만들게 된 계기는, 유저들이 추천받은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에요. 요청들을 보고 '월정액 VOD 서비스를 만들어 추천 영화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겠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투자를 받으러 투자자들을 만나봤는데,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VOD 서비스는 대기업이 1년에 걸쳐서 천 억씩 예산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데, 왓챠 같은 중소기업이 이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겠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기존의 VOD 서비스와 왓챠플레이의 차별점은 '추천'에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많은 양의 콘텐츠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콘텐츠를 들여올지 정하고, 그 콘텐츠가 실제로 왓챠플레이에서 상영됐을 때 몇 명의 사람들이 영상을 시청할지에 대한 정량적이 데이터가 모두 계산된 표를 저희가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왓챠플레이 서비스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주장할 수 있었고, 5개월 동안 자본금 30억을 가지고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현재 왓챠플레이는 약 6만 편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이중에서 80% 이상이 개개인 맞춤 추천을 통해 고객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왓챠와 왓챠플레이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왓챠처럼 고객의 시간을 소비하는 서비스는 그에 해당하는 고객 만족도를 최우선 과제로 가져갑니다. 몇 개의 주목받는 콘텐츠로 단기적인 흥미를 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왓챠에 들어왔을 때 언제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죠. 플랫폼이 개인의 취향을 인지하고, 그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해준다면 고객은 어떤 콘텐츠를 볼 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높게 가져갑니다. 


우연하게도 왓챠플레이와 넷플릭스는 2016년 1월에 동시 론칭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희가 왓챠플레이를 개발하면서 콘텐츠 계약을 진행하고 있을 즈음,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넷플릭스가 진출하는 시장에서 국내의 작은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부적으로 왓챠 팀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저희 사업에 호재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존 방송사와 통신사가 장악하고 있던 비즈니스 시장에 벤처기업 하나가 뛰어드는 것보다, 비슷한 서비스의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더 큰 화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죠. 실제로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큰 화제를 몰면서 '국내에는 왓챠플레이라는...' 식으로 저희가 여러 번 언급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넷플릭스가 주도권을 가진 시장에서 왓챠플레이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질문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속한 OTT 영역은 다른 IT 영역과 차별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 IT 서비스는 승자독식 체제가 짙었습니다. 그런데 OTT 시장이 가장 활성화 되어있는 미국의 경우 2019년 기준으로 가구당 4.5개의 OTT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TOP 5 안에 드는 OTT 서비스는 살아남기 좋은 환경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죠.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OTT 서비스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추측'은 미국 시장에서 이미 잘못된 가설이라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왓챠 입장에서는 넷플릭스 라는 거대 기업이 존재하는 세상이 저희가 성장하기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Q. 왓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창업의 근본은 방향성에 있어요. 내가 구체적으로 'A, B, C를 해서 D를 이룰 것이야'라고 하면 과정 사이에 많은 변수가 있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 때 굉장히 쉽게 좌절하거나 창업을 한 목적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을 잡고 나면 A, B, C, D의 순서가 바뀌어도 과정이 바뀔 뿐 사업의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왓챠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개인화'라는 방향성을 정했습니다. 과거의 시청자들은 방송사에서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그냥 봐야 했어요. 앞으로는 소비자가 선택해서 원하는 콘텐츠만 보는 세상이 올 겁니다. 그럼 내 취향을 잘 알아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콘텐츠를 지금보다 더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겠죠. 지금 1년에 만들어지는 영화는 11,000편, 음악은 620만 곡 정도인데요. 10년 전이랑 비교하면 수십 배 정도 늘어난 규모입니다.

OTT는 결국 스크린이 무한대인 영화관이자 채널이 무한대인 방송국과 똑같아질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극장은 큐레이터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자본이 투입된 영화는 많은 수의 스크린, 좋은 상영 시간, 좋은 영화관을 편성받지만, 소규모 자본 영화는 그에 비해 비교적 안 좋은 조조나 심야 시간대의 영화를 상영하고 적은 좌석 수의 영화관을 배정받아요.


그런데 영화의 성패는 좌석 점유율 위주로 이루어지니까 불공평한 일이 생깁니다. 다양한 창작자의 창의적인 작품들이 극장에 올라가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거죠.


왓챠는 능력 있는 창작자들과 제작진의 작품들이 자본의 규모에 상관없이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는 공개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원합니다. 다양성이 실종되면 우리 모두는 조금씩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죠.


올해는 저희가 왓챠 플레이 일본 론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동남아 론칭도 준비할 예정이고요. 저희의 목표는 아시아 내에서 넷플릭스보다 훨씬 큰 OTT가 되는 것입니다. 아시아 시장만큼은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 보다 한국 기업인 왓챠 플레이가 더 큰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Q.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해드리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창업은 훨씬 힘들다는 점입니다. 주변 창업자를 찾아가서 한번 물어보세요. 창업이 생각보다 쉬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두 번째는 창업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스타트업 중 90%가 3년 이내에 폐업한다고 합니다. 만약 당신이 90%의 확률을 뚫고 성공할 창업가라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여야 합니다. 사업 아이템과 시장의 크기 등 여러 가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세요.


세 번째는 실패에 대한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겁니다. 나는 창업을 하고 싶은데 창업을 하기 위해서 이러이러한 준비를 해서 몇 년 뒤에 창업하겠다는 말은 실패에 대한 비용을 계속 높이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어떤 준비를 하든 3년 동안 창업하지 않고 준비하는 것보다 창업을 하고 3개월 이내에 배우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장담해요. 실패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이지 마시고 창업에 대한 의지가 있으시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있고 어떤 해결방안을 가지고 나아가겠다는 게 섰다면, 창업의 문을 하나하나 두드려가면서 작은 성공을 만들어보세요. 내가 생각했던 문제를 내가 만든 해결방안으로 풀었을 때 굉장한 희열을 맛볼 수 있습니다.

글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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