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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조용한 유통혁명

조회수 2020. 8. 4.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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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최대 플리마켓, '곳장' 이야기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한 나라인데요. 이러한 격차는 일자리, 금융, 의료는 물론이고 문화예술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오늘 EO가 소개해드릴 분은 이러한 수도권-지방 격차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광주 지역에 플리마켓 문화를 성공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곳장의 허지연 대표님입니다. 


곳장은 지역의 셀러를 발굴하고 브랜드를 성장시키면서 일 매출 3-4억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마켓의 문이 닫히자 온라인 마켓을 열어 소규모 브랜드와 개인 셀러들의 판매 경로를 확보했습니다. 광주와 전라도 지역의 새로운 로컬 문화 개척을 꿈꾸는 허지연 대표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곳간을 채우는 장터, 곳장을 운영하고 있는 허지연입니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 있는 소규모 브랜드를 육성하고 고객과 브랜드가 만날 수 있는 장터 제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 달 곳장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평균 브랜드 수는 100개 정도이고, 이틀 기준 3만 명 정도 관람객이 다녀가세요. 


곳장의 수입은 셀러들이 입점할 때 지불하는 참가 수수료로 운영이 되고 있어요. 다른 플리마켓과 달리 셀러들의 판매 금액에 대한 수수료는 받고 있지 않습니다. 연간 평균 수입은 4억 정도 발생하고 있어요. 매회 플리마켓을 진행했을 때, 곳장을 통한 셀러들의 수입을 통산해보면 평균 3-5억으로 연간 40-50억이 됩니다. 백화점의 일일 팝업 행사보다 많은 액수의 금액이에요.

Q. 곳장을 창업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곳장을 만들기 전에 저는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우연한 기회로 지역 활성도가 큰 플리마켓에 참여했는데, 서울이나 경기권에서 플리마켓이 새로운 유통시장으로 굉장히 활성화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플리마켓에 참여해서 고객과 소통도 하고 예상치 않은 수익도 얻을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을 하고,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 광주에도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마켓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한 번 해볼까?’ 곳장을 창업하게 됐어요. 


곳장 이전에도 광주 지역에 플리마켓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마켓이 규모가 작거나 제품의 완성도가 높지 않았어요. 경쟁력이 없는 시장이었습니다. 고객은 전문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데, 좋은 제품을 만드는 지역의 셀러들이 어디 없을까 하고 찾아 나섰어요. 광주 및 전남 지역은 전국적으로 손맛 좋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개인 셀러분을 찾아 다녔을 때 정성껏 좋은 재료로 식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많이 만났어요. 상품 포장이나 브랜드 요소만 조금 더 다듬으면 백화점 브랜드 섹션 못지 않게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광주와 전남의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는 플리마켓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Q. 곳장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존 플리마켓은 셀러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고객이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 외에는 즐길 거리가 부족했어요. 그런데 곳장은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고객들이 이곳에서 여러 시간과 금전을 소비하는 만큼, 우리도 고객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체험 부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리마켓 참여 브랜드 중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있다면 체험 부스에서 미리 경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게 한다거나, 부모님이 쇼핑하는 동안 자녀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니까 어린 손님들이 '엄마 우리 곳장 언제 가요? 이번에 곳장에 가면 나 뭐 해요?' 라고 물어보는 거에요. 부모님들에게 곳장이 어린 자녀와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조금씩 생겼습니다.

Q. 곳장을 창업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고객을 만나기 위해 제대로 한 번 판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는 셀러 분들이 적은 편이에요. '나는 그냥 공방 방문객과 거래하는 게 편하다' 이렇게 말씀하신 대표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내 제품이 더 많은 고객에게 선보여지기 원한다'고 다들 말씀하세요. 그러면 고객과 소통하고 다양한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 경로에 자사를 노출해야 하잖아요. 


저희가 초기에는 지역 셀러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기반 마련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곳장을 처음 시작할 때, 서울 지역에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열심히 모셔왔습니다. 제가 타 지역 플리마켓을 돌아다니면서 셀러분들과 친분을 쌓고, 대중성과 독창성을 겸비한 브랜드를 광주로 많이 초대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어? 서울의 그 브랜드가 광주에 온다고? 그 유명한 셀러가 곳장에 참여하면 나도 한 번 여기에 참여해야겠다' 는 반응이 많이 나왔습니다. 


서울의 유명 셀러들은 부스를 설치하고 제품을 진열하는 수준부터가 달랐어요. 광주 지역의 셀러들은 그분들이 작업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이죠. 서울의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으로 처음 곳장에 문을 열고 고객의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첫 회에 7,000명 정도가 곳장에 방문해주셨어요. 그 다음 곳장 2회차에는 2만 명 정도가 방문해주셨고, 서서히 광주의 플리마켓이라고 하면 곳장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로컬 셀러분들에게 다가가서 '서울 셀러들 못지 않게 잘 하고 계신다'고 자신감을 심어드리는 일을 했어요.

Q. 광주 지역에 흩어져 있던 셀러들이 곳장에 모여서 큰 시너지를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반 플리마켓이 몇 회 열리고 나서, 지역 셀러분들이 스스로 주변 브랜드에 곳장 참여를 격려해주시고, 숨겨진 브랜드를 발굴해서 저희에게 알려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셨어요. 그 덕분에 현재 곳장에 참여하는 셀러 중 광주 기반 브랜드가 30-40%까지 늘어났습니다.  


곳장은 300개 이상의 브랜드와 협력하고 있고, '광주를 넘어서 타지역에 진출해보자'는 생각에 천안, 창원, 인천국제공항, 판교 현대백화점 등 각 지역을 돌며 곳장 플리마켓을 개최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16번 플리마켓을 개최했는데, 곳장을 통해 알려진 브랜드 중에는 부모님이 직접 농사지으신 도라지를 가지고 조청을 만들어서 행사 이틀 동안 2,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시는 곳도 있어요.

Q. 대형 유통 플레이스가 아닌 플리마켓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요즘 플리마켓 셀러분들의 테이블 셋팅을 보면 '내가 지금 브랜드 매장에 온 건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예쁘고 센스있어요. 어떤 셀러분들은 백화점 브랜드와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다가 이제는 플리마켓만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루는 제가 '백화점에 계시면 고객 층도 다양하고 더 편하게 장사하실 수 있지 않냐'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대답하길 '백화점 입점 브랜드는 대형 유통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판매하다보니 브랜드 색깔도 좁아지고, 대기업의 이미지를 제품에 주입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고 하시는 거에요. 개별 셀러들은 자기 제품의 고유한 특성과 매력이 더욱 돋보이길 원하니까 대형 유통 플레이스 보다 플리마켓 참여를 더 선호하시는 것 같아요. 


또, 플리마켓에 참여하면 매장 비용 등 공간비가 줄어드니까, 줄어든 공간비를 더 좋은 제품 가격으로 산정할 수도 있어서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이익이 되죠.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곳장은 현재 여러 작가님들과 협업해서 곳장만의 굿즈를 만들고 있어요. 광주의 지역색을 잘 녹여내낸 제품으로 곳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여러 개 준비중입니다. 최근까지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오프라인 플리마켓을 계속 진행해왔는데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오프라인 마켓을 이용할 수 없게 되다 보니 기간이 한정된 온라인 곳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곳장이 광주와 전라도에서 하나의 축제이자 문화로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곳장에 가면 뭘 살 수도 있고, 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요즘 어떤 문화가 유행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생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로컬 브랜드가 시장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허브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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