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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우리가 질문을 꼭 해야하는 이유'

조회수 2020. 11. 4. 15: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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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스탠포드 대학교 부학장 폴 킴 교수

미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스탠포드 대학교에 한국인 교수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 EO가 만난 분은 스탠포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폴 킴 교수님인데요. 초중고를 우리나라에서 졸업하고 미국 최고 명문대의 교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교육이 미국의 교육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폴 킴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폴 킴입니다. 스탠포드 대학교 교육 대학원에서 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와 부학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스탠포드에 온 지는 17년이 됐습니다. 17년 동안 실험적 강의를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며 한 강의실에 전 세계 2만 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Designing New Learning Evironment'와 같은 MOOC 수업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Mobile Learning'을 통해서 전 세계에 퍼져있는 사람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함께 하고 혁신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창업에 도전하는 수업도 운영하고 있어요.

Q. 스탠포드 교육대학원에 합류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교육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새로운 기술적인 모델들은 뭐가 있을까' 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발전한 교육 기술을 가지고 세계 각국에 가서 교육의 발전 가능성을 실험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스탠포드 대학교는 미래 교육 혁신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스탠포드 교육 대학원에 들어오게 됐어요. 이곳에서는 실제로 다른 학교에 없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Q. 학장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12년 동안 공부하면서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공부의 중요성은 무엇인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어요. '한국과 다른 세상은 없을까? 다른 체제, 환경, 방식은 뭐가 있을까?' 상당히 궁금증을 많이 가지고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12년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혼나는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저는 반에서 늘 꼴찌하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었습니다. 매번 시험을 보면 꼴찌를 해서 '아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애구나'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정말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어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 있는 물건을 해체해서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메라도 뜯어 보고, 라디오도 뜯어보고 '어떻게 해서 이 전파가 저기로 흘러 갈까?'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공부와 학교를 제외한 모든 것에 관심이 상당히 많고 질문이 많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이가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제 안에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내 견문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넘어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내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이걸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서 교육 공학이라는 전공을 찾게 됐고, 교육공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Q. 미국 유학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교수님을 상당히 잘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들었던 수업의 음악 교수님이 저에게는 지금도 위대한 코치로 남아 계세요. 대입 초기, 제가 영어를 잘 못했습니다. 수업의 일환으로 에세이 제출을 해야 하는데 영어로 긴 과제를 작성하는 게 어려웠죠. 그때 교수님이 '그럼 네가 편하게 할 수 있는 한국말로 에세이를 써봐라'고 하셔서 한글로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했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제게 '한영사전을 가져와서 너의 글이 무슨 내용인지 나에게 설명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한영사전을 뒤적여 가며 제가 쓴 내용을 더듬더듬 설명해드렸어요. 그러자 교수님께서 '이 수업은 영어 수업이 아니라 음악 수업이기 때문에 넌 A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당시 교수님이 제게 보여주신 참을성과 인내심을 존경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인도해줄 수 있는 교수님이 얼마나 계실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Q. 부학장님이 생각하시는 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내가 알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어요. 원치 않는 공부나 호기심이 일어나지 않는 내용을 억지로 공부해서 머리에 집어 넣는 것은 효용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자율성이 배제된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12년을 공부했지만 머릿속에 남은 게 별로 없습니다. 


한국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빠르게 정보를 암기하고 시험을 치르는 거예요. 학교에서는 시험 성적으로 아이의 역량을 평가하고, 아이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성적을 활용합니다. 성적을 기반으로 학생에게 상장을 주고, 그 아이를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고, 좋은 학교는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죠. 저는 그런 능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험 성적을 잘 받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의 관찰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남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즉 공감대 형성 능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암기력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많아요. 암기를 강요하고 강조하는 교육을 하는 건 쓸데 없습니다.

Q.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피부로 느꼈던 차이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에서 강의를 했을 때와 한국의 명문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을 때를 비교해드릴게요. 스탠퍼드에서는 교실에 들어가면 누가 수업을 진행하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학생들의 참여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한국의 강의실은 주인공이 정해져 있어요. 


탠포드는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의 주제가 주어지면 학생들이 그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의 코치 역할을 자처하는 교육 문화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토론 주제를 던져 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강의실은 아주 싸하고 조용해요. 제가 강연을 열성을 다해서 해도 학생들이 질문하지 않습니다. 그저 학생들은 노트에 열심히 제가 한 말을 적을 뿐이죠. 


질문이 없는 교실에서 창의적인 생각은 나오기 힘듭니다. 그런 학습 방식에서는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빨리 따라할 수 있는 능력 이외에는 기를 수 있는 게 없어요. 하지만 21세기의 산업은 그런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지금은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산업 사회에요.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질문에 어떤 반응을 해주느냐도 매우 중요합니다.

Q.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요.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 그리고 왜 질문이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만약 뉴턴이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사과가 그냥 땅에 떨어지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가 '사과는 원래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과학의 발전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질문 하는 행위를 하나의 '예술'이라고 봐요. 하루 아침에 갑자기 멋진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다. 질문도 마찬가지예요. 창의적인 질문, 확장성을 가진 질문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만큼 훈련이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해요. 질문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환경에서 인재들이 자라나야 합니다.

Q. 최근 한국 교육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창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창업가를 배출시키는 교육을 한 적이 없어요. 개혁적인 교육을 받아보지 않은 아이들에게 창업을 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기업가정신. 즉,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경험과 공공의 선에 대한 이해, 세계 시민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훌륭한 창업가이자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창업하는 것은 시도 자체도 어렵지만 기업이 성장한다고 해도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아요. 


만약 학교에서 '다음의 일어난 사건들을 순서대로 나열하시오', '어느 나라의 수도는 무엇입니까'와 같은 일차원적이고 단순 암기식 질문만 한다면 아이들은 그와 비슷한 질문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저게 저렇지 않았다면 다른 가능성은 뭘까?' 이런 가정적 질문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교실 안에서 혁신이 발생하고 새로운 산업이 개척될 것입니다. 


에어비앤비 이야기를 살펴 볼까요. 호텔 방이 꽉 찼을 때 '우리 집을 손님들에게 공유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글로벌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우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 자동차를 공유하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했어요.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는 학교와 환경이 주어진다면 인재들은 두려움 없이 기업을 창업하고 혁신을 이끌어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정부 지원금을 많이 주고 있어요. 반면 미국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주고 창업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이미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고 창업에 필요한 사적인 펀드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죠. 이미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상당히 충족되어 있어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모르겠다'가 1번, '건물주'가 2번입니다.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답변이라고 생각해요.

Q.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문화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실리콘밸리는 상당히 열린 사회 같습니다. '서로 공유하는 사회,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요. 이곳은 전 세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내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아이디어는 나 혼자 알고 혼자 특허내고 혼자 창업해서 혼자 돈 벌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것이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죠. 


이곳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승화시켰는데 사업이 실패하면 그것을 값진 경험이라 받아들이고, 다음 도전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물론 똑같은 실패를 계속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실패를 하는 사람들은 상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들은 혁신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이곳은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가르쳐요. 대신 세상을 많이 보고 깊게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공의 선이 될 만한 일은 누구든지 발 벗고 나서서 해야 한다고 가르치죠. 또 부모들은 아이가 공공의 선을 잘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하는 코치를 자처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아이들은 발명가가 될 수도 있고,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위대한 기업가가 될 수 있어요. 모든 아이들은 개개인의 엄청난 역량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각자 다른 역량을 갖고 태어난 다양한 아이들에게 동시대의 단 하나의 방식과 단 하나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은 말이 안돼요. 그런 교육을 왜 하는 걸까요. 


저는 부모님들이 '코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 또한 '코치'가 되어야 해요. 그런데 부모님이 코치가 된다는 것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아이들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역할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코치는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배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코치가 학생에게 모든 지식을 가르쳐주고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깨달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겠죠. 부모가 해야 할 것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할 때까지 세상을 넉넉히 경험시켜 주는 것입니다.

글 유하영

chloe@eoeoeo.net


편집 유성호

hank@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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