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앞다퉈 투자한 한국의 기술 스타트업

조회수 2021. 3. 22. 05: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AI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개발하는 머신러닝 데이터 플랫폼, 슈퍼브에이아이 김현수 대표

2021년 1월, 시리즈A로는 이례적인 1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누적 투자 금액 130억 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 인공지능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슈퍼브에이아이입니다.


누구나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슈퍼브에이아이는 미국의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에서 투자받은 7번째 한국 스타트업이기도 한데요.


작은 오피스텔 단칸방에서 사업을 시작한 5명의 공동창업자가 1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까지, 국내 AI 스타트업 중 가장 뜨겁다는 슈퍼브에이아이의 이야기를 EO와 함께 들어보시죠.

슈퍼브에이아이 김현수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 슈퍼브에이아이(Superb AI) 대표 김현수입니다.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그로 인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설립 6개월 만에 첫 제품을 출시해 2019년에 손익분기를 달성했는데요. 미국의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에 투자한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에서 투자받은 7번째 한국 스타트업이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투자사라고 할 수 있는 세콰이어캐피털을 포함해 시드 투자로 총 25억 원을 유치했고, 지금은 LG와 삼성, SK, 현대, 그리고 퀄컴 같은 유명 기업이 슈퍼브에이아이의 고객사로 있습니다.

Q. 슈퍼브에이아이의 서비스를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라벨링이 필수적인데요. 건물을 올릴 때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벽돌을 쌓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데이터 라벨링은 벽돌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보통 인공지능을 마술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자동으로 학습되고 처리되는 거라고 인식하는데, 사실 인공지능에는 많은 수작업이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개발을 예로 들면, 전방에 있는 차량이 어떤 차종인지, 옆에 있는 차량이 지금 끼어들려고 하는지 등 모든 상황을 미리 데이터로 축적하고, 각 상황이 무엇인지 입력하는 단순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해요. 그게 바로 벽돌을 만드는, 데이터 라벨링 과정이죠.


저희는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라벨링 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요. 데이터 구축과 가공, 관리, 분석 등의 전 과정을 시각화하고 자동화한 올인원 머신러닝 데이터 플랫폼, 슈퍼브에이아이 스위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실제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라벨링 하는 과정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I 기능 없이 데이터를 라벨링 하려면,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을 때 나오는 '횡단보도가 아닌 이미지를 고르시오'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해요. 사실 횡단보도를 찾는 작업도 구글에서 데이터 라벨링을 전 세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거예요.


그만큼 100% 수작업으로는 라벨링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수작업으로 도로 위 9개의 차량을 직접 라벨링 하는 데 대략 1분 40초가 걸리거든요.


그런데 스위트 플랫폼에서는 AI가 자동으로 어느 정도까지 라벨링을 처리해줍니다. 불명확한 부분을 노란색으로 체크해두면 작업자가 그 부분을 중심으로 마지막으로 확인하며 검수하는 거죠. 시간이 훨씬 단축되고 작업도 편리해집니다.


이렇게 모든 라벨링 과정을 고객사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게 저희 소프트웨어고, 데이터 라벨링까지 요청하시는 경우가 있으면 직접 맡아서 해드리기도 합니다.

Q. 창업 전에는 인공지능 연구 개발자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에 갔어요. 싱가포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생명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유전자 공학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연구를 진행했는데, 실험에는 사람의 손이 많이 들어가니까 실수로 인한 어려움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라는 고민으로, 칩 위에서 실험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1년 정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바뀌어서, 의료 영상 처리 연구실에 들어갔어요.


의료 분야에도 머신러닝 자동화 기술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걸 느껴 듀크대학교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교수가 되거나 연구원으로 남거나,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해봤는데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휴학을 하고 한국의 SK텔레콤에서 2년간 인공지능 연구 개발자로 근무했습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인공지능 스피커나 게임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공지능 개발에 데이터 라벨링이 꼭 필요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작업이거든요.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이 노동집약적인 부분이 많아서, 누군가는 이런 비효율을 해결해야 인공지능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데이터 라벨링이 궂은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산업이 더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창업하게 됐습니다.

Q. 단칸방에서 시작해 미국 최고의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 선발되셨어요.


처음에는 공동창업자 5명이 월급을 조금씩 모아서 시작했어요. 오피스텔 단칸방을 얻어서 사업을 시작했죠.


공동창업자 5명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 세일즈 등 맡은 영역이 각기 달라서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이슈가 생기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공동 창업자가 여러 명이라는 게 굉장히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사업 초기에 투자를 제의해주신 분들이 여럿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중 일부 투자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분들이더라고요. 그런 분들의 투자를 받았더라면 크게 후회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다행히 와이콤비네이터로 선발되면서 거의 모든 직원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한국에도 고객이 있고 사업을 계속 해야 했기 때문에 공동창업자 한 분만 남겨두고 전 직원이 미국에서 3개월간 합숙을 했어요.


와이콤비네이터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았는데,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교육 첫 주에 숙제를 내주는데 1조 원짜리 회사가 되기 위한 계획을 가져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한국에서 사업할 때는 국내 시장에서 향후 3~5년 동안 잘 될 사업이 무엇인지 고민했거든요. 고객에게 집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심어줬던 것 같아요.


와이콤비네이터의 모토인 'make something people want'를 배우면서 진짜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피드백을 받고 문제를 빠르게 개선해나가는 사이클을 회사의 중요한 가치로 둘 수 있게 된 계기였습니다.


와이콤비네이터 3개월 과정이 끝난 다음에는 개발자분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저 혼자 미국에 남았어요. 샌프란시스코에 작은 방을 하나 얻어서 3개월간 매일 서너 군데씩 투자자분들을 만나러 다녔죠.


40여개 벤처캐피털 투자자에게 거절을 당했는데, 처음에는 좌절도 하고 낙담도 많이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좋게 보신 점은 무엇인지 파악해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업 모델을 조금 변형하며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어요.

슈퍼브에이아이 김현수 대표

Q.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만났던 많은 투자자 중에 앤 미우라 코(Ann Miura-Ko)의 조언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요. 리프트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신 분이에요.


처음 미팅을 했을 때는 저희가 데이터 라벨링만 서비스하는 회사였거든요. 미팅에서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가치 1조 원의 회사, 나아가서는 10조 원의 회사로 가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코멘트를 주셨어요.


그 조언을 들으면서 어떤 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라벨링 산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로 피벗하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투자를 받은 이후에는 '글로벌 무대에서 향후 10년 뒤에 꼭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항상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조언으로 고민의 스케일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빠르게 발전하는 산업에서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엄청나게 빠른 인공지능 기술 개발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 후 2년 반 동안 일요일마다 창업 팀이 모여서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있어요. 회사 경영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빠르게 소통하는 거예요. 빠르고 정확하게 소통해서 제품 개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회의에서는 가급적 반말 위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을 따라가려면 개인의 역량 역시 빠르게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직원을 채용할 때도 그로스마인드셋을 가진 분들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슈퍼브에이아이 김현수 대표

Q. 인공지능 산업의 국내 스타트업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소프트웨어 산업도 그랬지만, 인공지능 산업 역시 잘하는 곳과 못 하는 곳의 갭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요. AI 연구를 못 하는 기업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제공하는 기술을 가져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너희가 구글보다 잘할 수 있겠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저희 나름의 강점이 있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주 하는 이야기기 중 하나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실리콘밸리에 가보니까 한국에 있는 기업도 시장에서 원하는 기술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더라고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충분히 한국분들도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0년 12월 공개된 <실리콘밸리 금융시장이 앞다투어 투자한 한국 기술 스타트업>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 데이터를 빠르고 편리하게 가공하는 머신러닝 데이터 플랫폼으로 누구나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슈퍼브에이아이 김현수 대표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이영림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