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가 드라마에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조회수 2021. 3. 25.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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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해외에 눈이 밝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한입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 스타트업 씬이 이스라엘보다 특별히 뒤질 게 없는데,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는 것 같다고. 문화, 외교, 역사적 맥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응원하는 입장이라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아쉽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법적 규제가 지금보다 더 적절하게 풀려야겠죠. 자생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우리들의 생태계를 단단히 가져갈 필요도 있겠고요. 마치 드라마 <스타트업> 속 SH 벤처캐피탈과 샌드박스처럼요. 그러러면 스타트업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음으로써 보다 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 귀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대표 최성진 님의 이야기를 EO가 듣고 왔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인터뷰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대표를 맡고 있는 최성진입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들이 스스로 규제 개선이나 지원 정책 등에 목소리를 내며 서로에게 도움 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단체입니다.

Q.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어떤 배경과 계기를 갖고 탄생하게 됐나요?


저는 스타트업이 빨리 성장하고 특화된 부분에 집중한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로써 잘되어서 엑싯을 하거나 안될 것 같으면 빨리 접거나 피벗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런데 현재 한국의 스타트업 씬에서는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더 큰 문제는 혁신을 통해서 성장하거나 생태계가 커지면서 성과를 나눠 가지는 이 스타트업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창업자분들에게 스타트업들끼리 모여서 단체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드렸더니 다들 필요성에 공감하시면서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그간 기업 생태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 같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초기 스타트업들이 여러 기회를 얻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외국에서도 다 아는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인터뷰

Q. 한국 스타트업 씬이 어떤 상황을 겪어 왔고, 현재 사회적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처음 인터넷 업계에 들어왔을 때가 1999년 말, 2000년 초였는데요. 당시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거품 논란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 상장을 통해서 큰 뒤에 시장이 많이 닫혔죠.


그러다 2010년 부근에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한 번 더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고, 훌륭한 창업자들이 많이 나왔어요. 모바일 생태계 구조가 크게 열리고,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죠.


그 기회를 맞아 더 크게 성장하라는 차원에서 스타트업들을 더 많이 밀어줘야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사회적 요구를 많이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대기업으로 평가받는 네이버나 카카오조차 자신들이 구글, 페이스북에 비해 훨씬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라 생각하는 데도 말이죠.


그런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대기업으로서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건지, 중소상공인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인터뷰

Q. 국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이야기해볼 수 있을까요?


2010년 정도까지만 해도 ICT, 스타트업 업계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2000년대 말, 텐센트 같은 회사는 오히려 네이버, 다음의 팀장급 인사를 만나려고 우리나라에 오곤 했었죠. 그때는 텐센트가 게임 하나 유통해 보겠다고 서비스를 배우고 싶다며 한국의 기업들을 찾아다닐 정도로 작은 기업이었는데요. 지금은 시가총액으로 따졌을 때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스타트업들도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50~60년 전에 만든 법률을 지켜 가면서 창업을 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아무리 아이템이 새롭고 좋아도 오래된 규제로 인해 불법이 되어 버리니까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Q.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과 비교해서는 어떤가요?


세계 100대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에 우리나라 법률을 적용해서 들여다본 연구가 있는데요.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했다면 규제 때문에 아예 못 하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모델이 70% 내외입니다. 오직 30%만 기존의 사업 모델 그대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고요.


첫 번째 원인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식의 법 해석이 기본값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라고, 법률에 정해 놓은 게 없으면 일단 해도 된다는 식으로 사업 모델을 해석합니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지금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예상하고 만든 법이 아님에도 해당 법이 사업을 규제하는 데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오프라인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혁신하려다 보니 오프라인에 해당하는 법률에 저촉되는 거죠.


결국, 미국처럼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가려고 해도 일단 이미 존재하는 개별 법률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법률이 다른 이해관계자가 있거나 공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보니 어느 하나 바꾸기 쉽지 않은 게 현재 한국의 상황입니다.

Q. 정부에서는 스타트업을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고 있나요?


이번 정부에서 내놓은 해법을 규제 샌드박스라고 합니다. 일정 요건 하에서 신산업 혹은 신기술 사업을 시작할 때,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 기간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기본 2년, 한 번 연장을 허용해서 최대 4년까지 가능하죠. 그사이에 구성된 심의위원회는 민간 의견을 수렴하여 평가한 뒤 법률을 개선하고요.


전체적인 골자를 보면, 현행법에서 불법인 사업을 임시로 허용해주는 셈이잖아요. 문제는 최소 2년 최대 4년 이내에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잘되던 사업도 불법이 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정부가 굉장히 열심히 일해야 하는 제도인 거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Q. 정부가 어떤 식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국 스타트업 씬이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까지 정부는 스타트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이 생태계를 일종의 청년 취업 대책으로 본 거 같아요. 창업을 하면 고용 상태로 기록되면서 실업 통계에 안 잡히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은 청년들의 취업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보다 명확한 인식과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보고요.


산업 및 경제 구조, 이해관계 등 기존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그 변화의 과정을 어떻게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바라보고 임할지, 또 어떻게 하면 빨리 적응하고 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지 같은 종합적인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Q. 앞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이 많아져야 할까요?


투자가 많아져야 합니다. 정책 자금으로만 생태계를 키워나가기에는 굉장히 어려워요. 당장의 방법으로는 성공한 창업자들이 다시 투자하는 식이 있고, 기존의 대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식도 있을 텐데요.


이 중에 후자는 현재 모든 대기업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거의 다 생기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3~4년 정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이 보편적이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죠. 저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이 분위기를 계속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있었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 나가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려는 스타트업들의 목소리가 다른 생태계의 구성원들과 대등해지고, 또 제대로 평가받는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나오는 현상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저희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19년 1월 공개된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더 나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대표 최성진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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