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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으로 배우는 '적당한 거리'의 미덕

조회수 2019. 9. 6. 16: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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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90년대 아이돌'의 컴백과는 <캠핑클럽> 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캠핑클럽>의 이효리와 이진은 서로에게 약간의 거리감을 느낀다. 분업과 협업이 기본인 캠핑을 하면서 그들은 거리를 좁히기보단 어른으로서 현재를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흔한 ’90년대 아이돌’의 컴백과는 <캠핑클럽>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이자, 4인조 걸그룹 핑클이 주인공인 JTBC ‘캠핑클럽’의 주인공은 당연히 네 명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종종 이효리와 이진, 두 사람의 만담 무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첫 화에서 가장 먼저 약속장소에 나타난 두 사람의 대화는 흔히 예상했던 걸그룹 멤버들의 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로 유흥을 멀리했던 이진은 나이가 들면서 술을 마시게 됐다고 고백한다. “미안, 내가 그때 좀 닫혀있었지?” 그러자 이진과는 반대로 핑클 내에서 가장 자유로운 캐릭터였던 이효리가 대꾸한다. “나는 이제 좀 닫았어.”


앞서 이효리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당시에 이진과 다소 어색한 사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를 회상하며 이진은 자신과 왜 사이가 나쁜 것처럼 말했냐고 그를 타박하고, 이효리는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사이가 안 좋다고는 안 했어. 어색하다고 했지.” 툭툭 내뱉듯이 이어지는 대화는 흥미롭게 계속 이어진다. 심지어 두 사람은 캠핑 첫날부터 서로 성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상극이었다는 이효리와 이진이 “나를 너무 좋아하지 마라”, “질척이는 거 싫다” 등 애정 섞인 농담을 던지고, 일찍 일어나 단둘이 장을 보러 나가는 모습은 금세 친한 친구처럼 그들을 느껴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효리와 이진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이들은 서로의 가치관이나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불만을 표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함께 시장에 놀러가서도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사고, 꼭 필요할 때에만 의견을 맞춘다. 완력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 서로를 도울 준비가 되어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캠핑카 안팎에서 이효리와 이진은 이해와 존중이라는 빤한 교훈이 어떻게 현재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존재다. 40대가 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20여 년 만에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저 평화롭다. 분업과 협업이 모두 필요한 캠핑이라는 소재는 이 두 사람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어른은 이렇게 되는 거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너와 내가 가까워지면서. 마치 이효리와 이진처럼.


이효리와 이진의 관계는 시청자들이 네 명의 핑클 멤버들을 다시금 진지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돌아가면서 캠핑카를 모는 핑클 멤버들의 모습은 분업과 협업에 모두 능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 개개인의 삶을 대변한다. ‘캠핑클럽’ 속 이들의 모습이 여느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컴백쇼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캠핑클럽’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팬들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보다 멤버들이 자신의 새로운 커리어와 가족, 취미 생활 등 자립하며 얻게 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더 많다. 가끔씩 그들이 과거의 영화를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이더라도, 그저 담백하게 교훈을 던지는 드라마를 보듯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니 의심하지 말자. 어른은 이렇게 되는 거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면서,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방의 마음도 다시금 헤아려 가면서. 이효리와 이진처럼, 아니 핑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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