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BK의 시선] 코리안 드림 꿈꾸는 외인, 코리안 리그 꿈꾸는 BK

조회수 2020. 3. 1. 0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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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해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KBO리그산’ 외국인 선수는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당시에는 일부 뛰어난 선수의 특별한 사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들어 에릭 테임즈, 메릴 켈리 등의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빛바랜 스타’들의 마지막 안식처였던 KBO리그가 기회의 땅으로 변했다. 김병현 위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갈수록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으로 오는 것과 KBO리그의 수준 상승에는 서로 연관이 있는 것일까?


에디터 최홍서 사진 두산 베어스

#달라진 KBO리그의 위상


최근 들어 AAAA리거는 기본이고 풀타임 메이저리거도 10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금액을 받고 KBO리그에 오지만 과거에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국내 구단의 대우도 지금처럼 좋지 않았고, 한국에 오는 선수의 수준도 높지 않았다.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제도가 처음으로 생겼을 때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며 15승을 올렸던 스캇 베이커는 한국에 오기 전 2년간 독립리그와 더블A에서 41.2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덕 브래디가 한국의 식생활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해 끼니를 굶다가 구단 직원이 사다 준 스테이크를 먹고 곧바로 홈런을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도 KBO리그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김병현 위원은 자신이 처음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를 회상하며 한국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KBO리그를 잘 몰랐고. 대부분의 사람은 물론이고 남미 선수도 한국 선수를 중국인, 치노라고 불렀어. 일본 야구도 그렇게 대단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완전히 변방이었지.”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Born to K’ 김병현의 성공을 시작으로 수많은 한국 선수가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이후에도 KBO리그에 대한 인식은 ‘변두리 리그’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에 열린 제1회 WBC였다.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을 데리고 나온 미국 대표팀과 스즈키 이치로 등의 메이저리거가 합류한 일본 대표팀을 한국 대표팀이 꺾어버린 것이다. 전 세계의 야구팬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변두리 나라’ 야구팀의 반란. 이는 김병현 위원의 기억에도 남아 있었다.


“처음 한국야구에 대한 인식이 변했던 것은 2006년 WBC였어. 그때 국가대표팀이 미국도 이기고 일본도 몇 번 이겼잖아.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한국 대표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얘기할 정도였어. 그걸 듣고 ‘한국 선수도 이제 통하는 구나’라며 생각했어.”


2000년대 중후반,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선전과 KBO리그에 몸담았던 선수들의 이야기가 입소문처럼 퍼지며 KBO리그는 ‘변방의 동양 리그’에서 ‘오고 싶은 리그’로 바뀌었다. “젊은 선수든, 베테랑이든 마이너리그에는 굉장히 좋은 선수가 많아. 그중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선수가 메이저로 올라가고, 또 거기서 오래 살아남아야 스타 플레이어가 돼. 그렇지 못한 선수는 마이너로 내려가는 거고. 그런데 선수들 사이에서 한국 프로야구가 수준이 높아졌고 대우도 좋다고 소문이 났던 거야. 그래서 굉장히 좋은 리그, 그리고 일본하고는 달리 정이 있는 리그라고 생각이 바뀌었지.”


#미국과는 색다른 경험 쌓을 수 있는 기회의 땅


물론 위의 이유만으로 2020년 현재 KBO리그에 뛰어난 기량을 지닌 젊은 선수들이 오게 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KBO리그를 폭격한 뒤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1,6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에릭 테임즈, 4년간 SK 와이번스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풀타임을 채운 메릴 켈리 등 ‘코리안 드림 성공 사례’가 등장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더 이상 단순히 ‘대우만 좋은 리그’가 아닌, ‘대우 좋고 잘하면 재기를 노릴 수 있는 리그’가 된 것이다.


“테임즈도 그렇고, 켈리도 그렇고. 좋은 계약 조건으로 미국에 돌아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 선수들에게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실제 사례도 계속 나오니까 액수를 따지기에 앞서 KBO리그에 오려고 서로 경쟁하는 것 같아.”


한·미·일 리그는 물론 도미니카와 호주 리그까지 모두 겪어본 BK다. 타지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기에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 또한 얻어가는 것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본인들이 몰랐던 야구를 깨우치는 시간이 될 수 있어. 우리나라만의 야구 스타일이 있으니까, 여기서 얻어지는 것만 가지고 돌아가도 본인들의 야구 인생에 도움이 될 거야. 테임즈도 한국에서 실력이 더 늘었잖아. 미국에서는 원래 갖고 있던 파워를 갖고 힘 대 힘으로 붙는 야구를 했는데, 우리나라에 와서는 유인구와 싸움을 하다 보니 수 싸움을 깨우친 경우지.”


단순히 타지에서 경험을 쌓길 원한다면 KBO리그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선택지도 있다. 시선을 조금만 더 옆으로 옮기면 KBO보다 수준이 높은 NPB가 있다. 실제로 올해부터 KIA 타이거즈에서 뛰게 되는 드류 가뇽의 경우, 계약 전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일본으로 마음을 돌렸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KIA에 왔다. 실제로 다수의 구단에 구애를 받았지만, 본인이 직접 맷 윌리엄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KIA에 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외국 선수들이 우리나라의 관중 문화, 민족성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 일본은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데 우리나라는 가족적이고 정을 중요시 하는 문화잖아. 그래서 미국에 가서도 그걸 못 잊는 선수가 많아. 테임즈나 켈리도 보면 자꾸 한국말로 인사하고,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고 하더라. 팬들도 그런 모습을 보며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처럼 좋아하고.”


2010년대 후반 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코리안 드림’ 성공 사례, 조금 부진해도 따뜻이 감싸주며 잘하면 그만큼 사랑해주는 팬들과 매력적인 관중 문화.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져 20대의 젊은 외국인 선수들이 계속해서 한국 문을 두드리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좋은 외국인 선수가 온다고 리그 수준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트리플A 선수가 100만 달러를 받던 2000년대 초반과 왕년의 스타가 2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받던 2010년대 중반을 거쳐 이제는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이 100만 달러 상한제를 감수하고 오는 리그가 됐다. 이런 훌륭한 선수가 한 팀에 세 명씩 리그에 서른 명이나 뛰는데, 한국 선수도 영향을 받아서 KBO리그의 질이 상승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까? 스포츠 뉴스의 댓글란만 봐도 한국 야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자는 댓글이 많지 않은가?


이러한 팬들의 생각과는 달리 김 위원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뛰는 것과 리그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초·중·고등학교 야구부터 다잡아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 선수야 뭐 잘하면 또 쓰는 거고 못하면 안 쓰는 건데, 야구라는 게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잖아. 170km/h를 던지고 100홈런을 치는 선수가 같은 리그에 있어도 다른 선수가 그 기량을 흉내 낼 수는 없잖아. 좋은 외국인 선수가 리그를 씹어 먹어도 그건 그 친구가 씹어 먹는 거지. 리그 수준의 상승은 동일 선상에 놓는 거는 아닌 것 같아. 국내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잘 키워서 리그 질을 끌어올릴 생각을 해야지.”


초창기 KBO리그에 외인 제도가 도입됐을 때 사람들은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용병’이라 불렀으며, 지금도 간간히 그렇게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예 도우미(助っ人)라고 부른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타국에서 온 ‘조연’으로서 팀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줄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빼어난 실력을 소유한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빈다고 해도 국내 선수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수준 낮은 리그로 남을 뿐이다.


20대 중반의 젊은 외국인 선수가 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을 때도 김병현 위원은 너무 어린 국내 선수들이 1군 경기에 투입되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리그 수준 하락을 우려했다. 그는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국인 선수의 전체적인 기량이 향상함으로써,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줄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가 필요 없는 리그를 만들고 싶어. ‘우리나라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굳이 왜 외국인 선수를 써?’라고 생각되는 리그가 되는 게 KBO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봐.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왔다가 별로면 그냥 2군에 보내고 우리 선수들로 대체할 수 있는 팀들이 있잖아. 두산 베어스도 그랬고. 그런 팀들을 만들고 싶은 거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06호(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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