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Voice] 뜨거운 감자

조회수 2020. 11. 12. 12: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지난 2021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역대 최초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예년 같으면 이미 갈무리 지을 시기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KBO리그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야구 대회 및 일정 모두가 연기됐다. 그래서 이번 드래프트가 있기까지 각 구단 모두 신인 선수를 관찰 및 연구할 경기 또한 마땅치 않았고, 선수들은 기량을 뽐낼 경기가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도 이번 드래프트는 다들 악재 속 금빛 같은 인재들을 뽑았다고 총평 받는다. 올해는 특히 2년제 대학인 강릉영동대 출신 선수가 4명이나 드래프트에 지명돼 뜨거운 이목을 끌었다. 이번 ‘더그아웃 보이스’에서는 매 시즌 언급되는 뜨거운 감자, 얼리 드래프트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에디터 이예랑 사진 한국대학야구연맹(KUBA)

#신입사원 찾기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첫 단추인 신인 드래프트. 드래프트 대상 선수들에게는 본인이 갈고닦은 실력을 평가받는 자리이자 역량을 증명해내는 자리다. 매해 100명의 선수만이 신입사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신인 드래프트는 연고 지역의 고졸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1차 지명과 그렇지 않은 2차 지명으로 나뉜다. 드래프트 대상자로는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예정자가 자동으로 전원 지명 대상자로 등록되고, 국외 출신 혹은 독립 선수 등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지명 신청을 한다. 올해 2021 KBO 리그 2차 신인 드래프트에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856명, 대학교 졸업예정자 269명, 국외 및 독립 야구 등 기타선수 8명 등 총 1,133명이 참여했다.


#얼리 드래프트


지명 철의 화두는 단연 얼리 드래프트다. 대학 야구 관계자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얼리 드래프트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온다. 얼리 드래프트란 현재 KBO에서 규정된 시기보다 빠른 일자에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타 스포츠 중 농구, 배구는 얼리 드래프트를 시행하고 있으며 축구는 전면 자유 계약제로 규정돼 있다. 농구와 배구는 선수 본인이 원할 때 얼리 드래프트 선언을 할 수 있으며, 축구는 나이에 상관없이 프로 진출의 발을 내밀 수 있다. 현 KBO의 드래프트 제도와 비교했을 때, 타 스포츠는 본인이 프로 진출의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자유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왜 이 문제는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를까. 현 구단들은 고졸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이유인즉슨 병역 문제와 연관된 ‘나이’의 이유가 크다. 운동선수는 타 직업과 비교해 연령대가 매우 낮으며, 은퇴 시기도 이르기에 구단 입장에서 입단, 육성 등의 문제를 전부 고려했을 때 고졸 선수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2021 드래프트의 경우 최근 3년간의 드래프트와 비교하면 대졸 선수가 다수 선발됐지만, 소위 대학 야구의 강자라 불리는 한양대,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등에서 지명되지 않았을 때도 있었다. 이번 드래프트도 2년제 대학인 강릉영동대에서는 무려 4명이 지명됐으나, 그 외의 대학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외면은 그만


얼리 드래프트는 시행돼야 하며 대학 야구(U-리그)를 활성화할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언제, 어디서부터가 시작인지 모르겠으나, 대학 야구와 드래프트의 관계는 분명히 그들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구단들이 고졸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고교 야구 리그의 주축 선수들이 프로 구단으로 빠지고, 나머지 대부분의 선수는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 양질의 선수들이 있기에 좋은 리그를 펼칠 수 있는 노릇이지, 현 상태의 U-리그는 예전만 못한 수준이라 평가되고 있다. 리그 수준의 저하는 자연히 관중의 발걸음을 멎게 했고, 그에 따른 관심 또한 낮아지게 됐다. 결국, U-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눈이 덜 가기 마련이고, 이는 다음 드래프트에도 영향을 미쳐 대졸 선수 지명이 줄어드는 딜레마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KBO는 구단별로 2차 드래프트 때 대졸 선수를 1명 이상 지명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구단은 정말 ‘딱 1명’의 선수만을 지명했다.


따라서 위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얼리 드래프트를 도입해야 한다. 얼리 드래프트는 대학 선수의 지명 입지를 늘리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2년제 대학과 4년제 대학 선수들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 2년제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 후 2년 뒤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지만 4년제 대학은 4년 후 참여가 가능하다. 2년제 대학은 편입 또한 가능하며 소수의 대학이지만 편입 후 재도전하는 선수가 다수 존재한다. 같은 대졸 선수라도 4년제 대학 선수는 ‘나이’라는 측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경쟁력을 갖고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얼리 드래프트는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규정된 시기와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 드래프트에 신청할 수 있어서 구단 관계자들이 자연스레 U-리그에 더욱 관심을 둘 것이라는 긍정적인 효과 또한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4년제 대학에 진학해도 2년제 대학, 고졸 선수들과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U-리그가 뜨거운 감자일지도


대학 야구의 전성기인 1990년대 초 대학마다 간판선수가 있었다. 한양대의 박찬호, 고려대의 조성민, 연세대의 임선동 등 대졸 선수들이 한국 야구의 한 획을 그었다. 코리안 특급이라 불리는 박찬호는 한국 선수 최초로 MLB에 입성했으며 아시아 투수 최다승을 기록했다. 또한, 임선동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했으며 2000년도에 KBO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이 같은 대학 리그의 전성기를 다시 기대해볼 수 없을까.


얼리 드래프트와 같은 제도적 개선이 선행된 후 대학 진학에 대한 인식의 환기가 이뤄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리그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학 진학=실패자’라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존재해 오고 있다. 대학에 가는 것은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시작’, ‘더 넓은 무대’라고 인지할 만한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 진학은 그저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해 가는 길이 아닌 새로운 도약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때이다.


현재 대학 선수들은 야구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도자, 트레이너 등의 직업을 갖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대학 교육을 통해 야구 행정, 구단 프런트,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지먼트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선수 출신의 강점을 드러낼 기회가 있다. 대학 야구의 홍보 또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딜레마에 빠져있는 현 야구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나은 야구계의 미래를 위해서 제도 도입, 인식 개선, 리그 홍보. 이 세 박자가 어우러져 새로운 시작을 알릴 때이다. 더는 딜레마가 아닌 야구계의 선순환을 기대해 본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5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DUGOUTMZ

네이버TV http://tv.naver.com/dugoutmz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