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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연봉이란 무엇인가

조회수 2021. 3. 19.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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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스토브리그가 시작되면 야구선수들의 연봉 계약 소식에 많은 이의 이목이 쏠린다. 선수들의 연봉 계약 결과는 천차만별이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증이 커진다. 올해도 400%가 넘는 연봉 인상률을 보이며 화제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연봉 삭감이라는 아쉬운 결과지를 받은 선수도 있다. 선수와 구단 간의 연봉 협상은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속결되기도 하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렬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KT 위즈 주권의 KBO 연봉조정신청이 큰 화제가 됐다. 야구 비시즌 기간에 야구 관계자와 팬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연봉. 이번 ‘더그아웃 보이스’에서는 KBO리그에서 연봉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현재의 산정방식은 안녕한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에디터 박소정 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Annual salary


연봉은 민감한 요소다. 비단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연봉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들리는 야구선수들의 연봉 계약 소식에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높은 연봉 인상 소식을 듣고 있자면 부러움과 동시에 본인의 연봉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본인이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했는지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처럼 연봉이란 두 글자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기한 단어다.


선수의 연봉이 합당한지에 대해 실제로 연봉을 지급하는 구단은 물론이고 팬들 또한 시즌과 비시즌을 막론하고 갑론을박하며 진중한 토론을 이어간다. 소위 ‘먹튀’ 논란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다. 먹튀란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에 상응하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를 일컫는다. 반대로 이전 시즌에서 큰 활약을 하고 팀 공헌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낮은 연봉으로 계약하는 선수들을 ‘착한’ 계약으로 치켜세워주는 일도 있다. 이렇듯 연봉은 선수들을 착하게도, 나쁘게도 만든다.


이처럼 야구에서 연봉은 단순히 일 년 동안 받는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선수가 팀에 어느 정도의 공헌을 했는지, 성장 가능성은 얼마인지 평가받는 지표다. 선수는 연봉을 통해 구단이 본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게 되고 인상될 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 발전의 자극제가 된다. 이는 결국 다음 시즌 연봉 인상으로 이어지는 순기능을 할 것이다. 삭감 시 선수는 구단과 다시 협의하고 결렬된다면 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 삭감된 연봉에 순응하고 다음 시즌에는 더 높은 연봉으로 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이 연봉은 구단과 선수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거나 멀어지게 하기도 한다.


#당신의 연봉은 안녕하십니까


1982년 KBO리그 출범 당시 야구선수의 연봉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는지가 화두였다. 고심 끝에 KBO가 내린 결론은 야구선수의 정년을 보장할 수 없으니 일반 직장인이 몇 년 동안 벌 돈을 1년에 챙겨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KBO리그 출범 전 실업 야구 시절 한국화장품 소속 김봉연의 연봉과 상여금이 480만 원인 점을 고려해 당시 야구선수의 평균 연봉은 1,200만 원이었다. 1,200만 원은 당시 서울 강남의 15평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불안정한 직업 특성상 선수들이 좀 더 선수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높은 연봉을 산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1,200만 원은 평균 금액이고 선수들의 실력과 성장 가능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당시 최고 연봉은 2,400만 원이었다.

현재 KBO리그 소속 구단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연봉산정방식은 이렇다. 구단별로 100개 이상의 평가 항목을 게임마다 적용하고 점수로 환산해 합산하는 방식을 쓴다. 평가 항목은 대외비로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투수는 FIP(Fielding-Independent Pitching,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볼넷 비율,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 등의 항목들로 평가하며, 타자는 OPS(On-base Plus Slugging, 타석 타격공헌도), 삼진 비율, 볼넷 비율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고 알려졌다. 산정 대상 시즌만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전 시즌의 기록과 비교해 성적 변화 여부에도 주목한다.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활용한 데이터 통계·분석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더욱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진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데이터 수치만으로 온전히 연봉이 산정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비슷한 활약을 기록한 선수들이라도 적게는 몇백만 원, 크게는 수천만 원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라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비교적 타 선수들보다 팀 공헌도가 크다는 인식이 더해져 일종의 상여금 개념으로 연봉 또는 옵션에 포함을 시켜주는 것이다. 한 팀에 오랫동안 소속됐던 선수에게 예상보다 낮은 연봉이 책정되면 선수보다도 해당 팀 팬들이 먼저 나서서 구단에 대해 비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FA(자유계약선수)로 타 구단에 이적할 때에는 수억 원까지 연봉이 인상되거나 혹은 삭감될 수도 있다. 하지만 FA는 타 구단 이적이라는 커다란 이슈가 있어서 일반적인 연봉산정기준을 적용하면 안 될 것이다.


연봉 협상 시기가 되면 구단은 사전에 마련한 연봉계약서를 선수들에게 제시한다. 선수는 구단의 제안에 수긍하면 바로 사인을 하고 불만족하면 구단과 협상을 진행한다. 이 협상을 통해 구단 내에서 연봉 조정을 마치거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선수는 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 KBO 연봉조정신청은 KBO 소속 선수로서 만 3년이 지난 선수에게 자격이 주어지는 제도다. KBO 야구 규약 제73조에 따라 매년 1월 10일 오후 6시까지 총재가 수리해 야구 규약 제75조에 따라 조정위원회를 구성, 수리된 신청 건에 대해 조정신청 수리 후 10일 이내에 종결해야 한다. 스포츠 학계 인사와 법조인으로 구성된 KBO 연봉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선수와 소속 구단 각각의 연봉조정조건을 검토한 뒤 둘 중 한 가지 조건을 최종 선택한다.


조정위를 위해 각 선수와 구단은 연봉 산출근거를 마련해 1월 15일 오후 6시까지 KBO에 제출해야 한다. 만일 시일을 넘기거나 미제출 시 무조건 패하게 된다. 연봉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구단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수 보유권을 상실하고 해당 선수는 FA로 풀린다. 반대로 선수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임의탈퇴 처리된다. 선수 입장에서는 홀로 구단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KBO에도 에이전트 제도가 활발해지면서 선수들은 구단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지 않게 됐다. 에이전트는 스포츠 전문가나 법조인 등으로 구성돼 선수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KT 주권이 조정위에서 19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선수 측 승리를 거둔 것은 에이전트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반합(正反合)을 위해


팀은 선수 없이 운영될 수 없고, 선수는 팀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결국 상대방이 원하는 대우와 역할을 합의하고 인정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 누구도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으로 억지와 고집을 부리고 있어선 안 된다.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미 KBO리그에서도 그런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과거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과거의 사례를 돌이켜보며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단과 선수 양측 모두 합리적으로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 에이전트의 역할이 과거보다 커졌고 언론과 SNS 등을 통해 연봉 협상 과정에 대한 공론화가 더욱 활발해진 것도 큰 영향이다.


이전까지 연봉조정 사례는 97건이지만 실제로 조정위가 열린 것은 20건이다. 77건은 연봉조정위가 열리기 전에 선수와 구단의 합의로 종결됐다. 그런데 20건의 연봉조정위에서 선수가 승리한 것은 단 1건이다. 이에 대해 KBO가 구단과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구단에 일방적인 편을 들어줬다는 날 선 시선도 있지만, 구단 측이 선수 측보다 더 객관적인 데이터와 상세한 자료를 제출한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 측도 에이전트와 함께 자료를 마련해 맞대응할 능력을 갖추게 됐다.


조정위에 대해 구단이 우려하는 점은 구단별로 연봉산정기준과 처한 상황이 모두 상이한데, 조정위에서 일률적인 잣대로 연봉을 산정하면 구단 고유의 연봉산정 체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조정위에서 주권 측이 타 구단의 유사 사례 자료를 제출했다. 조정위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향후 각 구단이 연봉산정을 할 때 타 구단의 사례도 연봉산정기준으로 적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연봉조정신청이 늘어나면 구단과 선수 간의 유대관계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구단뿐만이 아닌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하지만 조정위를 통해 선수들도 권리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분명 있다. 따라서 구단이 제시한 연봉에 선수들이 무조건 수긍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번 연봉 협상에 흥미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로 연봉 5,000만 원 이상인 선수가 직접 계약 구조를 선택할 수 있는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다. 선수는 구단과 선수 간의 협상을 통해 합의된 기준 연봉을 토대로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중 한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은 기준 연봉을 그대로 받게 되며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다. 목표형은 기준 연봉에서 10%를 낮춘 금액으로 연봉이 다시 책정되지만, 시즌 성적이 좋으면 차감된 금액의 몇 배를 더 받을 수 있다. 도전형은 기준 연봉에서 20%를 낮춘 금액으로 연봉이 다시 책정되고 시즌 성적이 좋으면 차감된 금액의 몇 배를 더 받는다. 이를 통해 일률적이던 연봉 체계에서 벗어나 선수에게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하고, 선수 스스로 연봉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새 연봉제 적용 대상 선수 28명 중 목표형이 7명, 도전형이 6명, 기본형이 15명이다. 구단 또한 새 시스템 도입으로 선수들의 적극적인 기량 발전과 순위 상승에의 도전을 하는 셈이다. 부디 이처럼 구단과 선수가 화합하는 연봉산정방식 도입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 선수와 구단은 한 팀임을 잊지 말자.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19호(3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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