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불 사나이' 하퍼, 먹튀는 없다?!
스토브리그의 대세가 된 연장계약의 흐름 속에서 92년생 브라이스 하퍼는 FA시장을 지키다가 13년 3억 3천만 달러의 잭팟을 이끌어냈습니다.
그 전까지 MLB 최대계약규모인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3억 25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LAA 트라웃에 의해 곧바로 깨지긴 했지만, 최근의 어려워진 FA 시장의 악재를 딛고 만들어낸 계약이었습니다.
다소 기복이 있는 성적이 아쉽지만, 쇼맨십과 스타성은 트라웃에게 우위에 있었던, MLB 대표스타의 위치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습니다.
직전 시즌 마지막에 분루를 삼킨 필리스는 트레이드 시장 최대어 리얼무토와 함께 FA 최대어인 하퍼까지 잡으면서 타선의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시즌 출발은 매우 좋았습니다. 하퍼는 개막 2경기만에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시작을 신고했고, 개막 5경기 동안 OPS 1.840이라는 말도 안되는 수치를 기록하며 매우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하지만 곧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하퍼의 타격감은 이후 급전직하했습니다. 2018시즌에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는데 이번 낙폭은 훨씬 더 컸습니다.
하퍼의 OPS가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진 시점이 작년엔 4월 2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2주 가량 빠른 4월 14일에 무너졌습니다.
급기야 '올해' 4월 28일에는 OPS .9 대마저 무너졌습니다. 팬들에게 처음 인사할 때만해도 호의적이었던 필리스의 홈팬들은 언제그랬냐는듯 하퍼에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퍼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볼넷도 잘 고르고 장타도 가끔 만들어냈지만, 두 스탯의 기반이 되는 타율이 너무 낮은 탓에 OPS마저 이젠 .8 밑으로 떨어질 위기까지 놓였습니다. (실제로도 2번 붕괴)
하지만 바로 이 시기부터 하퍼가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그의 안타 소식이 자주 나오기 시작했고, 점점 부정적인 뉴스보다는 긍정적인 뉴스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너무 일찍 주저앉을 수 없다는 하퍼의 의지는 어떻게 연결되어 현재의 반등세로 이끌었을까요?
지금의 영상은 하퍼의 5월 초 타격폼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해당 타석 안타를 친 하퍼의 준비 자세를 살펴보면, 무릎을 다소 굽힌 스탠스에서 배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습니다.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가면 배트를 하늘로 치켜세운 로드포지션과 레그킥을 가져가고 타격을 합니다. 방망이를 내기 전에 폼이 상당히 크고 과정이 많습니다.
다음 영상은 5월 말 유리아스를 상대로 한 다저스 전의 타격폼입니다.
이전에 비해 무릎을 좀 덜 굽힌 상태이고, 배트를 쥔 손은 귀보다 높은 곳에 위치했습니다. 또한 상대가 투구동작에 들어가기 이전에 배트를 상하로 흔드는 자세가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투수가 투구동작으로 이행하면 자연스레 배트가 상승한 상태에서 곧바로 레그킥을 하고 타격동작에 들어갑니다. 준비자세부터 배트가 상하로 움직이다가 자연스레 원래 타격예비동작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이전에 비해 타격예비동작이 감소했고 좀 더 리드미컬한 타격폼을 소화하고 있는 하퍼는 성적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5월 15일 이후 시점에서 현재의 타격폼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고, 타율이 1할, 장타율은 2할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아직 볼넷은 이전만큼 얻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은 타격폼이 완전히 소화되기까지 스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타격스탯을 보면, 이전에 스윙하지 않던 바깥쪽 공에도 스윙이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대신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컨택 비율이 4%P 정도 올랐고, 약한타구 비중이 10%P 줄고 그만큼 강한타구 비중이 늘면서 좀 더 공을 잘 맞추는 스윙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스를 살펴도 하퍼의 바깥쪽 공 대응은 좋아진 편입니다. 이전 하퍼는 아웃존과 더불어 존에 포함된 바깥쪽 3개구획에 모두 대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것이 5월 16일 이후에는 중하단 부 바깥쪽 공에도 대처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장타율이 중간 .875 - 하단 - .714로 그 쪽 공도 강하게 맞춰 장타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몸쪽 하단부에도 새로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가장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올해 재미를 본 바깥쪽 코스로 하퍼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시 없어진 부분에 있습니다.
실제 이전까지 타율 .302와 장타율 .547로 좋았던 바깥쪽 지배력이 이번시즌엔 사라진 것도 부진의 큰 원인이었습니다. 이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친듯한 모습입니다.
2015시즌의 MVP 수상을 비롯해, 하퍼는 잘 할 땐 무시무시한 활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진한 시즌은 공갈포로 전락할만큼 편차가 심했습니다.
특히 짝수해에는 유독 공갈포 경향이 매우 강해지고, 홀수해는 MVP를 논할 활약을 할 정도로 기복 큰 타자로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올해는 홀수해마저 정복하지 못할 위기에 있었지만, 다행히도 궤도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 활약으로도 팬과 구단은 성에 차지 않습니다. 당장 조정기간이라곤 해도 볼넷이 사라졌으며, 긴 계약구조로 인해 계약 초반부의 활약을 크게 기대하는 특성 상 지금까지 하퍼를 잘 말해주는 스탯인 OPS조차 아직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하퍼는 오랜 기간 해왔던 것을 수정하여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과연 하퍼는 작년 홈런더비 우승 이후 찬란했던 후반기(65경기 .300 .434 .538 11홈런 46타점)를 1년 성적으로 재현하며 계약이 틀리지 않았음을 주목할 수 있을까요? 하퍼의 이후 행보도 계속 주목해봅시다.
글/구성: 정강민, 김PD
이게 바로 하퍼의 어깨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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