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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죽여야 연봉이 올라간다?

조회수 2020. 11. 3.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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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아마존 죽이는 법'을 연구한다

회사 죽이기 훈련

기업가 케네스 프레이저의 이야기는 철저히 미국적이다. 잡역부의 아들이던 프레이저는 필라델피아의 노동자 계급이 사는 동네에서 성장해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 이어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며 계급의 정상에 올랐다. 이후 제약업계의 거인 머크의 법무팀에 들어간 그는 결국 CEO 자리에까지 오른다.

케네스 프레이저 (출처 : 매경이코노미)

프레이저는 머크에서 혁신을 촉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그저 혁신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임원과 달리, 그는 과거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 즉 ‘머크를 파괴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회사의 임원들에게 머크의 가장 사나운 경쟁자 역할을 맡아 머크를 업계에서 쫓아낼 모든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다시 원래 역할로 돌아와 그 위협을 피해나갈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이른바 ‘회사 죽이기’ 훈련이다. 회사 죽이기는 당신이 관점을 바꿔 당신의 규칙과 습관, 프로세스 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쟁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회사 죽이기에 나선 사람은 단순하고 진부한 이야기를 훌쩍 뛰어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회사 바깥으로 나가보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기 회사의 약점을 살핌으로써 변화가 얼마나 절박하게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죽일 줄 알아야 살릴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 역시 아마존에서 비슷한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전자책이 아마존의 종이책사업을 위협하자, 베이조스는 이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그는 한 동료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아마존을 포함해 책 파는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전략을 연구하라.

이를 통해 마련된 사업모델은 결국 아마존을 전자책시장의 최강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나 또한 회사 죽이기 훈련을 로스쿨 강의실에서 적용해 보았다. 학생들은 오로지 낙후되고 부패와 무능이 만연한 먼 나라들 그리고 국가명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에서만 독재정권이 들어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야심만만한 독재자가 되어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할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다음, 다시 역할을 바꾸어 가장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들을 마련해 보게 했다.

중요한 건, 미국 민주주의 보호를 놓고 추상적으로만 얘기할 때는 긴급성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독재자 입장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전략을 마련할 때에는 이 체제에 도사린 약점이 속속 드러난다. 이를 깨달을 때 비로소 그것을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긴요한지 깨닫는다.

‘○○ 죽이기’는 어디에나 유용하다

회사 죽이기 훈련은 대기업이나 로스쿨 강의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이 훈련의 다양한 버전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만 하면 된다.

“왜 사장이 나를 승진에서 누락시켰을까?”


“이 예비 고용주가 나를 고용하지 않은 것이 어째서 정당한 일인가?”


“소비자들이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는 게 옳은 결정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할 때는 “당신의 약점을 말하시오”와 같은 끔찍한 인터뷰 프롬프트를 보고 답하는 식으로는 말하지 마라. 이는 “저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합니다” 같은 은근한 자랑식 답변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철저히, 당신을 승진자 명단에서 빼고, 채용자 명단에서 빼고, 경쟁사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 입장에서 대답해야 한다.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라.

왜 그 사람은 그런 선택을 할까?

그들이 멍청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당신이 놓친 것을 그들이 보기 때문이다. 언제나 똑같은 옛날 각본에서 나오는 언제나 똑같은 계획을 가지고선 당신의 믿음을 바꿀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해 좋은 대답을 하나 마련했다면, 이제 관점을 바꾸고 잠재적인 위협에 대처할 방안을 찾아라.

‘문샷 사고’로 가능해지는 것
1. 몸값 급상승
2. 대박상품 기획
3. 수많은 생명 구조
… 그 외 전부 다.
아마존은 매일 ‘아마존 죽이는 법’을 연구한다.

저자소개


오잔 바롤

전직 로켓과학자이자 현직 법학자.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2003년 ‘화성표면탐사로버 프로 젝트’에 참여해 2대의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화성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업의 생태계를 뛰어넘어, 아이오와 로스쿨을 역사상 가장 높은 학점으로 수석 졸업했고, 2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루이스앤클라크 로스쿨에서 법학 교수가 되었다.

비록 로켓과학과는 멀어졌지만 온갖 위기상황에서 가장 재빠르게, 가장 훌륭한 답을 찾아내야 하는 로켓 과학자의 판단력과 사고방식이 법학자가 된 후에도 일과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웹사이트(ozanvarol.com)를 열어 정기적으로 관련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글들을 토대로 집필한 이번 책에서는 ‘로켓과학자의 생각법’을 ‘법학자의 논리’로 유려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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