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지금까지 이런 주인공은 없었다. 예쁜 얼굴과는 달리 괴팍한 성격에, 심지어 욕까지 잘하는 동화 작가라니!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고문영 이야기다. 매력적인 캐릭터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작품에 등장하는 그녀의 화려하고 강렬한 패션!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관심이 대단하다. 과연 우리 고문영 작가님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뭘까. 셀린느나 펜디처럼 하이패션도 능숙하게 소화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패션 아이콘답게 좀더 트렌디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듯 보인다.

고문영의 다소 비현실적인 스타일은 자기과시보다는 연약한 본성을 감추기 급급한 자기방어에 가깝다. 로맨티시즘과 펑크가 결합된 마그다 부트림의 드레스가 종종 등장하는 이유일 테다. 알록달록한 컬러 팔레트와 현란한 꽃무늬, 과장된 리본과 드라마틱한 러플 장식을 고문영만큼 찰떡 같이 소화해낼 수 있는 여자가 또 있을까.

고문영이 늘 무섭기만 한 건 아니다. 내면에 숨겨진 그녀의 유약함은 자수와 아일렛 디테일이 가미된 짐머만의 화이트 드레스처럼 소녀적인 의상들로 표현된다. 하지만 어여쁜 꽃에는 가시도 있는 법. 대담한 스터드 모티브가 특징인 클래쉬 드 까르띠에 이어링을 더해 특유의 달콤살벌한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그저 얌전하기만 한 줄 알았던 트위트 소재도 고문영이 입으면 모던하고 강렬해 보인다. 몸에 꼭 맞는 타이트한 실루엣과 크롭트 디자인이 인상적인 아보아보의 스커트 수트가 가늘고 긴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낸 덕분이다. 짧아진 머리를 깨끗하게 묶고 불가리 디바스 드림 이어링만을 매치한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링도 한 몫 한다.

서예지의 잘록한 허리가 돋보인 탓에 CG가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핑크 룩은 민주킴의 작품. <넥스트 인 패션> 우승 기념 파티에서 알렉사 청이 입었던 바로 그 옷이다. 그 밖에도 문예 수업을 위해 강단에 서거나 강태와의 첫 여행을 꿈꾸며 설레던 순간 등 중요한 장면 곳곳에서 동화적인 민주킴의 옷이 발견된다. 이쯤 되면 고문영의 ‘최애’ 브랜드라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