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언택트 시대의 럭셔리 쇼핑

조회수 2021. 2. 8. 15:1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발품 팔아 사는 명품은 옛말!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으로 더 쿨해진 럭셔리 쇼핑.

10년 전쯤인가. 아무튼 한창 멋을 부리던 대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지방시 판도라 백을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던 차에, 온라인 구매 대행 서비스가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에서 확인한 것보다 무척 저렴한 가격이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켰고 득달같이 카드를 집어 들자, 옆에 있던 엄마가 혀를 끌끌 차며 나를 뜯어말렸다. 충동적으로 거금을 쏟아붓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 비싼 걸 눈으로 보지도 않고 사느냐가 핵심이었다. 엄마 말처럼 당시만 해도 온라인으로 소위 ‘명품’을 소비하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온라인으로는 중저가 제품만 사고 판다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됐으니까. 실제로 이미 전자상거래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지만 럭셔리 산업만큼은 유독 ‘신문물’에 인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럭셔리가 표방하는 희소성이라는 가치와 온라인이 지닌 대중성이라는 특성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온라인을 통한 무절제한 이미지 소비와 독점성의 가치가 훼손될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이미 지난 수십년간 공고히 쌓은 성공 공식이 뼛속까지 자리한 그들을 설득하는 건 럭셔리 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명분이 없으니 전자상거래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고,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은 너무 부족했다.

그들의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한 건 네타포르테(Net-A-Porter)와 육스(Yoox), 매치스패션(Matchesfashion) 등 럭셔리 기반 쇼핑 플랫폼의 성공을 목도한 시점이다. 럭셔리 마켓의 판도를 뒤흔든 네타포르테는 무려 20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엔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기에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를 불러모으는 기초적인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네타포르테 창립자 나탈리 마스넷에 따르면 첫 4년간은 거의 애원하다시피했고,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 어디서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침내 이해시키면 그래서 매장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는 대답이 돌아올 정도였다고 그 시절을 회상한다. 네타포르테가 성공 궤도에 안착하자 럭셔리 브랜드들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소비자들은 정말로 온라인으로 사치품을 구매했다. 이들의 선견지명은 수치로 더욱 명확해진다. 세계 3대 컨설팅업체로 손꼽히는 베인앤드컴퍼니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럭셔리 마켓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하며 2025년엔 25~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정도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고? 작년 말 기준 전체 308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럭셔리 마켓의 엄청난 몸집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급성장은 날 때부터 디지털과 밀접한 MZ세대가 럭셔리의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른 결과다. 럭셔리 마켓의 소비 계층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밀레니얼 세대는 35%를, 당시 4%에 불과했던 Z세대는 오는 2035년엔 무려 4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그들은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사고파는 행위에 무척이나 익숙한 세대가 아닌가. 구글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60%, Z세대의 56%가 온라인으로 소비를 한다. 오프라인으로 소비를 할지라도 86%의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처음 접하고, 40%의 사람들은 매장에서 처음 본 물건을 구입할 때도 스마트폰을 통해 제품을 면밀히 분석한 후 구매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발품 팔아 물건을 사는 건 번거로운 행위일 뿐, 온라인을 통한 럭셔리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목도한 럭셔리 브랜드는 그들 스스로 발 벗고 나서 공식적인 온라인 스토어를 선보인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첫 서비스를 기준으로 2005년 루이 비통(유독 앞서갔다), 2010년 구찌, 2011년 발렌시아가, 2014년 마이클 코어스, 2018년 셀린느 등 해를 거듭하며 라인업이 두터워졌다. 2017년엔 전 세계 패션의 주축을 담당하는 LVMH 그룹이 디올, 펜디 등 산하의 모든 브랜드를 집대성한 멀티 쇼핑 플랫폼 24세브르(24S)를 론칭하며 이 같은 변화에 힘을 실었다. 지금은 어떤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올해엔 그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 럭셔리 마켓은 전례 없는 불황에 직면했고, 비대면 방식이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자 럭셔리 브랜드들은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듯 온라인 서비스를 우후죽순 쏟아냈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첫 공식 온라인 쇼핑 스토어를 공개한 프라다를 시작으로 까르띠에, 에르메스, 불가리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애써 디지털을 받아들였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이미 온라인세상엔 경쟁력 있는 판매자가 넘쳐난다. 모두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문을 연다. 구매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한 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럭셔리와 온라인 사이의 끈끈한 연결 고리를 구축하고 대면 방식에서만 제공할 수 있던 고급화된 서비스를 어떻게 동일하게 제공하느냐 역시 관건이다. 다시 네타포르테를 예로 들어보자. 그들의 성공 요인은 쇼핑의 편의성과 더불어 차별화된 전략이 손꼽힌다. 일대일 쇼핑 상담 서비스, 22개 국어를 구사하는 고객 관리팀, 일부 지역의 당일 배송, 시착용 배송과 즉시 반품 같은 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체 매거진을 발행하며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옷을 사려는 목적 없이도 그들이 내놓는 양질의 콘텐츠를 습득하기위해 웹사이트에 주기적으로 접속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직구 사이트 티몰(Tmall)은 얼마 전 언택트 시대를 타개하는 묘수로 3D를 떠올렸다. 실제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 같은 현장감을 제공해 제품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 서플라이 역시 3년간의 연구 끝에 3D 기반의 웹사이트를 탄생시켰다. 비록 가상이긴 하지만 원하는 제품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다. 물건을 실제로 손에 쥐는 것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이보다 매력적인 변화가 또 있을까. 온라인 쇼핑은 더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쇼핑이 더욱 즐거워질 거라는 뜻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