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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리 그리고 모차르트가 되기까지_박은석

조회수 2021. 2. 10. 18: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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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재개막한 연극 '아마데우스'

This is Me
연극 '아마데우스'
배우 박은석

시간만 허락했다면 앞에 앉은 이 배우와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눴을 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대화라기보다 내 입장에서 듣는 쪽에 가까웠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연극 '아마데우스'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공연장을 벗어난 삶의 방식과 태도를 이야기할 때도 그의 집중력은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다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그런 인터뷰는 서로에게 시간 낭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소한 질문 하나도 얼렁뚱땅 넘기는 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서 고마운 인터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내용은 ‘뭐 이런 배우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마치 현자(賢者)에게 듣는 강의 같았다. 

Q.

2020년은 배우 박은석에게 특별한 한 해였을 것 같아요. 

A.

사실 그 어떤 때와 다를 건 없었어요. 하던 거 했고 불러주는 곳 가서 열심히 움직이며 틈틈이 대사 외웠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고 했어요. 크게 달라질 건 없는데 어쩌다가 굉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어쩌다가 제가 하는 작품이 빛을 발했죠. 모두에게 어두운 시기인데 저만 잘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좀 이상해요. 다 같이 좋은 게 아니니까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Q.

작품 얘기 먼저 해 볼까요. 연극 <아마데우스>가 재개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어요. 

A.

정말 다행이죠. 제가 딱 4번하고 두 달 째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게다가 연극을 대극장에서 보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누구 하나 “안 되면 그냥 접죠.” 하지 않고 연출님, 배우분, 스태프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어떻게든 올리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것 같아요. 여기서 끝내면 안된다는 마음이요. 

Q.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기억나나요? 

A.

또 다행인 것은 제가 살리에르가 아니어서요.(웃음) 살리에르 대사량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안 나오는 장면이 없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어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 세상 모두가 다 아는 대단한 인물을 모두가 알지 않는 박은석이 감히 잘해낼 수 있을까. 관객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나로 출발해서 아마데우스와 가장 근접한 인물을 만들어보자 다짐하게 되었어요. 

Q.

모차르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A.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아티스트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또 어떻게 보면 자만한 면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순수해요. 정말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기 감정에 솔직할 수 있을까 대본을 보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고요. 화나면 화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조금만 때가 묻어도 티가 확 날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어느 정도 저와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순진하지는 않아도 순수한 면이 있는데, 저와 공통된 이 작은 조각을 발견하고 이것을 제 안에서 증폭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레드 수트는 SHUIT, 블랙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슈즈는 더슈리(theshuri), 선글라스는 홍홀(HONGHOL), 링은 에이징 ccc과 스칼렛또블랙(SCALETTOBLACK).

Q.

모차르트와 박은석의 닮은 점에 대해 듣고 싶어요. 

A.

모차르트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신을 찬양하고 영웅에 대해 노래하고 이탈리어로 사랑을 표현해요. 왜 독일어는 안되나요. 평민이 가는 극장이 아니라 귀족들이 가는 극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자신을 고상하다고 생각하죠. 그저 고상해 보이고 싶을 뿐이면서.” 저도 살짝 그런 부류 사람인 것 같아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곳에 가고 비싼 음식을 먹고 유명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저한테는 없어요. 저를 아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고, 저는 오히려 평범보다 더 평범함을 찾는 편이에요. 평범함이 좋고, 또 대부분의 사람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니까 일부러라도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하는 거죠. 

라이더 재킷은 느와르라르메스(Noir Larmes), 화이트 스웨터와 차콜그레이 팬츠, 블랙 워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액세서리는 에이징 ccc.

Q.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연극 무대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A.

TV에 나오면 너무 좋죠. 인지도는 물론 출연료도 높아져요. 하지만 배우가 계속 호화롭기만 하면 어느 순간 플래토(Plateau) 지점이 와요. 더이상 올라가지 않아요. 매일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다가도 딱 멈춰지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근육이 나오지 않고 힘이 생기지 않을 때 그걸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하게 되죠. 저는 무대 예술이야말로 배우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긴 호흡을 가지고 연기 트레이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연기가 뿌리 깊은 나무라면 드라마 연기는 그 나무의 열매라고 해야할까요. 사과를 수확했다고 나무를 뽑지는 않잖아요. 뿌리가 굳건하면 사과는 계속 자랄 수 있고요.

로브는 얼반에디션(URBAN EDITION), 상의와 하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는 드바스크(DEBASSQQ), 링은 스칼렛또블랙(SCALETTOBLACK).

Q.

연습이 없을 때는 뭘 해요? 

A.

취미생활이 많아요. 오토바이, 자전거, 캠핑, 서핑… 배우들은 일이 없을 때 불안정한데 그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많아졌어요. 자신을 풍부하게 만들고 경험의 재산을 쌓아야 6개월, 일 년이 지나서 연기할 때 다른 카드를 꺼내 쓸 수 있거든요. 

Q.

좋은 연기란 어떤 연기라고 생각하는데요?

A.

그런 건 훌륭한 배우한테 물어보셔야죠.(웃음) 음, 저는 진실된 연기라 생각해요. 내가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진짜로 하는 연기요. 

Q.

‘배우는 적어도 이래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과 소신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A.

어떤 분야든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면 집중이 되듯이 연기도 남들과 다른 색을 내면 그 사람한테 시선이 가잖아요. 최소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는 언젠가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땅에 있는 다이아몬드와 티파니 매장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다를까요. 발굴되지 않은 것뿐이니 스스로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을 믿고 있어야 해요. 내가 믿고 있으면 남들도 그렇게 바라보게 됩니다. 


Attention, please
연극 '아마데우스'
기간 2020년 11월 17일-2021년 1월 17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출연 지현준 김재범 차지연 최재웅 백석광 박은석 성규 강영석 이봄소리 홍서영 외
문의 1577-3363
▲ 홈페이지 바로 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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