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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혹은 집착? 소름끼치는 인형의 전말

조회수 2020. 5. 25. 11: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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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랑

사랑이 예술혼을 피워 올리는 동력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죠. 그렇다면 집착은 어떨까요? 사랑과 집착. 엄청나게 다른 개념이지만 어찌 보면 종이 한 장 보다 그 차이가 얇은 엇비슷한 감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스카 코코슈카'와 '알마 말러'의 이야기
출처: 위키피디아
휴고 에르푸르트가 촬영한 오스카 코코슈카

광기와 같은 사랑, 집착이 예술혼을 고양시켰던 인물로 꼽을 수 있는 이는 오스트리아의 화가 오스카 코코슈카 아닐까 싶습니다. 오스카 코코슈카와 알마 말러. 이들의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알마 말러를 향한 코코슈카의 엽기적 집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네요.

출처: 스위스 바젤 미술관 소장
바람의 신부

이 시기 그의 격정과 고통, 번민의 마음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람의 신부'에 나타나 있습니다. 남녀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여자는 편안하게 잠들어 있고 남자는 불안감에 빠진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합니다. 남자는 오스카 코코슈카, 여자는 알마 말러겠죠.

이들의 사랑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사랑에 좌절한 코코슈카는 자원해 참전을 하지요. 그런데 전선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게 되고 겨우 목숨을 건집니다. 살아 돌아왔지만 여전히 알마에 대한 감정을 떨치지 못합니다. 이미 알마는 결혼해 딸까지 낳았는데도 말이죠.

출처: 위키피디아
알마 말러

이 즈음 코코슈카는 기이한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됩니다. 뮌헨의 인형 제조업자에게 알마 말러의 인형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것이죠. 그는 '서른다섯에서 마흔 살 사이쯤 되어 보이고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실물 크기 인형을 만들어 달라'라고 요청했다는데 누가 봐도 알마 말러를 지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해요.

‘입이 벌어진 모습이 좋을까요? 치아와 혀도 넣을 수 있나요? 그렇게 꼭 해주세요! 눈의 각막은 에나멜로 칠해주세요. 눈꺼풀도 움직이게 만들면 정말 아름다울 거예요. 머리카락은 진짜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만들어주세요.’
‘손으로 그녀의 육체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 피부는 아주 얇은 소재로 만드세요. 비단이나 얇은 아마포가 좋겠어요. 바느질을 세심하게 해야 합니다.’

그는 인형에게 '훌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여성용 속옷, 드레스를 주문해 입혔다고 합니다. 심지어 외출을 할 때도 동행했고 인형과 함께 있는 자화상을 그리기도 했지요. 그의 이런 기행은 얼마 뒤 이 인형의 목을 잘라 내팽개쳐버림으로 끝납니다. 알마에 대한 집착의 끈을 놓은 것으로 봐야 할까요.

위태로운 20, 30대를 보냈던 코코슈카는 이후 자신의 예술세계를 발전시키면서 표현주의의 대가로 자리매김할 뿐 아니라 극작가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깁니다. 알마는 1964년 85세로, 코코슈카는 1980년 94세로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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