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갑질' 논란, 적정 수수료는 얼마일까?

조회수 2020. 10.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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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운영사의 수수료, 얼마가 적정한 걸까

암호화폐의 열풍이 크게 불자, 많은 돈이 움직였다. 어느 투자자는 많은 돈을 벌었으며 또 다른 투자자는 많은 돈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잃는 것 없이 확실하게 돈을 ‘벌기만 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거래소’였다. 거래소라는 플랫폼은 암호화폐라는 거대한 바람을 타고, 열풍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수료를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결국 어떤 시장이든 돈을 버는 것은 그곳에 투자를 하고 노동을 제공하며 부를 창출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시장을 휘어잡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플랫폼이 되기 마련이다.

▲플랫폼 갑질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너무나도 달콤한 플랫폼 수수료

모바일 앱 게임 시장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게임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또 어떤 게임사는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의 전환에 실패하여 추락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이라는 앱 장터의 운영사들은 꾸준히 30%의 수수료를 수취하며 부침 없이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배달 음식이 호황을 맞으면서 배달 음식에 특화된 음식점은 매출 추락 없이 오히려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어떤 음식점은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줄 이어 폐업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달 앱 서비스사는 온전히 시장의 성장을 자신들의 매출, 즉 수수료로 바꿔가며 성장할 수 있었다.

▲대규모의 마케팅 비용 경쟁을 펼쳤던 배달 앱 시장

플랫폼이란 그런 것이다. 거대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시장을 장악하기만 하면, 시장의 성장을 곧 스스로의 성장으로 곧바로 치환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배달 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대규모의 마케팅비를 지출하며 적자를 감내해야 했고, 구글은 애플 위주의 시장을 빼앗기 위해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제공하며 당장의 수익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쿠팡이 견딘 이유도 플랫폼 점유를 위한 것

이커머스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이커머스 기업들 중 제대로 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없다시피 하다. 어느새 이커머스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쿠팡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쿠팡을 쫓는 다른 이커머스 플레이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경쟁의 끝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달콤한, 큰 노력 없이도 꾸준히 수취할 수 있는 ‘수수료’라는 점을 플랫폼 경쟁에 임하는 모든 이들이 알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마저도 말이다.


지금 플랫폼 논란이 불거지는 건

대규모의 적자를 보며 시장 선점을 위해 플레이어들이 경쟁할 때는 수수료로 인한 폐해가 제대로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는 보통 새로운 플랫폼의 이점을 톡톡히 보기 마련이고, 때로는 플랫폼 사업자 중 누군가가 경쟁자를 꺾기 위해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장 성장 단계에서 수수료는 사회적인 이슈로 쉽사리 부각되지 않는다.

▲모바일 시대에 적응한 시장지배적 기업들이 수익성을 챙기기 시작한 상황

문제는 경쟁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 주로 나타난다. 플랫폼 경쟁이 끝난 다음에서야 독과점의 폐해가 비로소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곳곳에서 연이어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플랫폼 경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중심의 이커머스는 이제 시장에 안착해 있고, 치열했던 배달 앱 경쟁은 M&A로 인해 마무리가 됐다. 안드로이드의 구글 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 외에 앱 다운로드를 위한 선택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레 경쟁 이후의 단계인 수수료가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경쟁의 승자들은 경쟁 종식 이후에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바로 ‘갑질’을 통해서

최근 들어서는 ‘플랫폼 갑질’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정치권에서 수시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을 확보한 플랫폼 업체들의 수수료가 문제시되면서부터다. 처음 불씨를 지핀 것은 배달의민족이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입점 업체들을 상대로 수취하는 수수료 체계를 기존의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가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의 조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배달의민족은 발표 일주일 만에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새 요금제 도입을 철회했다.


플랫폼 운영사에 대한 날 선 비판들

우아한형제들의 조치가 문제시된 이후에는 구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구글 플레이로 유통되는 모든 앱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고, 자사의 시스템만 활용해 앱 내 결제를 구현하도록 하는 정책을 공지한 것이다. 이는 정리하자면 안드로이드 앱에서 일어나는 모든 결제 행위에 30%의 수수료를 수취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구글의 발표에 국내의 인터넷, 콘텐츠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으며, 정치권도 이에 편승해 국정감사의 증인, 참고인 명단에 구글코리아 대표를 포함해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문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플랫폼 갑질에 칼을 뽑아 들었다

잇달아 수수료를 둘러싼 플랫폼 갑질이 문제가 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는 플랫폼 갑질의 대표적 사례로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 논란을 거론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을 겨냥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등 현행 법령만으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계약서 제공 의무나 표준계약서 작성과 같은 거래관행 개선을 요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마련하면서 플랫폼 갑질 논란에 개입하고 있다. 공정위가 마련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수수료 등 거래조건 이외에도 재화 등 상품노출 기준, 중개거래를 함에 있어 계열회사의 상품을 다르게 취급하는지 여부 등을 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한 법이다.

▲국회에서도 국정감사를 맞아 플랫폼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중

공정위는 배달 앱 플랫폼뿐 아니라, 지난 7월에는 10%의 중개 수수료를 수취하는 숙박 앱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수수료 논란에는 포털 사이트 또한 자유롭지 않다. 지난 9월 25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울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가리켜 “고리로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대기업”이라고 비판하며 “(네이버페이의 수수료는)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비교하면 1%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웅래 최고위원은 포털 사이트의 수수료 인하가 시급한 문제라며 “정부당국의 조속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플랫폼 운영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자각해야

그렇다면 이렇게 문제가 되는 플랫폼 운영사의 수수료율은 대체 얼마가 적정한 걸까. 구글과 애플이 앱 결제 수수료를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면, 숙박 앱의 중개 수수료는 10%에서 5%로, 배달 앱 수수료는 영구히 지금과 같은 체제로 유지하면 해결될 문제일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소상공인이 만족하고 플랫폼 운영사도 최상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적절 수수료의 정답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수수료율이 얼마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리기 힘들다

적자를 견디며 기나긴 시간을 감내한 플랫폼 운영사들에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때로는 지나치게 잔혹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지배적 플랫폼 운영사들이 자사의 사정에 따라 수수료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성립할 수 없다. 플랫폼 운영사들의 서비스를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점업체의 피와 땀이다. 어느 소상공인에게 플랫폼은 기회지만, 또 어느 소상공인에게는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이 재앙일 수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은 대부분 ‘필수’가 아니었다. 배달 앱이 없었어도 배달 음식 시장은 성장했을 것이고, 이커머스 플랫폼이 없었더라도 이커머스 시장은 계속 성장하던 추세였다. 그렇기에 소상공인 입장에서 빅테크 기업은 ‘선’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자신들의 목을 죄고 있는 ‘악’에 더 가까울 것이다.

▲플랫폼 운영사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이 필요한 때

플랫폼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들이다. 서울시는 배달 앱 운영사들의 횡포를 줄이기 위해 ‘착한 수수료’의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세금을 써가며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입점업체는 물론이고 공공기관마저 플랫폼을 주시하고 있는 시대다. 지금 시대에 플랫폼 운영사들에 요구되고 있는 덕목은 성장이 아닌 소상공인과의 ‘상생’이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부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플랫폼을 둘러싼 수수료 논쟁이, 갑질이 더는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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