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승무원, 영화관 직원. 요즘 어떻게 지내요?

조회수 2020. 9. 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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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합니다

코로나19가 바꾼 보통 여자들의 일과 삶.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는 안전한 비행을 책임지는 항공 승무원이다


코로나19 이전엔 여행을 위한 승객으로 만석이던 비행기가 지금은 해외생활을 하다 귀국하는 이들로, 과거 승객 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이륙하고는 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보호안경과 마스크, 보호가운 착용은 필수가 되었다. 처음엔 불안한 마음이 컸다. 운행한 비행에서 확진자가 나와 한 달 정도 격리소에서 생활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이대로 내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에 휴직도 고려했지만 직전 비행에서 만난 손님들 덕에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항공사들의 비행편 취소로 티켓을 구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나와 동료들 덕에 집으로 편하게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그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가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도 누군가에게 여행은 꼭 필요한 것이며, 그들이 안전하게 여행하도록 도와주는 이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도 내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최유정(외항사 승무원)

나는 프리랜서 필라테스 강사다


센터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낀 채 몸을 쓰고 말을 한다. 답답한 걸 넘어서서 최근엔 현기증을 여러 번 느꼈다. 회원들도 마스크를 끼고 호흡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회원들의 호흡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항목이 되었다. 공용 수건이나 공용 운동복은 당연히 사용할 수 없고, 발열 체크는 물론 기구는 수업 전과 후에 매번 꼼꼼히 소독한다. 그럼에도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코로나 이후 센터에 방문하는 대신 유튜브 등을 시청하며 홈트레이닝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회원이 크게 늘었다. 지난 상반기는 고정 수입이 없는 나 같은 프리랜서에겐 유난히 힘든 시기였다. 한편으론 사람들의 건강에 일조해야 한다는,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강하게 상기한 시기이기도 했다.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전보다 나빠졌지만 역설적으로 면역력 관리, 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우리에겐 지금을 견뎌내는 근육이 필요하다. -김희선(필라테스 강사)

나는 무균 병동의 간호사다


무균 병동엔 면역력 낮은 환자들이 입원한다. 그러니 환자들의 감염 위험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하루 2회 주어졌던 면회 시간은 전면 금지되었다. 한 달 남짓한 입원 기간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보호자들의 우울감이 오죽할까. 그런데도 오히려 내게 식사는 했냐며 안부를 묻는다. 힘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엔 70대 환자분이 손녀뻘인 우리에게 가족 대신 말동무가 되어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땐 나까지 울컥했다. 내 노력으로 환자들의 상태가 괜찮아지고 그들이 감사를 전할 때의 보람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을 위해 나는 오늘도 병원으로 향한다. -정채은(대학병원 간호사)

나는 예술영화관 직원이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많이 줄며 내 일터 또한 고용 유지가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운영에 치중했던 기존의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서비스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관객이 안심하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더 깊은 소통을 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듣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야외 테라스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야외 상영회를 하고, 레스토랑을 넓히는 등 가시적인 변화도 있었다. 예술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가치관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매개체다. 그리고 이를 향유하기 위해 우리를 믿고 찾아오는 관객들이 있다. 그들의 안전은 곧 내게 주어진 의무가 되기에 상영관과 로비를 수시로 방역한다. 우리의 공간에 방문한 순간만큼은 안심하고 영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박민지(예술영화관 운영팀 캡틴)

나는 세 살 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재택근무가 더 힘들다. 아이는 눈앞의 엄마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고 엄마는 일은 해야 하고. 출근하는 척 아이와 인사를 나누고 서재방에 몰래 숨어서 업무를 본다. 워킹맘의 입장에선 재택근무보다도 가족돌봄휴가 등의 제도가 더 확대되면 좋겠다.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사내 분위기 또한 뒷받침되어야 할 테고. 코로나 초기에 이미 주어진 휴가 일수를 다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휴원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가도 친구가 많지 않은 것이 마음 아프다. 맘카페만 봐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는 것을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코로나 상황이 단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휴직보다는 경력 단절을 감수한 채 퇴사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건 이전에도 힘들었고 지금도 힘든 일이다. 그래도 버티고 싶다. 퇴근하고 아이와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주고, 그렇게 아이의 웃음을 지키며. -박해진(회사원)

나는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다


코로나 이후 아이들은 5부제 등교를 하고 나머지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매일 출근하면 온라인 수업을 점검하고 자가진단 점검 사이트를 열어 응답률을 확인한다. 100%를 달성해야 하므로 아직 제출하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개별 문자를 보내 작성을 재촉한다. 교사는 마스크를 낀 채로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숨이 턱에 차도록 수업을 하고, 등교한 아이들은 책상에 올려놓은 투명 가림판 너머로 설명을 듣는다. 가장 큰 염려는 아이들의 건강. 방과 후 아이들의 생활까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늘 감염 가능성이 존재한다. 온라인 수업 시대의 교육 격차도 문제다. 담임 교사와의 만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저학년의 경우 공교육의 ‘사실상 부재’가 낳는 학력 저하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코로나 이후 교사의 일을 ‘유튜브 링크나 따다가 던져주는’ 정도로 폄훼하고 월급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든 안전하게, 의미 있는 가르침을 주고자 애쓰는 교사들에겐 맥이 풀리는 말이다. 툭하면 공교육 책임론을 휘두르던 사회가 오히려 학교가 멈추자마자 그 중요성을 다시 발견하는 모습을 본다.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곳,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 학교이다. 이 일을 좀 더 제대로 해내고 싶다.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고서. -최혜원(초등학교 교사)

 

※ 본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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