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성폭력을 증언한 용기있는 책

조회수 2021. 1. 21.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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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주말, 무한정 돌려보는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제 지겹다면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책을 들춰보는 건 어떨까. 빅이슈가 선택한 이달의 책 3권을 소개한다. 

'나, 여기 있어요', 디담·브장 지음, 교양인 펴냄

출처: 사진. 교양인 제공

“성추행 문제는 개인적인 일이니까 협회에서 징계까지는 좀….”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도 공론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피해자의 증언이 너무도 무력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선언하면 불똥이 튈라 주변인들도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고 등을 돌리고 결국 피해자가 업계를 떠나게 되는 결말까지, 익숙하지 않은가. 하지만 세상이 암흑이라도 '나, 여기 있어요'는 한줄기 희망을 선사하는 책이다. 만화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그리고 쓴 작품으로, 겪고 이겨낸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이는 용기가 돋보인다. 문하생 ‘현지’가 유명 웹툰 작가이자 대학교수, 만화협회 이사인 권력자 ‘정한섭’에게 성추행과 폭력을 당한 뒤 이를 공론화하고 법정 싸움을 벌이는 내용으로, 고난이 예상되지만 실화의 주인공인 저자는 어려움을 딛고 사건에서 승리해 외친다. “나, 여기 있어요.”

'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지음, 이수영 옮김, 시공사 펴냄


출처: 사진. 시공사 제공

1986년 8월 31일, 72세의 클로리스 월드립은 남편과 함께 작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 추락 사고를 당한다. 조종사와 남편은 사망하고 클로리스만 험준한 산에 남겨진다. 누구든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시 말하자면 클로리스는 72세다. 노년의 여성에게 현실은 무자비하다. 야생동물, 급류, 날씨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제대로 된 물과 음식물을 구하지  못해 겪는 열병이 그녀를 난타한다. 한편 같은 시각, 37세의 산림경비대원인 루이스는 초소에서 몰래 술을 마시고 있다. 얼마 전 남편의 이중결혼 사실에 충격을 받은 뒤 이혼하고 알코올에 의존하는 신세다. 그때 무전이 들린다. “클로리스.” 루이스는 이 실종 사고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클로리스를 찾아 나선다. 루이스는 클로리스를 찾을 수 있을까. 두 여자는 자기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곤(go on) 2', 수신지 글·그림, 귤프레스 펴냄

출처: 사진. 귤프레스 제공

'며느라기'로 가부장제를 고발했던 수신지 작가가 ‘낙태죄’를 소재로 여성의 몸과 선택, 인생을 말한 '곤(gone) 1'의 속편이자 완결편이 발간됐다. '곤' 속 세계관 설정은 이렇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1953년 낙태죄가 생긴 이후 한 번이라도 낙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여성들이 실형 처벌을 받게 된다. 속편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낙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생명을 중시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낙태가 ‘불법’이라서 죄책감을 느끼는 걸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사라졌던(gone) 여성들의 삶은 결코 사라져선 안 되고 나아갈(go on) 것이라고, 여성의 몸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낙태죄가 사라진 새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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