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픽사는 어쩌면 이런 걸 만들죠?

조회수 2021. 1. 21.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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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 픽사가 픽사한 작품, 오랜만에 극장가야 할 이유

소울

감독 피트 닥터('인사이드 아웃' 감독), 캠프 파워스/목소리 출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외/ 제작 디즈니, 픽사 /개봉일 1월 20일


목적이 이끄는 삶, 열정을 불태워라....등등...멘토들의 강연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우고 의욕을 고취시키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이런 멘토들의 책이나 강연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꼭 꿈을 향해 매진해야만 잘 사는 삶일까. 물론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힐링 에세이류 역시 흔하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소중해...

열심히 살라는 말 혹은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 모두 흔해져버렸지만 픽사는 그 흔한 말을 '픽사'답게 애니메이션과 스토리텔링을 아름답게 결합해 '보여'준다. 픽사의 신작 '소울'은 인간이 '나'로 태어나기 이전 세상을 그려내며, 꿈과 열정이 충만한 인생만이 의미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숱하게 봐온 주제이고 '소울'의 스토리텔링 역시 누구나 좋아할법한 안전주의로 귀결되지만 픽사가 이 뻔한 메시지에 도달하는 방식은 역시 다르다. 

재즈 아티스트를 꿈꾸며 중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는 조(제이미 폭스)는 어느 날 학교로부터 '정규직 제안'을 받는다. 누구나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조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자신의 진정한 꿈은 재즈클럽 무대 위에 있다고 믿는 조에게 갑자기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온다. 유명 뮤지션과 함께 공연할 기회를 얻은 것.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서는 날, 조는 맨홀 구멍에 빠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육체를 벗어난 조의 영혼이 간 곳은 '머나먼 저세상'(저승). 자신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조는 발버둥 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수 많은 '영혼'들을 만나게 된 조는 영혼들이 '유 세미나' 과정을 거쳐 열정을 찾고, '성격 파빌리온'을 거쳐 특수한 자기 성격들을 가진 후에 지구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의 모든 것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의 전당과 성격 파빌리온 등 픽사는 조의 모험을 통해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계'를 구축해놨다. 감독의 전작 '인사이드 아웃'의 연장선에서 애니메이터의 기발한 상상력이 최고의 기술력을 만나 탄생한 작품을 동시대에 볼 수 있는 것 또한 행복한 일이다. 

또한, 지구로 다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서려 하는 조와는 달리 태어나기 싫어서 수천년째 방황 중인 영혼 22번은 보통의 관객들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사는 게 고역이라 태어난 게 후회스럽고, 열정을 찾는 게 싫은 사람이라면 22의 불평 불만이 모두 제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자기만의 목적을 찾는 영혼들 중 22는 열정을 찾지 못해 '탄생'을 거부하는 영혼이다. 

조와 22가 지구(뉴욕)에 떨어져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스토리이지만 '소울'은 꿈에 올인하는 조가 옳다고 섣불리 정의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내 안의 불씨는 무엇에 타오를까, 나는 열정따윈 없는데, 그럼 안 되는 걸까. 나는 그냥 걷고 하늘을 보는 걸 잘하는 데 그게 '재능'이면 안 되는 걸까.

영혼 22가 자기 안의 질문들과 대면할 때, 사회에서 온갖 고난을 겪고 있는 '어른이'들은 몰래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을 수 밖에 없다. 

삶은 자유로운 재즈이며, 꼭 꿈을 이루지 않더라도 매 순간 내가 겪는 경험이 모여 경이로운 인생의 무늬를 완성한다는, 그 뻔하지만 뭉클한 이야기를 픽사는 이렇게나 아름답게 보여준다. 관객마다 다른 장면에서 감동하고, 각자의 삶과 경험에 따라 좋아할 대사가 다를 거라는 점도 이 영화의 특출난 점. 누구나의 인생은 제각기 소중하고, 내 인생과 시간을 충만히 즐기라고 말하는, 새해 고마운 선물같은 영화다.


*** 쿠키 영상 있음. 뉴욕 거리 너무 실감나서 여행가고 싶어짐 주의, 한국어 대사, 다수의 한국 명찰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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