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길 위에서 살아야만 한다

조회수 2021. 4. 10. 1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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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도시, 마을, 집... 대부분의 사람이 고정된 공동체 안에서 정주해 살아가는 반면 ‘노매드’(유목민)들은 한곳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간다. 물론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노매드도 있겠지만 자신을 보호하던 울타리가 붕괴되어 어쩔 수 없이 노매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영화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는 노매드의 삶을 타자화하지 않고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제시하는 영화다. 

거친 미국의 자연 속에서 무엇도 소유하거나 적재하지 않고 떠도는 노매드의 생활 방식은 가장 반대편에 있는 자본주의 세계를 예민하게 비추어 볼 수 있는 짝패일 것이다.

나는 노숙자가 아니라 그냥 집이 없을 뿐이야.

기업형 광산 도시에서 살던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은 남편이 죽고 경기 침체로 힘들어지자 그동안의 인생을 버리고 노매드가 되기를 자처한다.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펀이 만나는 노매드들의 삶은 대서사시에 가깝다. 영화는 펀이 만나는 노매드의 인생을 통해 모험, 상실과 고난, 인간이 서로를 연민하고 돕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던져놓는다. 

영화 <노매드랜드>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한 도시에 살다가 삶의 방식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혼자 힘으로 세상에 나가야만 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다양한 곳을 옮겨 다니며 그 과정에서 온갖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그녀의 여정이 그려진다.

영화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

노매드들의 삶을 르포 취재한 책 <노매드랜드: 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제시카 브루더)에서 출발한 영화다.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원작의 다채롭고 흥미로운 캐릭터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은 보도 저널리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복 취재해 노매드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저자 제시카 브루더는 위장을 하고 아마존 물류 창고에 가고 사탕무를 수확하는 일도 했다. 그러한 생생함에 끌렸다.


모든 것을 잃고 노매드의 삶을 선택하는 여성 펀 역할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연기가 놀랍다. 그녀가 펀의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냈는가?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내가 펀의 캐릭터에 원했던 유머 감각과 개성을 더해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유머 감각과 독특한 개성으로 펀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캐릭터에 따뜻함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의 안내자 역할도 한다. 

영화 <노매드랜드>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실제 밴에서 생활하는 노매드들이 출연해 본인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나에게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다른 사람들과 섞여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도록, 한곳에 고정되어 살지 않는 노매드들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해 촬영팀을 꾸렸고 일단 길 위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매우 유기적으로 진행되었다.

영화 <노매드랜드>

노매드 공동체에서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는지?


원작자인 제시카 브루더가 광범위한 조사를 했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실제로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놀라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제시카 덕분에 내가 그들의 세계로 가까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의 삶에 대해 알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 덕분에 더 수월했다.


영화를 위해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가?


나와 다른 사람들의 공동체로 들어가 개인적인 인생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설득하는 것이 영화감독으로서 이번이 세 번째였다. 서로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이어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노매드랜드> 촬영 현장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영화에 매끄럽게 스며들었는데 픽션 영화에서 어떻게 다큐멘터리 같은 진정성을 구현했나?


처음부터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노매드 캐릭터들을 이 영화에 통합시키는 동시에, 펀의 여정이 영화 내내 관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고 관객들의 관심을 끌려면 프란시스 맥도맨드 같은 배우의 연기처럼 탄탄하게 받쳐줄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펀의 여정이 다른 캐릭터들의 색깔이나 밝기를 가려버리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조화롭게 공존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길 위에서 생활해본 경험은 어땠는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감독으로서 선택권이 많아져 밴에서 더 흥미로운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물론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사실적이지 않은 것은 찍지 않는다는 것. 이런 원칙 때문에 스스로 설정한 한계가 많이 있었다.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이 실감 나게 느껴졌다. 완성본에서는 정말로 이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 <노매드랜드>

이 이야기가 세계 어느 곳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본질적으로 미국적인 이야기라고 보는가?


이 이야기의 주제와 정신은 세계 어느 곳, 혹은 삶의 어떤 계층에서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이런 질문을 다룬다.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자신을 다시 찾을 수 있는가?’


노매드들에 대해, 적어도 직접 만난 개인들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어떤 사람들은 길 위에서의 생활방식에 속한다. 실제 유목민족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주류 사회에 의해 내던져져서 다른 삶의 방법을, 안락함을 찾지 않으면 안 되기에 길 위에서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속 펀은 길 위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게 쉬워서가 아니라, 그녀의 마음이 닿는 곳이 거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노매드랜드>

펀의 이야기에는 슬픔이 있지만 그녀의 여행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지 않나?


그렇다. 펀은 자연에서 공동체를 발견하면서 진화한다. 황무지, 바위, 나무, 별, 허리케인에서. 혼자여도 괜찮다. 이런 생활방식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길은 심약한 사람들을 위한 삶의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고독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면 여전히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노매드랜드>

관객들이 이 세계에서 어떤 사실을 발견할 것 같은가?


저마다 원하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이 사람들이 겪는 고난도 보여주지만 강인함과 기쁨도 보여준다.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마다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기본적으로 <노매드랜드>는 인간을 하나로 묶어주는 모든 것,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정리/ 김송희,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출처: http://www.bigissue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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