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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력 테스트하기 좋은 예능이 있다!?

조회수 2021. 4. 16.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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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심야괴담회'

요괴나 귀신이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시대를 크게 타지 않는다. '전설의 고향'을 떠올려보자. 구미호는 몇 백 년 전에 있었을 법하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21세기에 창작되지 않은 이야기더라도 그 감정은 공유된다. 파일럿 방송을 거쳐 정규 편성에 성공한 MBC 예능 '심야괴담회'는 사연 형태의 괴담과 함께 출연자들이 직접 겪거나 ‘주워들은’ 공포 경험담이 서로 연결되며 진행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나 미신을 어느 정도로 신뢰하는지 등의 질문을 주고받지만, 그 답은 '심야괴담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는다. 공포와 서늘함이 극대화되는 순간, 모두가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귀신은 ‘안 믿어도’, 공포는 존재하니 말이다. 

침대 밑이나 장롱 안, 우물가에 무언가 있을 것 같다는 한국 괴담 ‘학계의 정설’부터 도시 괴담, 먼 나라에서 벌어진 희한한 사건까지 소재가 되니, 호러 마니아라면 분명 빠져들 만하다. 괴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의 법칙이 종종 등장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들이 연기나 부연 설명 없이는 재미가 덜한 괴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다. 출연자들은 사연을 ‘읽지’ 않고, 이야기 속의 공포를 이해한 뒤 그 절정과 대단원을 탁월하게 펼쳐놓는다. 

이런 ‘소오름’ 돋는 이야기들은 괴담인 동시에 미신의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인지 방송엔 종종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같은 자막이 흐른다. 소재 특성상 무속신앙에 관한 소문이나 경험담도 언급되는데, ‘너무 맹신하는 것보다는 편하게 들어달라.’는 출연자들의 멘트가 우리의 부풀어 오르는 상상력을 잠재우며 프로그램의 균형을 잡는다. 역사학자 심용환, SF 작가이자 공학 박사인 곽재식 역시 사실을 바탕으로 공포의 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아 ‘과몰입’을 방지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괴담 이야기를 들을 때만큼은 무서움을 한껏 느낀다는 점이 재미있다.

관찰카메라 형식이 핵심 키워드가 되는 예능의 세계에서, 돌아가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취한 '심야괴담회'의 선택이 흥미롭다. 회 차가 거듭될수록 비슷한 형태의 괴담이 지루해지지 않을까 걱정되면서도, ‘레딧(Reddit)’ 등의 대형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이들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 공포 실화와 상상을 뒤섞어 토론까지 벌인다는 걸 떠올려보면, 소재는 마르지 않을 듯하다. 여느 무서운 이야기가 그렇듯 밤에, 그것도 홀로 이 방송을 보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고, 자꾸 여기저기를 돌아보게 되는 ‘시청 후유증’도 남는다.

MBC 목요일 밤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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