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광고 없이 유튜브 본다..'호랑이 토큰'의 비밀은

조회수 2019. 11. 29. 09: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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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삶을 규정한다. 유튜브로 영상을 보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한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이곳의 규칙들도 이젠 몸에 밴 듯 익숙해진다. 모바일 광고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인터넷에서 언제든 불쑥 나타나는 필수 요소. 불편하더라도 이용자는 ‘건너뛰기’를 누를 뿐, ‘광고를 싣지 말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불편을 털어내기 위해 비용을 내기도 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광고를 싣지 말라’고 요구해본다면 어떨까? 지난 19일 정식 출시된 블록체인 브라우저 브레이브(Brave)의 이야기다. 


이 웹브라우저를 개발한 브레이브 소프트웨어는 제삼자가 사이트 이용자의 행적을 쫓는 추적기(tracker)를 차단하고, 광고를 소비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암호화폐 BAT(Basic Attention Token)를 주는 프로젝트다. 개개인의 ‘디지털 자아’가 인터넷 광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방침이다.


블록인프레스는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를 통해 각종 광고가 등장하는 웹사이트에 방문했다. 실제로 브레이브를 경유하면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때 노출되던 광고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각종 팝업 광고로 도배되는 기사 페이지도 이 웹브라우저에서는 한결 깔끔해졌다. 

출처: 블록인프레스
가수 아이유의 신곡 ‘블루밍’의 뮤직비디오. 좌측은 유튜브 앱을 통해, 우측은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 영상을 재생한 결과다.
“브레이브로 유튜브를 보면 정말 광고가 안 떠요.”

브레이브 웹브라우저 출시 소식을 보도한 후 기자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이 브라우저를 통해 유튜브로 접속, 각종 영상을 무료로 광고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제안이었다. 


곧바로 구글플레이를 통해 브레이브 브라우저를 내려받았다. 구글 크롬처럼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창문’과 같았다. 브레이브로 유튜브에 접속했다. 이미 사용하고 있던 유튜브 앱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되지 않은 이메일로 로그인했다. 여러 동영상을 브레이브 브라우저, 유튜브 앱에서 동시간대에 검색해 재생했다.   


유튜브 앱에는 곧바로 여러 광고가 비치됐다. 영상 화면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1개월 무료 체험하라는 광고부터 떴다. 다른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섹션 최상단에는 대출 관련 앱 광고가 배치됐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를 설치하는 골자의 ‘민식이법’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에도 어김없이 다이어트 관련 광고가 노출됐다.

출처: 블록인프레스
좌측은 유튜브 앱을 통해, 우측은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를 통해 ‘민식이법’에 대한 사연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첫 화면이다.

반면 브레이브 브라우저에선 원래 보려던 동영상이 곧바로 시작됐다. 웹브라우저 우측 상단에 있는 호랑이 로고를 누르면 광고 및 데이터 추적기 차단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민식이법’에 대한 영상의 경우 광고 및 추적기 11개를 차단했다고 표시됐다. 가수 마마무의 안무 영상에선 광고 관련 추적기가 71개나 차단됐다는 알림이 떴다.  


데이터 추적기란 여러 사이트로부터 인터넷 검색(브라우징)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이트간 트래킹(Cross-site trackers)을 위해 이용자의 ‘디지털 흔적’을 쫓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개념이다. 

출처: 블록인프레스
가수 마마무의 신곡 ‘HIP’의 안무 영상. 데스크톱(PC)로 재생했을 때 우측 상단에는 광고 및 추적기를 차단한 횟수가 공개됐다.

이는 페이스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동영상에는 대개 중간 광고나 해당 광고에 대한 배너 광고가 따로 혹은 함께 표기된다. 하지만 성형수술 광고가 게재됐던 페이스북 동영상을 그대로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를 통해 시청할 땐 달랐다. ’10초 뒤 스킵’ 버튼을 기다리던 습관에 찬바람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런 차이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브레이브 웹브라우저의 호랑이 로고에 그 실마리가 있었다. 


웹브라우저 차단 목록에는 유독 사이트간 추적기에 집계되는 횟수가 많았다. 모질라재단 블로그에 따르면 특정 게시물을 외부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는 버튼을 누를 경우 이 버튼을 통해 게시물이 있던 사이트가 해당 게시물에 관한 통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데, 외부 소셜미디어로도 관련 데이터가 전송될 수 있다.


이 데이터가 암암리에 타깃 광고로 활용되거나 사용자의 인적사항을 짐작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 이용자가 방문한 사이트와는 무관한 여타 회사들이 이용자의 행동을 지속해서 따라 다닌다. 말그대로 사이트 사이를 넘나들며 이용자의 흔적을 모으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대개 이런 데이터는 이용자의 경험에 맞추고, 사이트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수집된다.


단적으로 ‘쿠키’는 브라우저마저 작은 파일의 형태로 기록되는 내역이다. 이용자가 어떤 언어를 선호하는지,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았는지 등의 행위를 기억하는 역할이다. 서비스 제공자들은 이를 활용해 고객 최적화 작업을 이어가는 식이다. 온라인으로 양털 옷을 살펴보면 다른 사이트에 뜨는 광고에 온갖 양털 옷이 등장하는 것도 이용자의 행적을 적어두는, 여기에 따라붙는는 장치들 때문이다. 


모질라 측은 당사자 동의 없이 광범위하게 인터넷 속 행동을 수집하는 이런 방식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는다. 본인이 원하지 않을 때 사이트간 데이터 추적으로부터 선을 그을 수 있는 선택지도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질라에서 개발한 브라우저 ‘모질라 파이어폭스’가 추적기를 차단하는 프라이버시 기능(Private Browsing)을 제공하는 이유다. 


브레이브 소프트웨어의 브랜든 아이크 CEO는 2003년 모질라 재단을 시작해 파이어폭스 탄생을 이끈 인물로 유명하다.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는 모질라 파이어폭스가 중요시했던 프라이버시에 암호화폐를 접목해 인터넷 생태계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브레이브 소프트웨어 사이트에 따르면 추적기 차단 기능은 모든 광고와 데이터 추적기를 차단하는 게 기본 설정이다. 광고 업체나 데이터를 모으는 브로커로부터 정기 수수료를 받고 우회로를 마련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출처: 블록인프레스
광고 차단 설정을 잠깐 풀었다가 얼떨결에 BAT를 받았다.

암호화폐를 매개로 사이트 이용자는 광고를 시청한 데 따른 보상을 받거나 본인이 지지하는 서비스 제공자에 BAT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기본으로 설정된 ‘추적기 차단’을 풀면 원래 사이트처럼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이를 소비한 대가로 소정의 BAT 보상도 쌓였다. 정기적으로 토큰이 정산되는 구조다.


브레이브 관련 전자지갑을 내려받아 공식 인증을 거친 웹사이트의 경우 반대로 이용자가 BAT를 기부할 수도 있다.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선 광고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가능한 셈이다.


브레이브 공식 질의응답에 따르면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에 따라붙는 광고는 그대로다. 구글 도메인(google.com) 내에서 구글이 이용자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까지 차단하도록 미리 설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를 통해 접한 언론사 기사에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광고창, 광고성 콘텐츠 등이 그대로 있었다. 

출처: 블록인프레스
프레시안에 실린 칼럼 일부. 구글 크롬으로 보는 상단 화면과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로 보는 하단 화면.

브레이브 소프트웨어의 취지는 광고가 아니라 광범위한 정보 수집, 이를 기반으로 개개인을 특정하는 데 반대하는 움직임에 가까워 보였다. 모든 광고를 무조건 막는 게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유튜브를 볼 때 반대로 화면 속에서 나를 보는 눈은 두 손 안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브레이브 웹브라우저는 그 속살을 차단 횟수로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아이크 CEO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광고 시청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 온라인 광고 산업을 바꿔나갈 것”며 “브레이브 브라우저를 통해 개인정보보호와 보상 시스템을 모든 사용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품질과 고성능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썸네일 출처 : 블록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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