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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원에 새둥지 튼 뱅크샐러드의 '데이터 인테리어'

조회수 2021. 3. 2.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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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샐러드 사옥 한 켠에 있는 휴식공간. 이곳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뱅크샐러드가 여의도 파크원 타워에 새 둥지를 텄습니다. 작년에만 직원 수가 60% 늘어나면서 사옥을 이전하게 됐습니다. 신사옥은 약 750평 이상의 규모로,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뱅크샐러드의 새로운 사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파릇파릇한 초록 식물 사이의 뱅크샐러드 로고. 사명처럼 신선한 샐러드를 연상케 합니다. 몇 걸음 걷자 나타난 곳은 뱅크샐러드의 시그니처 공간인 아고라.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나무 소재로 만든 계단형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무려 200여명 이상이 앉을 수 있습니다. 앞, 뒤, 옆면까지 계단 구조물을 활용한 것이 비결입니다.


탁트인 창문과 벽면, 책상 곳곳에는 뱅크샐러드의 철학이 담긴 문구가 박혀 있습니다. 몇 걸음 걷다 보면 나오는 쇼파와 빈백, 그리고 초록 식물들. 전반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사무실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공간이 인테리어 전문 업체가 아닌, 회사의 경험 디자인(XD, Experience Design)팀이 기획하고 직접 꾸몄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직원들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 앱을 서비스 하는 뱅크샐러드에 경험 디자인 팀이 있다? 그리고 이들이 신사옥을 기획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XD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최종원 뱅크샐러드 XD 리더, 정영우 XD 디자이너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왼쪽부터 최종원 뱅크샐러드 XD 리더, 정영우 XD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먼저 XD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 안녕하세요. XD팀은 2020년 2월, 직원들의 경험 내재화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XD팀은 직원들의 경험을 설계하는 일을 합니다. 사무실을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직원의 경험으로 승화시켜 보고 있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 별도 XD팀이 있다는 것은 특별합니다. 회사도 문화와 직원의 경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여기에 리소스를 배정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선순위가 높다는 것입니다.


-XD, 감이 잘 오지 않는데 왜 중요한 것이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최: 저희 회사는 작년에 입사한 분들이 전체 구성원 가운데 62%입니다.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수많은 면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면접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지원자들의 면접 경험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경험 설계입니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대기하는 동안 안내 데스크를 보고 있는 것과, 뱅크샐러드의 로고와 비전을 보고 있는 것은 다릅니다. 지원자에게 전체 직원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벽을 보여주는 것도 면접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것을 보고 직원이 많고 회사가 빨리 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면접 대기실을 사무실에서 가장 좋은 풍경이 보이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또 대기실에 있는 TV에 직원들의 인터뷰를 재생해 같이 일할 사람을 보여줍니다. 이런 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경험입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지원자에게 뱅크샐러드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 공간 경험입니다.

지원자가 면접을 보기 전 머무르는 대기실인 ‘밋 룸’. 회사에서 가장 좋은 뷰를 자랑한다. 창문에는 뱅크샐러드의 철학이 쓰여있다.

-직원들의 행동 데이터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나요?


최: 직원들의 데이터는 정량, 정성 데이터로 이뤄졌습니다. 정량 데이터의 경우 출퇴근 기록, 회의실 기록 등이 있습니다. 정성 데이터는 저희가 직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찰해 얻습니다. 새로운 사무실을 꾸미기 위해 정량, 정성 데이터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설을 만들고 문제를 도출해 해결했습니다.


-새로운 사무실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나요?


정: 직원들에게 어떤 사무실이 필요한지 고민을 했고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 회의실 이용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전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직원들이 주로 어디서 일하고, 밥을 먹는지, 회의실에서는 몇 명이 일하는지 관찰했습니다. 한 사례를 소개하자면, 당시 20인 회의실이 네 개 있었는데 주로 세네명의 인원이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찰한 내용을 반영해 새 사무실에는 소규모 회의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회의실 예약의 경우 과거에는 구글 캘린더로 했다면, 이제는 회의실 입구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예약하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회의실 가동률이 이전대비 78% 상승했습니다.


-행동 데이터를 위해 촬영을 하신 점이 흥미로운데요.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최: 어느 날 카메라를 설치하고 타임랩스로 구성원들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 직원이 특정 회의실을 왔다갔다 반복하길래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직원이 무선 이어폰을 끼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회의실을 왔다 갔다 한 것이었습니다. 이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분석해보니, 잠깐 통화할 공간이 없어서 생긴 상황으로, 이 점을 반영해 새로운 사무실에는 1인 통화부스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데이터 축적을 위해 직원들을 관찰하다보면, 재밌는 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장: 실제로 직원들의 특성이나 성격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됩니다. 게다가 저희 자리가 구내식당 옆이자 사무실 중앙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들의 동선이 겹치는 곳입니다. 누가 언제 출근하고, 누가 커피머신을 고장 냈는지 다 알 정도입니다. 자동적으로 쌓이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관찰하고 직관적으로 느끼는 데이터도 중요합니다. 오피스를 운영하기 위한 회의를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구내식당 ‘푸드 볼’. 조명과 쇼파 식탁 등 레스토링과 카페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로운 사옥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정: 데이터 과수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뱅크샐러드는 사용자들이 만드는 데이터를 연계해 효율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소비자 경험이 열매라고 하면, 더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과일을 깎는 농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각 공간의 이름도 샐러드 볼(Bowl, 통)의 ‘볼’을 따와 이름을 지었습니다.


-가장 힘을 주신 공간이 있나요?


최: 직원들의 동선 중 가장 겹치는 곳이 ‘샐러드볼’이라고 불리는 아고라(Agora, 광장)입니다. 이 공간은 한 달에 한 번씩 전 직원들이 모여서 계획 회의를 하는 곳입니다. 저희는 이 곳이 직원들의 소속감을 형성하는 감성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언제든지 의견을 낼 수 있는 평등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의미가 있고 규모가 큰 곳인 만큼, 평소 이 곳이 데드(Dead) 공간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을 했습니다. 공간을 세분화해서 앞, 뒤, 위, 옆면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회사의 각종 지표와 재밌는 콘텐츠를 띄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생일이나 반려동물 생일 등도 보여줘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뱅크샐러드의 시그니처 공간 ‘샐러드볼’. 곳곳에 세심함이 돋보인다.

정: ‘커스터볼’이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어느 회사나 있는 보드룸(Boardroom)의 성격입니다. 주주총회, 리더회의 등 다양한 의사결정이 이뤄집니다. 이곳에는 가운데 큰 테이블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나무 칩들을 압축해서 만들었는데, 일반적으로 사무용으로 쓰지 않는 소재입니다. 저희는 사용자 목소리 하나하나가 뱅크샐러드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소재를 택했습니다. 옆면은 고객들의 피드백도 새기고, 앞면은 뱅크샐러드의 실험정신 등을 빨간색 글씨로 박아 모든 의사결정이 고객을 위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커스터머볼. 책상에는 사용자들의 피드백, 회사의 핵심가치 등이 새겨져 있다.

-경험 디자인에 대한 뱅크샐러드만의 철칙이 있나요?


최: 저희는 숫자 20에 집중합니다. 직원들의 모든 경험은 가능하면 스무 발자국 안에서 해결하자는 뜻입니다. 스무 걸음이 넘어가면 업무에 대한 몰입이 깨지기 때문에, 모든 직원들의 자리에서 스무 걸음 내에 회의실, 1인 회의실, 서서 일하는 공간 등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몰입과 협업을 위한 것입니다.

사무실 한 켠의 휴식공간. 스무발자국 이내에 푹신한 쇼파와 테이블 등이 있다.

-공간의 경험 설계, 어떤 효과가 있나요?


정: 회의실 이름을 회사의 대표가치 5가지로 지었습니다. 직원들이 항상 핵심가치를 상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사를 오고 나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의 핵심가치를 얼마나 느꼈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작년 4분기 2.7점(5점 만점)에서 4.4점으로 대폭 개선됐습니다. 공간의 비주얼 요소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최: 회사의 핵심가치는 작년 하반기 전 구성원이 참여해 재정립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핵심가치를 알려주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아마, 직원들 99%가 회사의 핵심가치 5개가 뭐냐고 물어보면 답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할 일과 계획은 무엇인가요?


최, 정: 저희는 이제 시작입니다. 스타트업은 조직 개편이나 변화가 유연하게 이뤄지는 애자일(Agile)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사무실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오후 12시에 몰려서 식사를 하고 20분 내로 식사가 끝납니다. 직원들이 한 공간에 몰리는 만큼 아고라에서도 식사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등 여러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직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만큼 발빠르게 사무실 공간을 바꿀 수 있도록 연구하고 관찰할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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