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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을 80년간 속인 고양이

조회수 2018. 3. 25. 2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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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리학자는 집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지성이 지구 상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으뜸이라는 것에 대다수가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 사람이 수많은 동물 중에서 가장 주체적으로 번영해 다른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이 그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당연히 동물이 사람보다 지성적으로 모자라다고 하는 의견은 과학계에서 증명할 가치도 없는 전제였다.

하지만 이런 인류의 오만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양이는 사람을 속여 80년이 넘도록 잘못된 실험을 믿게 만든 적이 있다.


때는 1898년, 손다이크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학습의 법칙(연습의 법칙, 준비성의 법칙, 효과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동물을 데리고 심리학 실험을 진행한다. 

이중 효과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고양이를 데리고 ‘퍼즐 박스’라는 실험을 진행한다. ‘퍼즐 박스’ 안에 있는 고양이는 굶주려있고 밖에는 맛있는 먹이가 기다리고 있다. 이 상자를 열고 먹이를 먹기 위해서는 박스 안에 있는 걸쇠를 옆으로 밀어서 잠금을 해제해야 한다. 

출처: wikipedia
에드워드 손다이크(1874.8.31~1949.8.9)

좁은 우리에 갇힌 고양이들은 야옹야옹을 연발하고 주변을 서성거리며 불안해했다. 그러다 우연히 몸에 걸쇠가 걸려 문이 열리게 되었고, 이 실험을 반복할수록 고양이들이 퍼즐 박스를 빠져나와 먹이를 먹는 빈도가 늘어났다. 이 실험을 기반으로 손다이크는 ‘즐거운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효과의 법칙’을 증명한다.

출처: wikipedia
퍼즐박스

하지만 81년이 지난 1979년, 이 연구를 재현한 미국의 심리학자 브루스 무어와 수잔 스튜터드는 이 실험이 그저 고양이의 귀여운 농간(?)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조작적 조건형성에 80년간 큰 기여를 한 이 실험의 고양이는 퍼즐 박스 안에서 단지 친밀한 대상에게 머리나 몸을 비비는 행동을 했을 뿐이었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직접 다가가지 못하자 가까운 사물인 상자에 몸을 비볐고 그 결과 걸쇠가 몸에 걸려 빗장이 풀렸던 것이다. 고양이가 배가 고프던, 먹이가 있던 그것은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했다. 

다만 친밀한 사람이 박스 앞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박스를 나오거나 나오지 못했다. 

심리학자들은 무려 81년 동안 이 단순한 고양이의 인사법을 ‘효과의 법칙에 성공적인 증명 사례’로 알고 지냈고, 이 재현 실험은 ‘고양이에게 걸려 넘어지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며 끝을 맺는다. 

만약 손다이크가 고양이를 키웠더라면 혹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과 함께 실험을 했다면 단번에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다른 동물을 데리고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고양이에게 몸 비비기가 얼마나 흔한 인사수단인지 집사님들은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글 | 라이펙트센터 신지연 대표

참고자료 | <동물의 생각에 대한 생각> 프란스 드 발 지음,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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