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왜 코가 막혀 있어요?! 자동차 그릴 이야기

조회수 2020. 5. 22.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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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그릴'은 다양한 기능적 역할과 차량의 전반적인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미쳐요. 근래 내연기관 자동차는 그릴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인 반면 친환경 자동차는 구멍이 없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많이 달고 있는데요. 그릴이 있고 없고 차이가 무엇인지, 전기차에 굳이 그릴을 넣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봤어요.


자동차 그릴은 무엇일까??

그릴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줄임말로, 생김새 때문에 붙은 이름이에요. 실제로 고기 굽는 그릴과 비슷하게 생겼죠. 본래 라디에이터 그릴은 라디에이터(Radiator, 방열기)를 보호하기 위해 덮어놓은 철망을 말해요.

과거에는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아 성의없이 구멍만 뚫려 있었지만 근래 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고 여겨져 디자인적으로도 중요시되기 시작했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에서 그릴은 차량 전면에 설치되어 통풍구 역할을 하면서, 위치상 라디에이터와 엔진을 보호해요. 주행 중에 엔진룸으로 침투하는 이물질을 막아주고, 주행풍을 라디에이터로 원활하게 공급해 냉각수와 엔진의 열을 낮춰 주죠.

그릴은 이렇게 기능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역할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릴의 크기와 형태, 심지어는 그릴 안쪽 마감의 디테일에 따라서 자동차 전체의 인상이 달라지는 것이죠.

오랫동안 자동차의 중요한 기능적, 디자인 요소로 자리매김해 온 그릴은 최근 들어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요. 그 이유는 바로 '공기 저항' 때문이에요. 그릴이 차량 전면에 위치하면 자연스레 주행 중 맞바람을 맞는 차량 면적이 커지게 되므로 공기 저항이 커지고 가속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그릴을 없애면 냉각수와 엔진을 식혀줄 공기가 유입되지 못하고 차단되기 때문에 엔진룸이 뜨거워져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엔진룸을 설계할 때 냉각 장치를 별도로 탑재하기 때문에, 그릴의 필요성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에요.

전기차에는 그릴이 없던데?!

양쪽 헤드램프 사이에 그릴이 위치한 자동차 모습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막힌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낯설게 생각될 거예요.

현대차의 아이오닉 모델이 대표적인데요. 아이오닉 전기차에는 그릴이 완전히 막혀있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할 때 외관상 큰 차이를 보여요. 반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탑재하고 있는 만큼 일반 승용차와 같은 그릴을 가지고 있죠

내연기관 엔진은 총 4 행정의 단계를 거치며 공기를 흡입, 압축, 폭발, 배기하는 과정을 거쳐요. 엔진에서 연료를 연소시켜 생기는 폭발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력을 얻기 때문에, 엔진에 공기를 공급해야 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또다시 외부 공기가 필요해요. 따라서 공기가 유입되는 ‘공기 통로’ 그릴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전력을 전기모터를 거쳐 바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력을 얻기 때문에, 공기 흡입이 필요한 연소나 냉각 과정이 없어도 돼요. 사실상 '공기 통로'인 그릴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 때문에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모든 모델의 외관에는 별도의 그릴이 없답니다.

전기차에 그릴이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르게 지속적으로 연료 보충을 할 수 없어요. 한 번 충전하면 주행 가능 거리에 제한이 생기죠.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를 총 3단계로 나눠 구분하고 있어요. 1단계는 도심용 근거리 전기차로 주행거리 200km 이하, 2단계는 장거리용 전기차로 주행거리 400km 이상, 마지막 3단계는 주행거리 500km 이상의 고성능 장거리 전기차로 구분 지어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는 대부분 1단계와 2단계에 속하는데, 최대 200km 정도의 주행이 가능한 2단계 전기차는 실주행 시 예상 주행 거리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어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릴 같은 '효율 저항 요소'도 차랑의 주행 가능 거리를 줄어들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답니다. 막힌 그릴은 공기 저항이 적어 실제로 효율을 기존보다 조금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는 일반 그릴보다 전기차 전용 그릴을 사용해 효율을 높이고 있어요.

라디에이터 그릴의 또 다른 역할은 없나?

근래 들어서 그릴은 자동차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심미적 기능으로서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예요. 종종 자동차의 앞모습을 사람의 얼굴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헤드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 차 전면부의 구성 요소가 사람의 이목구비와 닮았기 때문이에요.

그중 라디에이터 그릴은 얼굴의 중심이 되는 필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자동차의 전면 그릴은 차량의 얼굴을 나타내요. 그릴이 큰 차는 웅장해 보이는 외관으로 강력한 성능을 암시하기도 하고, 그릴이 작거나 없는 차량은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라는 생각이 들죠.

많은 자동차 제조사는 그릴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패밀리 룩(Family Look)을 강조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BMW는 콩팥을 닮은 '키드니 그릴 (Kidney Grill)'을 오래전부터 적용했고, 아우디는 '싱글 프레임 그릴 (Single Frame Grill)'을 적용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끌어올렸어요.

그동안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 멋지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왔어요. 국내 현대차와 기아차역시 고유의 그릴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죠. 현대차의 캐스캐이딩 그릴, 기아차의 타이거 노즈 그릴 등 브랜드를 대표하며 통일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선보이고 있어요.

현대차가 고유의 그릴 디자인을 선보인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예요.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라는 디자인 언어와 ‘헥사고날(Hexagonal) 그릴’을 적용해 현대차만의 패밀리룩을 정착시켰어요.

헥사고날 그릴이 최초로 적용된 모델은 5세대 아반떼(MD)였어요. 이름의 의미처럼 육각 형태를 띠며,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뚜렷한 인상에 일조했답니다. 헥사고날 그릴은 일관된 디자인으로 2세대 투싼, 2세대 i30, i40 등 다양한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됐어요.

2018 제네바 모터쇼에서 발표된 르 필 루즈(Le Fil Rouge) 콘셉트카에서는 현대차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가 선보였어요. 가장 눈에 띈 것은 보석 모양의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 패턴을 적용한 캐스캐이딩 그릴이었어요.

캐스캐이딩 그릴은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이런 그릴 디자인은 현대차 그랜저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아름다운 육각 형태의 조형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보여준답니다. 또한 그릴 안쪽을 가로형 크롬 라인으로 채워 안정감을 더했어요.

8세대 쏘나타(DN8)에서 더욱 부각된 캐스캐이딩 그릴은 차종에 따라서 디자인이 다른데,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에는 한결 남성적인 분위기로 적용됐어요. 볼드한 크롬 라인이 테두리를 감싸고 있으며, 그릴 안쪽을 3D 블록 패턴으로 마감함으로써 볼륨감과 존재감을 동시에 강조했어요.

기아차 디자인 역시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패밀리룩을 이어가고 있어요. 라디에이터 그릴은 마치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 코 같은 모습의 일관된 ‘타이거 노즈' 조형으로 다양한 기아차에 적용되고 있죠. 타이거 노즈 그릴이 처음 적용된 건 로체 이노베이션이예요. 당시 타이거 노즈 그릴은 사다리꼴을 뒤집어 놓은 형태에 단순한 디테일만 가미됐지만, 지금의 타이거 노즈 그릴은 입체적인 조형과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되었어요.

최근 기아차 디자인의 가장 큰 변화는 ‘타이거 노즈’가 ‘타이거 페이스’로 진화한 것이예요. 소형 SUV 셀토스의 타이거 노즈 그릴은 헤드램프까지 길게 이어져 헤드램프와 그릴이 통합된 형태이고, 양쪽으로 뻗어 나가는 크롬 라인은 버팔로의 뿔을 연상케 해요. 덕분에 셀토스는 강한 얼굴과 넓고 안정적인 자세를 갖게 됐죠. 또한, 크롬 라인에는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됐어요.

기아차 K7 프리미어는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했어요. 보다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인탈리오(Intaglio, 음각) 디자인을 사용해 이름처럼 입체감이 두드러진답니다.

기아차 중 제일 아름다운 라디에이터 그릴을 꼽으라면 K9의 쿼드릭 패턴 그릴(Quadric Pattern Grill)을 빼놓을 수 없어요. 크기와 디테일 모두 가장 화려하기 때문이랍니다. 쿼드릭 패턴 그릴은 응축된 에너지가 확산되며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어요. 곡면으로 볼륨감을 극대화했으며, 내부를 꽈배기 형태로 정교하게 가공한 크롬 라인으로 마감해 기함의 품격을 극대화했어요.

앞서 언급한 아우디의 상징 중 하나인 사다리꼴의 '싱글 프레임 그릴'은 2005년에 첫 적용됐어요. 초기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은 모서리가 둥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각이 뚜렷해졌어요. 현재는 헥사고날에 가까운 모양으로 바뀌었어요.

랜드로버의 경우는 벌집 모양의 직사각형 그릴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릴의 두께는 얇게 제작해,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SUV 차량에 날렵한 이미지를 더해 준답니다. 무게감 있는 차량에 얇고 정교한 그릴을 장착한 덕분에 시각적인 완성도가 높아졌어요.

전기차 중에서도 그릴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 있어요. 전기차라도 차량의 성격이나 이미지에 따라 별도의 그릴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재규어의 순수 전기차인 'I-Pace'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그릴을 장착했어요. 물론 공기 흡입 기능은 없어요. 하지만 동급의 타 브랜드 전기 SUV와 비교하면 그릴의 유무 차이로 인해 I-페이스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 전기차 EQC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같은 파나메리카나 그릴을 달고 있어요. 130년의 역사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는 EQ 브랜드의 차량들도 명확한 벤츠의 얼굴을 따르도록 했어요.

EQC는 실제로 전면 그릴이 뚫려 있는데요. 흡입되는 공기로 인해 효율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엔진 내부는 별도의 습기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마감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자동차 그릴에 대하여 알아봤어요. 내연기관 차량에서는 기능적 역할을 크게 했지만, 전기차에 와서는 그릴의 용도가 다르게 되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첫차에서 그릴 별 대표 모델의 시세를 한번 알아볼까요?

그릴이 없는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첫차 시세

- 1,540 ~ 2,430만원

최초의 호랑이 그릴, 로체 이노베이션의 첫차 시세

- 230 ~ 550만원

진보된 호랑이 그릴, 타이거 페이스를 가진 셀토스의 첫차 시세

- 2,220 ~ 2,790만원

헥사고날 그릴을 가진, 아반떼MD의 첫차 시세

- 350 ~ 940만원

캐스캐이딩 그릴을 지닌 최신 쏘나타DN8의 첫차 시세

- 1,790 ~ 3,070만원



오늘날 그릴은 과거에 비해 기능적 역할은 줄어들고 있지만 디자인적 요소로서의 존재감은 확실히 뽐내고 있어요. 매년 거세지는 자동차의 환경 규제로 인해 빠르게 진행되는 차량의 전동화 추세 속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욱 디자인적인 요소로 진화할 전망이에요. 자동차의 아이덴티티를 책임지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흥미로운 변화가 궁금해집니다.


전기차는 왜 코가 막혀 있어요?! 자동차 그릴 이야기

자동차 그릴 이야기

이미지 출처 : Hyundai, Kia, Tesla, Land rover, Jaguar, Audi,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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