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번이나 후보에? 2020년 아카데미의 진기록들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는 다양한 기록이 세워졌다. 가장 의미 있는 건 <기생충>의 주요 부문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영화상)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신기록을 만들었다. 이번 아카데미로 추가된 기록들을 정리했다.
스칼렛 요한슨, 12번째 배우 되다
한 배우가 그해 아카데미 주연상과 조연상을 동시에 오른 건 2008년 케이트 블란쳇(<골든 에이지>, <아임 낫 데어>) 이후 처음이다. 아카데미 역사에도 딱 11명뿐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주조연상 동시 후보 등극에 성공한 12번째 배우로 기록됐다. 쭉 나열하면 페이 베인터, 테레사 라이트, 베리 피츠제럴드, 제시카 랭, 시고니 위버, 알 파치노, 홀리 헌터, 엠마 톰슨, 줄리안 무어, 제이미 폭스, 케이트 블란쳇, 슬칼렛 요한슨.
승자 없이 끝난 커플 싸움
그레타 거윅, 노아 바움백 커플이 각각 <작은 아씨들>과 <결혼 이야기>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한 커플이 각자의 작품으로 작품상 경쟁을 벌인 건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그나마 비슷한 사례는 제임스 카메론과 캐서린 비글로우가 <아바타>와 <허트 로커>로 경쟁한 2009년인데, 두 사람은 이미 결혼했다 이혼한 사이.
픽사, <토이 스토리>로 대기록 경신
물론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역사는 짧다. 2001년에 신설했으니까. 그래도 기록은 기록이다. 픽사 스튜디오의 <토이스토리 3>는 2011년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최초의 속편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속편 <토이 스토리 4>가 2020년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으면서 해당 상을 연속 수상한 최초이자 유일한 시리즈라는 기록까지 가져갔다.
아카데미, 실존 인물바라기 버리나?
아카데미의 연기상은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에게 유독 관대한 편이다. 특히 남우주연상이. 지난해 남우주연상 후보 5명 중 4명이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였다. 올해는 후보 중 <두 교황>의 조나단 프라이스만이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물론 “아카데미가 실존 인물 사랑을 등졌다”고 하기엔 다른 후보 중엔 자전적인 캐릭터가 많았고, 주디 갈란드를 연기한 <주디> 르네 젤위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단정짓긴 어렵다. 이 ‘노 모어 실존 인물’ 경향이 올해만 그런 건지, 아니면 아카데미 변화의 물결인지 좀 더 지켜보자.
최저 시청자, 최고 시청률 경신
아카데미는 현지에서 ABC 방송사로, 한국에 TV조선으로 생중계됐다. 북미 지역은 2360만 명이 시청했는데, 이는 아카데미 사상 최저 시청률이다. 못해도 시청자 수 3천만 명 정도를 꾸준히 유지한 아카데미 입장에선 충격을 받았을 듯. 반면 한국에선 <기생충>이 후보로 올랐기 때문인지 평균 5%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5년 케이블 방송으로 생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시청률이다.
‘콩라인’ 브래드 피트, 로라 던 최초 수상
올해 아카데미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수상권에 든 두 배우 브래드 피트, 로라 던.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이번 수상이 최초의 오스카다. 브래드 피트는 <빅 쇼트>, <머니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2 몽키즈> 모두 연기상 후보에서 고배를 마셨고, 그나마 <노예 12년>의 최우수 작품상에 만족해야 했다. 로라 던은 <덩쿨 장미>, <와일드>로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를 오가는 그의 활동에도 불구, 아카데미가 찬밥 신세한다고 투덜거렸던 팬이라면 이번 수상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노장의 투혼, 결과는....
감독상 수상은 실패했지만, 봉준호의 찬사로 기립박수를 받은 마틴 스코세이지. 그는 지금까지 9번이나 감독상 후보에 올라 현존하는 감독 중 감독상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 보유자가 됐다. 역사상 최다 노미네이트는 12번 후보에 오른 윌리엄 와일러. 그는 그래도 3번 수상했는데 마틴은 아직 1번…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로 음악상 후보에 오른 존 윌리엄스는 지금까지 총 52편의 작품으로 후보 지명을 받았다. 올해는 수상엔 실패했지만.
<조커>로 음향편집상을 수상한 앨런 로버트 머레이는 상을 받기 전부터 기록을 남겼다. 이 분야에서 유일하게 10번째 노미네이트에 성공했기 때문.
가망이 아니라 상이 없는 어벤져스
마지막은 좀 슬픈 얘기.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시각효과상만 후보로 올랐다. 그리고 기대와 달리 이 상조차 <1917>에게 내줘야 했다. 이로서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경신한 역대 영화 중 단 하나의 오스카도 받지 못한 유일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