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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나가면 '대상', 시험 보면 '수석'이었다는 이 배우

조회수 2019. 12. 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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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규한 편집장
출처: 씨네플레이

준비된 사람의 말은 언제나 간결하다. “서두르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차곡차곡 이력을 쌓으며 연기자로서 호평을 받았던 그이기에 왜 이제서야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냐고 아쉬움을 담아 물었지만 대답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의 얄미운 전여친 박혜란, <미스 함무라비>(2018)의 카리스마 넘치는 속기사 이도연. 최근 <보좌관>의 냉철하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윤혜원까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이더니, <복면가왕>에서는 기성 가수까지 눌러버린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줬다. 최근에 한 예능에서 보여준 케이팝 댄스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어떤 역할이건 또 언제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았으니 새로운 시도가 결코 두렵지 않을 터다. 걱정보다는 설렘이 앞선다는 배우 이엘리야를 만나 12월 4일 개봉하는 영화 <너의 여자친구>에 대해 물었다.


출처: 씨네플레이

첫 영화다. 드라마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영화 출연이 늦은 편이다.

서두르지 않았다. 늦었다는 생각도 없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최선을 다해 연기해왔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금 이 작품을 만난 것 같다.

로맨스 영화를 택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오랜만에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이구나 생각했다.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그 감정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보다 성격 면에서 더 밝아졌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확실히 밝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너의 여자친구>의 혜진이란 인물은 좀 더 복잡한 캐릭터다. 처한 환경에 대해 또 미래에 대해 생각할 것이 많았다. 밝은 이면에 상실에 대한 아픔을 감추고 있어 세밀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기에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출처: 씨네플레이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양궁이다. 양궁은 현재의 혜진에게 삶이자 꿈이다. 양궁을 하면서 잃었던 희망을 찾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봤을 때 진짜 양궁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양궁 선수로서의 캐릭터가 완벽해야 관객들이 바라보는 대상이 지닌 내면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양궁 선수의 모습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한 달 반 정도 열심히 했다. 양궁 수업은 당연히 들었고, 감사하게도 양궁 선수들이 실제 훈련하는 과정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양궁 선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배운 것은 아니다. 양궁 선수들이 실제 활을 쏘는 순간은 엄청난 집중과 몰입을 보여줬다.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장애인 양궁 선수로 현역에서 활동하시던 분들을 만나면서 양궁이 혜진의 삶에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 역할이다. 제안받았을 때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어떤 인물이든 나와 다른 인물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영화는 혜진이 가진 개인적인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가 겪고 있는 청춘의 시기에 접한 세상에 대한 도전, 사랑과 용기 이런 것이 우선이었다. 장애인이란 설정은 영화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출처: 씨네플레이

소소한 행동 속에서 서로에 대해 이해해 가는 과정이 좋았다. 신발 끈을 묶어주는 휘소에게 우리는 이런 것 신경 안 쓴다는 혜진의 대답도 그랬고, 가상현실을 보여주며 걷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그렇게 기쁜 일은 아니라는 설정도 그렇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 안에서 자신이 꿈꾸는 자유를 찾아가고,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의지를 공감해 주었으면 좋겠다.

진지한 역할과 밝은 역할 모두가 어울린다. 실제 본인 성격은 어느 쪽인가.

연기를 하다 보면 캐릭터와 닮아간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냐에 따라 없던 성격이 발현되기도 한다. 겪어보니 나는 성격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면을 물려받은 것 같다. 그래서 어둡고 무거운 역할을 해도 그 역할에 매몰되지 않고, 곧바로 건강한 방향으로 벗어나곤 했다.

휘소의 공대 친구들과 호흡이 좋다.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혜진은 양궁팀과 만나 활도 쏴야 하고, 부모님과 동생도 만나야 한다. 그런데 휘소의 공대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혜진의 나이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혜진이 가진 고민이 그 나이 또래보다 좀 더 무거운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친구들과 어울리는 순간만큼은 그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출처: 씨네플레이

노래 실력이 상당하다. 가수 데뷔 제안도 받았다 들었고, 연기도 뮤지컬로 시작했다. 이 부문에 욕심이 있나.

정말 하고 싶다. 지금의 자리까지 오면서 영화 속에서 혜진이도 만나고, 드라마에서 여러 역할을 연기했던 것처럼 내가 잘 준비하고 있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뮤지컬 경연대회 대상도 받고,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다.

어릴 때 열심히 했나 보다. (웃음) 고등학교 3학년 때다. 청소년 뮤지컬 경연대회 날 아침에 혼자 첫차 타고 대구에 내려가서 대회에 참석했다.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편지 한 장 달랑 써놓고 간 거다. 대구에 너무 일찍 도착했는데 기차에서 내리니 고요하게 해가 떠오르는 거다. 그걸 보며 노래 연습하면서 경연 장소까지 갔다. 제일 먼저 도착해 1등 한 것 같다. (웃음) 남들보다 먼저 도착해 여유가 있어서 그랬나 보다. 좋은 추억이다.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 있나.

<보좌관>이 아닐까? 좋은 감독님, 선배님, 동료들 모든 것이 행복한 현장이었다. 특히 선배 연기자분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먼저 말 걸어주시고 다가와 주셔서 긴장감도 풀어주셨다. 그 덕분에 애정과 편안함이 연기에 배어 나온 것 같다. 보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신 것 같고. 연기 외에도 배우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처: 씨네플레이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다면.

사실 어떤 특별한 배우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조명받지 않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배우들이 많다. 이분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배운 게 더 많다.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것이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그 질문이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연기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에게 붙는 수식어는 보시는 분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배우로서의 본질을 소중히 지켜가고 싶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사일런스>라는 JTBC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기자 역할이다. <보좌관> 윤비서관도 전직 기자지만 이 역할은 조금 다른 결을 지녔다. 그밖에 작품들은 검토 중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뵙기 위해 많이 읽고 생각하겠다. 그리고,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12월 4일 개봉하는 <너의 여자친구>다. 보시고 오래도록 영화를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이 찾아주셔서 잊었던 청춘의 꿈과 희망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시길 바란다.

사진 백종헌(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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