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만큼 많지는 않지만 트로피 쓸어간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의 수상 소감 모음

조회수 2020. 2. 1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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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기생충>이 한국영화 역사를 다시 썼다. 아카데미 시상식도 영어 대사를 쓰지 않은 영화에 처음으로 작품상을 수여하며 92년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2월 10일(한국시각)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은 쾌거다.


<기생충>과 관련된 기사와 뒷이야기가 흘러넘치는 가운데 <조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커>는 감독 토드 필립스보다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공이 더 크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 만큼 호아킨 피닉스는 지난 시상식 시즌 동안 여러 차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때마다 그는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그의 말을 복기해보자.


2020년 1월 5일(이하 현지시각),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것은 우리가 경쟁하는 자리가 아닌 쇼일 뿐이다. (중략) 축산업과 기후변화 문제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행사 식단을 모두 채식으로 준비해주신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감사한다. (중략) 오늘 많은 분들이 호주 산불을 걱정하는데, 위기의식과 슬픔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행사를 위해 전용기를 타고 오는 행동은 하지 말자.

호아킨 피닉스의 형은 짧은 생을 살았다. 23세의 나이로 숨진 리버 피닉스가 그의 형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형의 죽음 이후 연예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그이기에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하나의 쇼”라는 발언이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그저 쇼가 아니다. 할리우드의 동료를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식사를 한다. 올해는 뭔가 달랐다. 골든글로브 역사상 최초의 채식 식단이 채택된 것이다. 이는 호아킨 피닉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채식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동물권 운동가이기도 하다. 또 “전용기를 타지 말자”는 발언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호주 산불은 기후 변화 문제와 연결된다. 전용기에서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트윗을 날리는 셀러브리티들의 위선을 까발리는 발언이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호아킨 피닉스는 환경 관련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1월 10일,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 그는 제인 폰다가 주최한 모임인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Fire Drill Fridays)의 일원으로 시위에 나섰다가 동료 배우 마틴 신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가 곧 풀려났다.


1월 12일,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
어머니, 당신은 나를 포기한 적이 없다. 당신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경찰에서 풀려난 호아킨 피닉스는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에 참석했다. 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 수상 소감은 조금 달랐다. 골든글로브의 사회적 발언이 아닌 매우 개인적인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어머니에게 영광을 돌린 이후 그는 <조커>의 각본가 스캇 실버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몇몇 외신은 그가 골든글로브에서 입었던 턱시도를 다시 입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 의상은 스텔라 매카트니가 디자인한 것이다.


1월 19일, 미국배우조합상
미국배우조합상 수상 소감은 국내에서 많이 회자됐다. 자막이 삽입된 이미지 파일 형태로 각 커뮤니티에서 소개되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그의 마지막 발언이 인상적이다. 누군가는 슬쩍 눈시울이 붉어졌을지도 모른다. 호아킨 피닉스는 자신의 친한 친구였던, 할리우드 역사에 길이 남을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그에게는 일찍 곁을 떠난 형과 친구가 있었다.

2월 2일, 영국아카데미 시상식
나 자신도 이 문제의 일부라는 점이 부끄럽다. 우리는 전반적인 인종차별(systemic racism)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아주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아킨 피닉스는 영국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의 잔치라는 비난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제는 영국 차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올해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의 연기 부문 후보는 모두 백인이었다.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아시아계 배우 아콰피나가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에 지명되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월 9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 있으면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사랑과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면 변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중략) 17살 때 우리 형(리버 피닉스)이 이런 시를 쓴 적이 있다. 사랑으로 구하라. 그러면 평화가 따라올 것이다.(Run to the rescue with love and peace will follow.)

호아킨 피닉스는 당연하다는 듯,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다. 그는 세 차례 수상에 실패한 적이 있다. 2001년 <글래디에이터>로 남우조연상, 2006년 <앙코르>로 남우주연상, 2013년 <마스터>로 남우주연상 후보만에 올랐다. 그는 덤덤했다. 20여 년 만에,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다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상 소감에서도 담담함이 느껴졌다. 감격에 찬 수상 소감이라기보다 휴머니티에 대한 연설에 가까웠다. 그의 ‘연설’에는 같이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한 감사부터 지난 시상식의 수상 소감에서 언급했던 문제들, 동물 권리, 환경, 인종차별 문제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그는 형, 리버 피닉스의 시를 언급하며 긴 연설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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