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영화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배우 출신 감독

조회수 2020. 2.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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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

단 두 편의 장편 영화를 만들었고, 두 편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 그레타 거윅의 이야기다.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 두 편의 영화만으로 그레타 거윅은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공고히 만들었다. 그녀가 이렇게 빨리 감독으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갖출 수 있었던 데는 감독 이전, 배우와 각본가로서 활동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출연작부터 연출작까지. 일련의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그레타 거윅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녀의 출연작(혹은 연출작)을 두어 편 정도 봤는데 재밌었다면? 아마 여기 소개한 다른 작품들도 당신의 취향에 맞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프란시스 하

  • 감독 노아 바움백
  • 출연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그레이스 검머
멋지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지 않은 편이다. 내가 떠올리는 영화 속 뉴욕에 사는 주인공들은 언제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프란시스 하>는 달랐다. 휘황찬란한 뉴욕을 흑백으로 담았다. 뉴욕 거리를 누비는 주인공 프란시스(그레타 거윅)는 어딘가 짠한 구석이 많다. 무용수가 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고 뉴욕에 왔지만 제대로 무대에 서본 적 없다. 꿈의 실현과 그를 따라가지 못한 현실의 괴리감은 스스로를 꼬인 사람으로 만든다. 결국 애인과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헤어지고, 온갖 특이한 행동을 일삼으며 죽이 잘 맞던 룸메이트 친구도 프란시스에게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다며 떠나버렸다. 다들 잘나가는 뉴요커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 분명 영화의 주인공인데 주위 인물들은 그녀에게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담을 뿐이다. 자신의 이름을 '프란시스 하'라고 명명하는 대목은 그레타 거윅의 감독 데뷔작 <레이디 버드> 속 주인공이 스스로를 '레이디 버드'라 이름 짓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프란시스 하나 레이디 버드처럼 스스로를 수식할 말을 골라내는 우여곡절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았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 감독 노아 바움백
  • 출연 롤라 커크, 그레타 거윅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와 <프란시스 하>를 함께 보는 것도 재밌는 관람 방법이겠다. <프란시스 하>에서 지질했던 그레타 거윅이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에선 성공한 뉴요커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프란시스' 같은 존재는 대학생 트레이시(롤라 커크)다. 그녀의 목표는 학교에서 글 좀 쓰고 잘 나가는 학생들로 구성된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 그곳에서 폼 나는 캠퍼스 라이프를 꿈꿨지만 광탈. 내가 쓰는 글도, 같이 다니던 남사친도 참 시시하다고 느낄 무렵, 엄마가 재혼할 남자의 딸 의붓 언니 브룩(그레타 거윅)을 만나게 된다. 트레이시의 눈에 브룩은 멋진 친구들도 많고, 이런저런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아 사람이 줄줄 따르는 게 인싸 중의 인싸처럼 보인다. 트레이시는 브룩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재미있는 삶을 따라 즐기고 그녀의 이야기를 몰래 소설로 옮긴다. 이렇게 완벽한 삶을 누리는 언니가 있다니. 라고 생각했건만, 갑자기 나타나 브룩에게 악담을 내뱉는 고교 동창이 등장하는가 하면, 브룩이 그동안 해왔던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트레이시의 동경의 시선은 미묘하게 변해간다.

매기스 플랜

  • 감독 레베카 밀러
  • 출연 그레타 거윅, 에단 호크, 줄리안 무어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다. 어떻게 보면 앞뒤 안 맞는 바람이다. 그렇지만 매기(그레타 거윅)는 이를 실천할 계획이 다 있다. 일단 주변 지인 중 준수한(?) DNA를 가진 친한 동창 남사친을 섭외한다. 그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을 할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철저하고 도전적인 계획을 세워 놓은 것치고 금세 꼬여버리고 만다. 그 시기 즈음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리고 만 것. 급기야 인공 수정을 하기로 한 날 그 남자 존(에단 호크) 하룻밤을 보낸다. 애는 생겼는데 복잡하게 됐다. 심지어 사랑에 빠진 남자는 유부남이다. 매기의 계획이 어그러지긴 했지만 이혼한 존과 태어난 아이와 그런대로 평범한 삶을 꾸려간다. 그런데 이 남자, 영 우유부단하고 자신의 미완성 소설을 붙들고 있느라 육아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세운 두 번째 계획. 이 남자를 다시 전 부인에게 반품(?) 하기로 한다. 과연 그녀의 두 번째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지.

로마 위드 러브

  •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알렉 볼드윈, 제시 아이젠버그, 엘렌 페이지
먼저 밝힌다. 그레타 거윅은 "우디 앨런 영화에 출연한 걸 후회한다"며,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그의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며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그와 다시는 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레타 거윅과 우디 앨런은 종종 함께 거론되곤 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 출연해서가 아니라 그레타 거윅의 시나리오 스타일이 우디 앨런의 스타일과 닮았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하나의 장르처럼 돼버린 '뉴욕 배경의 로맨틱 코미디' 계보를 이었다. 그녀가 쓴 각본이나 선택한 출연작들에서 우디 앨런의 영화들과 비슷한 지점들이 포착된다. 현대에는 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다듬어진 그레타 거윅의 작품들이 더욱 의미 있게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레타 거윅은 <로마 위드 러브>에서 잭(제시 아이젠버그)의 여자친구 샐리 역을 맡았다. 영화는 로마를 배경으로 여러 인간 군상의 사랑과 삶을 그려내는데 그레타 거윅은 미국에서 온 샐리의 친구 모니카(엘렌 페이지)가 나타나면서 삼각관계에 빠진 커플 에피소드를 맡았다. 

우리의 20세기

  • 감독 마이크 밀스
  • 출연 아네트 베닝, 엘르 패닝, 그레타 거윅
<우리의 20세기>는 마이크 밀스 감독이 어머니와 자신의 누나들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일종의 그녀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영화다. 어머니는 아네트 베닝으로, 누나들은 그레타 거윅과 엘르 패닝으로 형상화됐다.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 영향을 받는 소년은 루카스 제이드 주먼이 맡았다.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싱글맘 도로시아(아네트 베닝)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를 가르치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한다. 도로시아는 그녀의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스물넷 애비(그레타 거윅)와 어릴 때부터 제이미의 친구였던 줄리(엘르 패닝)에게 도움을 청한다. 제이미는 머리를 빨갛게 염색하고 반항 정신을 가진 페미니스트 포토그래퍼 애비, 친구이면서도 미묘한 감정을 교류하는 줄리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영화 곳곳엔 임신, 생리 등 터부시 됐던 여성의 이야기들이 아무렇지 않게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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