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리즈 주연 배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이 영화

조회수 2020. 6.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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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임신한 10대 소녀 에이미(<미국 십대의 비밀생활>), 산소통을 끌고 다니던 불치병 환자 헤이즐(<안녕, 헤이즐>), 미래 사회를 바꿀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전사 트리스(<다이버전트>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1999년, 아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올해로 연기 경력 21년 차를 맞은 쉐일린 우들리는 줄곧 평범함과 거리가 먼 캐릭터로 관객을 찾아왔다.


그런 면에서, 쉐일린 우들리의 신작 <엔딩스 비기닝스>는 그녀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다. 이별 후폭풍으로 잠시 술과 연애를 끊은 다프네(쉐일린 우들리) 앞에 상반된 매력의 두 남자, 잭(제이미 도넌)과 프랭크(세바스찬 스탠)가 나타난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표류하는 다프네. 그녀는 타인과 관계를 맺기 이전, 이 모든 감정의 밑바닥에 깔린 자신의 자존감부터 다져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우리의 일기장을 펼쳐내 만든 듯한 현실적인 캐릭터로 돌아온 쉐일린 우들리는 현 세대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혼란을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펼쳐내며 지극히 평범한, 또 다른 세대의 아이콘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엔딩스 비기닝스>를 촬영하며 “감정적으로 지진을 느낀 기분”이었다던 쉐일린 우들리와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나.


= 굉장히 잘 지내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몇 달간 집에 머물렀다. 집을 다시 집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이 내겐 큰 위안이 됐다. 


<엔딩스 비기닝스>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작품의 첫인상은 어땠나. 


=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라이크 크레이지>를 본 이후 항상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을 즉흥 연기로 채운다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계속해서 내 영혼을 탐구해나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엔딩스 비기닝스>에서의 즉흥 연기는 나를 안팎으로 이해하고 더 깊게 알게 되는 아름다운 작업이었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촬영 현장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의 즉흥 연기를 이끌었다고 들었다. 장점도 있겠지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 <엔딩스 비기닝스>는 사람들 사이 깊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고, 이런 친밀한 순간을 연기하려면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배우들이 완전히 솔직한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자유를 줬다. 동시에 배우들이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감정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해 줬다.  


배우가 스스로 캐릭터의 대사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만큼 본인의 의견도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은데. 


= 물론이다. 즉흥 연기는 캐릭터들의 다이내믹한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사와 대사 사이 공백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연기를 하다 보면 감정이나 대사 사이에서 헤매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 몰려오는 고요함이 캐릭터들의 내면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침묵의 순간엔 관객 역시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보통 작품에 들어서기 전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구하는 편인가.


= 하지 않는다. 특히 <엔딩스 비기닝스>는 즉흥적인 연기를 많이 해야 하는 작품이라 연구를 해서 다프네라는 캐릭터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대신 자연스럽게 그녀의 삶에 녹아드는 방식을 택했다. 


다프네는 두 남자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인다. 그 와중 본인이 묻어둔 과거 문제까지 마주해야 한다. 다프네를 연기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 다프네가 보통의 우리처럼 연약하고 솔직한 캐릭터였다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다프네와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두 날 것 그대로 보여줘야 했다. 두려웠지만,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업이었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쉐일린 우들리가 언급한 바 장면

촬영 중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장면도 궁금한데.


= 세바스찬 스탠과 함께 촬영했던 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의 촬영이 유독 강렬했고 감정적이었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진한 감정들이 우리 사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다프네는 전 세계 20대, 30대 현대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을 전할, 그 세대 여성들의 고민과 성찰의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다. 배우 본인도 다프네와 같은 시기를 거치고 있는 현실의 청춘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와 더 맞닿아있는 듯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 당연히 느꼈다. 우리는 조화, 사랑… 이런 중요한 것들의 의미를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우리는 나 자신을 판단할 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곤 한다. 남들의 커리어, 외형적인 것과 자신을 비교해 정체성을 찾기보단, 본인을 향한 자존감, 그리고 자기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엔딩스 비기닝스>의 다프네는 인생의 슬럼프를 겪는다. 쉐일린 우들리 역시 살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본인만의 슬럼프 극복 방식이 궁금한데. 


=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힘을 받아 극복한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그리고 멘토들은 언제나 내가 의지하는 기둥이 되어줬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내 안에 들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로움은 생각보다 훨씬 더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모든 걸 스스로 다 해낼 필요는 없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긴 촬영 후기가 인상적이었다. <엔딩스 비기닝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던데. 이 촬영 현장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 <엔딩스 비기닝스>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 여성으로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데에서 큰 의미가 있는 영화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즉흥적으로, 혹은 취약한 부분을 바탕으로 선택해왔던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간 삶의 패턴이 눈에 들어오더라. 이번 작업은 미래의 내 모습을 재정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감정적으로 지진을 느낀 기분이다.

(왼쪽부터) <더 디스트릭트>에 출연한 아역 시절의 쉐일린 우들리, <엔딩스 비기닝스>

1999년에 데뷔해, 올해로 데뷔 21주년을 맞았다. 배우로서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가.


= “No-Jerk”(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가 나만의 신조다. 못되게 구는 사람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물론 몇 시간 동안 녹초가 될 정도로 인내심이 필요하고, 많은 고단함을 필요로 할 때도 있지만… 항상 재미있어야 하고 열정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열정에 의존한다.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와 프로듀서로 일하는 데엔 어떤 차이점이 있던가.


= 제작을 사랑한다. 프로듀서는 어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건설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 내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라 중독성이 있더라. 반면 배우는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연기를 해야 한다. 마지막에 모든 걸 다 쏟아붓는 느낌이랄까. 그런 차이점이 있었다. 


SNS를 보니 환경 문제와 관련된 게시물이 많던데. 어떤 계기로 환경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나. 현재 가장 크게 관심을 쏟고 있는 환경 문제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 더 어린 세대들에게 지구를 최대한 안전하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자원 고갈에 따른 환경 오염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최근엔 해양 오염을 둘러싼 이슈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주요 미디어들은 이 이슈를 자주 다루지 않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출처: <엔딩스 비기닝스> 촬영 현장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섰고, 30대를 앞두고 있다. 이런 지점에 선 배우로서 어떤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30대를 보내고 싶나.


= 아직 이루지 못한 게 너무 많다! 비록 몇 십 년 동안 배우 생활을 이어왔지만, 아직도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까지 해왔던 작품들과 전혀 다른, 다양한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보고 싶다. 최근엔 외국 영화에도 관심이 가더라. 한국, 프랑스, 일본 영화 제작 방식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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