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와 함께 보면 좋을 여성 주인공 복싱 영화들

조회수 2021. 4. 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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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파이터>

<파이터>가 개봉했다. 14년차 배우 임성미가 여성 복서 진아를 연기했다. <파이터>는 지난해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임성미) 등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올해 열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 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파이터>는 윤재호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칸영화제 감독주간 단편 부문에 초청된 <히치하이커>부터 중국에서 활동하는 탈북 여성 브로커를 3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 <마담 B>, 이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제작한 첫 장편영화 <뷰티풀 데이즈>에 이르기까지 탈북민의 이야기에 천착해온 인물이다. 두 번째 장편영화 <파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진아는 이제 막 하나원에서 퇴소한 탈북민이다. 하나원의 공식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다.


진아는 한반도 남쪽의 삶에 정착하기 위해서 복싱을 선택했다. 복싱이라는 운동이 그런 것 같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영화 속 복싱 선수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힘든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링 위의 삶이 그들에게 구원이다. 남자든 여자든 서양이든 동양이든 마찬가지다. <파이터>와 함께 보면 좋을 여성 복싱영화 4편을 소개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꼭 기억해야 할 작품이다. 복싱 영화로서, 여성 복싱영화로서, 그냥 영화로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기억해야 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워낙 뛰어난 영화이기에 기억해야 할 필요도 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봐도 재밌고 좋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이야기의 힘이 세다. 서른이 넘은 복서 매기(힐러리 스웽크)가 주인공이다.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가 늘 그렇듯) 딸과 소원한 괴팍한 성격의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매기의 나이를 문제 삼으며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기는 계속 체육관을 찾아오고 결국 프랭키는 매기의 트레이너가 된다. 딸과 아버지 관계가 된 두 사람. 영화 후반부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특히 인상적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배우들의 열연으로도 유명하다. 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이 만들어내는 영화 속 공기를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할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백엔의 사랑
<파이터>의 개봉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가 <백엔의 사랑>이다. 이 영화는 지독한 면이 있다. 안도 사쿠라라는 배우가 이치코라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서른이 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백수 캐릭터다. 백엔샵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복싱 체육관의 남자와 관계를 맺다가 자신이 권투에 빠지게 된다. 빠지게 된다는 표현은 사실 적확하지 않다. 권투에 몰입하게 됐다고 보는 게 맞겠다. 중독됐다고 하는 게 더 옳을까. 설명하기 어렵지만 백수 인생 이치코는 그저 권투만 하면서 살아간다. 권투를 못 하면 죽을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은 그의 권투를 응원하지도 않는다. 이 지독한 이야기는 그래서 관객의 마음에 깊게 박힌다. 권투 선수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이치코의 집요함과 집착이 오로지 관객에게 이상한 위로가 된다. 이치코의 무모한 도전을 보고 있으면 왜 저러나 싶다가도 나의 일상을 버티게 만드는 힘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백엔의 사랑>에 공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안도 사쿠라의 연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에서도 안도 사쿠라는 결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걸파이트
<걸파이트>는 미셀 로드리게즈의 매력이 빛나는 데뷔작이다. 나온 지 20년이 다 된 영화이므로 빈 디젤과 함께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하기 전 젊은 미셀 로드리게즈를 볼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걸파이트>를 볼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다른 가치를 찾아보자면 성장영화로서의 의미가 있다. 미셀 로드리게즈가 연기한 다이아나는 브루클린의 노동자 거주 지역 출신의 역시나 가난한 라틴계 학생이다. 그는 문제아였다. 말보다 주먹이 앞섰다. 다이아나는 남동생이 다니던 복싱 체육관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았다. 그렇게 그는 문제 청소년에서 권투 선수로 성장해나간다. 뛰어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다이아나는 자신의 애인 아드리안(<록키>에서 록키(실베스터 스탤론)의 애인의 이름과 같다)과 링에서 만나게 된다. <걸파이트>는 말하자면 정통파 복싱 영화에 가깝다. 영화의 장르적 문법은 성장, 스포츠영화의 그것과 유사하다. 단,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사실 이 차이점이 <걸파이트>의 핵심이다.

1번가의 기적
이 영화를 여기에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1번가의 기적>에 하지원이 연기한 여성 복서 캐릭터 명란이 등장한다. <1번가의 기적>을 복싱 영화 장르라고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찾아보기 힘든 여성 복서가 등장하는 한국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1번가의 기적>은 윤재균 감독이 자신의 히트작인 <색즉시공>의 주연 배우들을 그대로 기용해서 만든 작품이다. “한국형 코믹 감동 노선의 전형적인 영화”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원이라는 배우를 액션 배우로 기억하고 있다면 드라마 <다모>와 <시크릿 가든>과 함께 <1번가의 기적>의 연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참고로 동양챔피언었던 명란의 아버지는 정두홍이 연기했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부 권투 시합 시퀀스에서 교차 편집돼 아버지의 시합 장면과 딸의 시합 장면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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