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KY 캐슬> <검블유> <마우스>에 다 나왔다고? <더스트맨> 우지현,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조회수 2021. 4. 1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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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더스트맨>

태산(우지현)은 떠돌이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홈리스로 살기로 한 그는, 흐릿한 삶의 끄트머리를 겨우 부여잡고 하루를 견딘다. 어느 날 굴다리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아(심달기)를 마주한 태산은 그림에서 위로를 찾기 시작한다. “잘 안 보이는 먼지 같은 존재라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태산의 말처럼, 별것 아닌 듯한 존재도 가치를 발할 수 있다, 그러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자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영화는 가진다.


<마우스>에서 바름(이승기)의 사라진 기억을 함께 더듬어주던 든든한 친구 동구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우지현은, 2014년 <새출발>로 스크린에 데뷔해 단편포함 약 30편에 달하는 작품에 참여하며 줄곧 달려왔다. 그의 장편 주연작 <더스트맨>이 4월 7일 개봉한다. 그와 나눈 <더스트맨>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최근에 알게 됐는데. 김나경 감독님이 내가 예전에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걸 봤다고 하셨다. 다른 분에게 나를 추천받기도 하셨고. 감독님이 연락을 주셔서 미팅을 하고 참여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태산 캐릭터가 멋있어서 좋았다고.

나는 엄살이 있는 편이다. 태산이라는 인물은 자기가 가진 슬픔과 괴로움을 좀 담담하게 받아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매력적이더라. 더스트 아트라는 소재가 우리 영화에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했다.


대사가 많은 편은 아니다. 표정만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장면도 있었고. 연기하면서 심적으로 답답한 순간은 없었나.

아무래도 태산 같은 인물을 20회차 넘게 촬영하다 보니 답답한 순간이 생기긴 하더라. 주변에 모아 같이 경쾌한 인물이 있기도 하고. 솔직히 “아, 나도 저런 연기 하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그건 사실 밝은 역할을 맡았을 때의 경우도 마찬가지니까. 지금 맡은 역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더스트맨>

영화에 태산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명시가 되어 있었고, 촬영한 분량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편집 때 빼는 게 좋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태산은 친구와 함께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데 친구를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은 죄책감과 슬픔에 흠리스라는 생활을 선택했다. 사전에 이 정도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심달기는 모아가 태산을 도운 것 같지만, 태산의 삶을 자기 작품의 소재로 이용한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우지현이 보기에 태산과 모아, 둘의 관계는 어떻나.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 내가 현장에 있을 때도 심달기 배우가 오면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강길우 배우(도준 역)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고. 태산과 모아에게는 주변에 자신을 닮은 사람이 없었다. 공감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었던 거지. 둘은 서로를 만나서 이야기하면 그제야 좀 즐겁고, 숨 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에 더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넓게 보면 태산과 모아가 서로에게 어떤 큰 의미가, 큰 위로가 되어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내가 동료 배우들을 만나면서 소소하게 순간순간 느끼는 것 같이, 밝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더스트맨> 속 서울은 먼지로 뒤덮여있다. 태산은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도 그림인데, 현장에서 먼지를 어떻게 쌓았을지도 궁금해지더라.

사실 그만큼 먼지가 쌓여있는 공간이나 물건을 주변에서 찾기가 쉽지 않아서 미술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물건 재질마다 먼지를 도포하는 방법도 다르고. 어떤 창문에는 오일을 바르고 먼지를 뿌려야 먼지가 고루 묻고, 또 다른 물건에는 다른 식으로 붙여야 하고. 그래서 그 과정이 고단했다고 들었다. 달기 배우와 내가 손으로 싹, 먼지 위에 그림을 그렸는데 혹시 예쁘게 안 되면 또다시 닦아내고 뿌려야 했다. 고생 많이 하셨다.

<새출발>
<마우스>

김나경 감독은 장면들을 미리 촘촘하게 구상해서 계획적으로 영화를 찍는 편이라고. 세 차례 호흡을 맞춘 장우진 감독(<새출발> <춘천, 춘천> <겨울밤에>)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김나경 감독님은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신다. 엄청 디테일한 부분까지 디자인을 가지고 계신다. 그래서 요구하시는 지점을 정확히 맞춰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해서 뚫어냈을 때 쾌감이 또 크다. 장우진 감독과 작업할 땐 뼈대만 가지고 현장에 가서 빈 곳을 채워나간 경우도 있었다. 계속 같이 얘기하며 작품을 밖에서부터 채워나갔는데, 이런 부분들이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SKY 캐슬> 전진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조셉, <마우스> 구동구. 모두 꽤 발랄한 조연 캐릭터다. 드라마로 우지현을 처음 알게 된 이들이라면, 삶의 극단에 있는 <더스트맨> 태산을 연기한 배우가 우지현인지 몰라볼 것도 같다. “얼굴이 많다”는 평을 받을 때 가장 즐겁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나는 갈 길이 멀었다.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서 얼굴을 더 늘리고 그 얼굴이 더 깊어지게 하겠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본인의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방성준 감독이 연출한 <뒤로 걷기>의 시헌과 가장 닮았다. 내가 만약 시헌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시나리오도 좋아서 역할 제안이 왔을 때 반가웠다. 그동안 독립 영화에서 굉장히 어두운 역할을 많이 맡아 왔는데, 시헌은 단편 참여하면서 만난 캐릭터 중에는 가장 밝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실제 성격이 말도 많고 좀 까불대는 편이라고 말한 걸 봤다.

수다스럽긴 한데. 수다의 빈도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사람들과 넓게 많이 교류해야 했던 시기는 지난 것 같다.

태산이 여기저기 남긴 더스트 아트는 소셜 미디어에서 삽시간에 퍼진다.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영향력은 지닌 사람이 된 건데. 그래서 궁금해졌다.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면 좋겠나, 아니면 내 이름과 얼굴은 알려지지 않은 채로 그 영향력만 존재했으면 좋겠나.

음. 나도 성격이 한편으로는 내성적인 데가 좀 있어서, 그래도 후자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집에 있는 게 좋고, 친구 집에 있는 게 좋고 그렇다.


<더스트맨>에서 태산이 십여 년 만에 음악을 듣는 장면이 있다. 태산처럼 십 년 정도 음악을 못 들었다고 치자. 첫 번째로 듣고 싶은 곡은.

뮤지컬을 한창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레 미제라블> 뮤지컬 넘버 중 한 곡을 들으면 참 좋겠다.

노래를 잘하나.

노래는 강길우 배우님이 잘하신다. 성대모사도 강길우 배우님이 잘하신다. 그림도 강길우 배우님이 잘하신다. 미대 오빠다, 강길우 배우님.

우지현 인스타그램(@woojiheon_)

그림은 우지현 배우도 잘 그리지 않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림, 만화를 종종 올리더라. 이번에도 <더스트맨> 응원 만화를 올렸던데.

만화라고 하기도 좀 뭐하다. (웃음) 예전에 만화를 한두 번 그린 적이 있다. 콘티를 짰다가도 에라, 하고 안 그리기도 했고. 작품 홍보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고르고 고르다가, 만화를 그리면 좋겠다 싶어서 다시 그려봤다.

만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여우 캐릭터가 있던데.

예전에 누가 나를 그려준다면서 간단하게 여우 얼굴을 그려준 적이 있는데. 패드랑 펜슬을 처음 샀을 때, 심심해서 그 캐릭터를 가지고 만화를 끄적여 본다는 게. 그게 시작이었다. 아니 근데, 진짜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는 게 아닌데. 내가 재주가 없으니까 어디 가는 데마다 꼭 만화 얘기를 많이 하셔서 부끄럽다. (웃음)

<더스트맨>

태산이 서울 야경을 멍하니 보는 장면이 있다. 우지현의 야경 스팟은. 꼭 야경이 아니더라도, 답답할 때 찾아가는 아지트 같은 곳이 있나.

낙산공원에 자주 갔었다. 친한 친구가 바로 근처에 살아서 지금도 종종 간다. 밤에 친구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참 좋더라.


얼마 전 짐 캐리 다큐멘터리 <짐과 앤디>를 보고 나서 영화 보는 데 불이 붙었다고 들었다. 좋은 영화를 찾아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려 한다고. 최근 우지현을 자극한 영화는.

영화는 아닌데. <F1: 본능의 질주>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있다. 재미있어서 공개된 두 개 시즌을 모두 봤는데 얼마 전 새 시즌이 나왔더라. 그래서 2일인가 3일 만에 10개 에피소드를 다 봤다. 드라이버들이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많은데, 연기에 대입해보면서 즐겁게 봤다. 모토 스포츠가 되게 이성적이고 계획적이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직관, 오랜 훈련 과정을 거쳐 얻어낸 감각을 믿고 달려야만 상위에 랭크될 수 있더라. 그 세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다르면서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가 아니어도 뭐든 이렇게 연기에 대입하려 하는 편이다.

부모님께 방송국 PD가 꿈이라고 거짓말하고 지원해서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배우에 대한 뜻이 깊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때가 있었을 것 같은데. 계속 연기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연기 전공으로 시작했던 게 아니라 어릴 땐 자존감이 아주 낮았다. 나를 스스로 인정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 결국 사람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그 결과물로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된 거니까. 이런 생각을 하면 또 다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선순환이랄까. 시간이 좀 지나서 내가 더 좋은 배우가 되면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또 다른 배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차기작이 궁금하다.

우선 <마우스>를 계속 찍고 있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2월 초에 촬영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에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분들도 촬영 때 추웠다는 얘기를 계속 하셨을 것 같은데. 강추위에 다 같이 열심히 찍은 영화다. 조심스럽게 <더스트맨> 많이 찾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을 말해본다. 극장에서 뵐 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봄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사진 제공 • 트리플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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