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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의 낭만 감성 스릴러, <낙원의 밤> 관전 포인트

조회수 2021. 4. 1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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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신세계> <마녀>의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20년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이 4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두터운 팬덤을 지닌 박훈정 감독의 갱스터 누아르라는 점,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 믿고 보는 배우가 뭉쳤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낙원의 밤>. 미리 본 사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낙원의 밤>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남과 여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 <낙원의 밤>의 시놉시스가 단 한 줄인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낙원의 밤>은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펼치는 복잡다단한 스토리에 힘을 실은 영화가 아니다. 이미 꼬일 대로 꼬인 관계에 지친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엄태구)는 상대 조직의 보스를 해한 뒤 잠시 제주에 몸을 숨긴다. 그에게 머물 곳을 내어주는 이의 가족이 바로 재연(전여빈). 시한부를 선고받은 재연은 삶에 대한 아무런 미련이 없는 상태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한편 태구가 해한 상대 조직의 2인자 마 이사(차승원)는 복수를 위해 제주를 찾는다. 턱밑까지 들이닥친 마 이사 무리의 위협으로 인해 태구와 재연은 또다시 삶의 낭떠러지 앞에 선다. 이들은 낙원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할 수 있을까?



제목 <낙원의 밤> 의미는?

<낙원의 밤>은 시적인 느낌의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낙원과도 같은 평화로운 제주, 그에 드리운 칠흑의 어둠을 상상하는 이들이 많을 터. 실제로 태구를 반기는 영화 속 제주의 풍경은 평온함 그 자체다. 마 이사와 함께 도착한 피비린내 나는 비극이 이들의 낙원을 덮치기 전까진 말이다.


박훈정 감독 역시 장소와 사건의 대비와 아이러니에 중점을 두고 ‘낙원의 밤’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지난 4월 2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낙원의 밤> 제작보고회에서 박훈정 감독은 제목에 뜻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낙원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대비가 되니 아이러니도 있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슬픈 풍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박훈정 감독

박훈정 감독의 ‘감성’ 스릴러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들을 떠올려보자.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각본가로 이름을 알리며 충무로 중심에 들어선 그는 개봉 후 <신세계> <브이아이피> 그리고 <마녀>에 이르기까지 건조한 액션 누아르 장르의 작품들을 줄지어 선보여왔다. 목표 하나를 놓고 들끓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던 지독한 인물들, 이익을 위해 믿음을 저버리던 이들의 비정한 관계에 주목해왔던 박훈정 감독의 전작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게 <낙원의 밤>은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일 것. 삶에 대해 별다른 미련이 없을 정도로 지친 태구와 재연은 박훈정 감독의 전작에선 등장한 적 없던 유형의 인물들이다. 이들은 제 앞에 놓인 운명을 거스르려 애쓰지 않는다. 삶의 끝에 다다라서야 서로를 통해 갑갑한 삶의 숨통을 튼 얻은 태구와 재연. 이들의 처연함을 스크린에 꾹꾹 눌러 담은 박훈정 감독 표 감성은 낭만적인 제주의 풍경과 맞물려 배의 시너지를 빚어낸다.



싱크로율 100% 캐스팅

박훈정 감독의 누아르가 취향에 맞지 않는 이들일지라도 이 영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우들의 조합 덕분이다.


태구, 엄태구의 다채로운 매력을 녹여 넣다


서사의 중심에 선 태구는 캐릭터와 동명이인인 배우, 엄태구가 연기했다. <밀정>의 하시모토, <택시운전사>의 비포장 검문소 중사 등 짧은 분량만으로도 주연급의 존재감을 뽐냈던 그가 <낙원의 밤>을 통해 처음으로 상업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엄태구는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강렬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어왔다. 다정함부터 뜻밖의 귀여움까지, <낙원의 밤>은 예상치 못한 순간 튀어나오는 엄태구의 다채로운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많은 영화에서 공식처럼 활용되어왔던 갱스터 캐릭터 타입에서 벗어난, 엄태구 표 내성적인 갱스터 캐릭터는 극에 신선함을 불어넣기 충분하다.


재연, ‘2020년 베스트 파이널 걸’의 단단한 눈빛


<죄 많은 소녀>의 묵직함부터 <빈센조>의 경쾌함까지, 시원시원하게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전여빈은 태구와 제주도 생활을 함께하는 재연을 연기한다. 죽을 날을 받아둔 재연은 두려울 것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함을 잃지 않는 주체적인 태도, 단단한 눈빛은 한 번 마주하면 잊기 어려운 강렬함을 선사한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재연은 ‘2020년 베스트 파이널 걸’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누아르 장르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라는 극찬은 <낙원의 밤> 속 재연의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소프라노스>의 서울 사촌, 마 이사


차승원의 소개에 따르면, 마 이사는 “큰일을 벌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캐릭터다. 마 이사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예상치 못한 선택을 이으며 전형성을 탈피하고, 저만의 개성을 선명히 구축한다. 해외 매체 <스크린 데일리>는 마 이사를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와 나란히 두며 평가하기도. “매너와 의미를 담으며 한편으로 조소하는 말투로, 마치 미국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서울 사촌 같은 느낌을 전한다”고 평했다. 기존 누아르의 공식을 살짝 비틀어 저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구축한 <낙원의 밤>. 이에 가장 큰 보탬을 더한 마 이사는 한국 누아르 영화 계보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낙원의 밤>은 4월 9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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