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소풍이 떠오른다. 강경 시금치파였던 나는 그날도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준 김밥을 예쁜 도시락에서 하나 꺼내어 물었다. 씹음과 동시에 익숙하면서 고소한 향미가 입안에 확 퍼졌다. 먹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자리 친구가 김밥을 바꿔 먹어 보자며 자신의 김밥을 하나 꺼내어 나에게 주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친구의 애정 어린 김밥을 한번 씹자마자 뱉을 수밖에 없었다. 뱉으면서도 너무 미안했지만 견디기 힘든 맛이었다. 지나보니 그 김밥에 들어있었던 것은 ‘우엉’이었다. 낯설어서 그랬을까. 그때와는 달리 우엉 특유의 고소함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우엉의 놀라운 효능이다.

의외로 한국인들이 우엉을 접한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주로 유럽,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 등 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우엉은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만큼 강건하고 병이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대량으로 보관할 때는 습도조절을 잘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며 소량으로 보관할 때는 햇볕에 말려 보관해야 한다. 

우엉은 뿌리채소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뿌리채소는 영양학적으로도 인정받아 중국에서도 오랫동안 약재로 쓰였지만 그와 반대로 유럽에서는 이뇨제와 발한제로써의 사용 외에 그저 관상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한국의 경우 우엉을 접한 역사는 짧지만 약재와 관상용보다는 식재료로써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앞서 말한 우엉 김밥부터 돼지고기와 합이 좋아 그 비린내를 잡을 때, 달달하게 절여 우엉조림으로, 얇게 썰어 우엉잡채로도, 그리고 우엉구이로도 다양하게 즐기고 있다. 

우엉을 포함한 뿌리채소의 이점이라 하면 우려먹기 좋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쓰여도 좋은 식재료가 되지만 특히 우엉차를 우려서 먹으면 그 특유의 쌉싸래한 향과 함께 건강차로 즐길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차에도 우엉차가 상위권에 위치할 정도로 그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니 이제 그 효능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성인이 되어 우엉을 찾게 된 것은 다이어트 때문이었다. 우엉차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말하는 인터뷰이에 현혹되어 바로 다음날 우엉차를 대량 구매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꾸준히 먹지는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는데 다이어트가 삼일천하로 끝났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 포기하지 않고 우엉차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지속했다면 일찌감치 핫바디로 거듭났을 수도 있다. 이렇게 확신할 정도로 지금의 우엉차는 다이어트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그 비결은 우엉에 포함된 15%의 당질에 있다. 다이어트의 세 가지 장애물과 함께 찬찬히 살펴보자.

첫 번째가 나트륨 배출이다. 구체적으로 나트륨과 다이어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몸은 수분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 과정에서 쉽게 배고파지는 것은 물론 과다한 나트륨은 수분을 머금기 때문에 부종이 생기기 쉽다. 우엉에 있는 이눌린이라는 성분은 수분을 흡수하고 신장 기능을 높여 이뇨 작용을 돕는다. 

또한 칼륨 함량도 높아 효과적인 나트륨 배출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두 번째 활력이다. 다이어트는 즐겁기는커녕 쉽게 지치기 쉬운 행위다. 이때 활력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B군을 섭취하면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우엉은 다른 근채류에 비해 비타민 B1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로 인해 생기는 무기력감을 해소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를 따로 소개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하기 때문인데, 바로 장 건강이다.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아무리 건강하게 한다고 해도 변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장은 우리 몸 면역 대사의 70%를 관장하는 주요 면역기관이기에 지금같이 면역력이 중요한 시기에 장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신장의 기능을 높여준다고 말한 이눌린은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하기에 장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그뿐만 아니라 리그닌이라 불리는 우엉을 자를 때 나오는 끈적거리는 성분은 불용성 식이섬유로 장내 발암물질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킨다. 장 건강은 피부 건강과도 연결되니 일석 삼조가 따로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엉차를 물먹듯이 들이켜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효능이 탁월한 재료는 그 상성이 맞지 않는 사람도 반드시 존재한다. 특히 몸이 찬 사람이 많이 마시면 설사를 유발해 오히려 장균형을 해칠 수 있다. 그리고 간 수치에도 영양을 줄 수 있으니 관련 질환이 걱정되거나 건강검진, 수술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